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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Mar 29. 2022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매거진, 2년이 되었습니다

+ ft.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매거진, 두 번째 출간 계약 소식

안녕하세요! 사실 책 쓰기에 대한 글을 써야 하지만 이번 주에 마감해야 할 일이 좀 겹쳐 있어서;;; 시간이 부족해 뜬금없는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쓸 것이 없나 살피다 보니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글을 쓴 지 2년이 좀 지났더라고요. 2년간 지속해온 이 매거진 글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더불어 한 가지 소식을 전해드려요.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책 출간 이후에도 매거진에 쭉 글을 올렸는데요, 이 매거진 글들로 몇 주전 새로운 출간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책이 출간된 후 연재한 매거진 글을 넣게 될 거고(이미 쌓인 글이 많더라고요) 추가로 10 꼭지 정도를 새롭게 써서 책을 엮을 계획입니다. 부지런히 작업을 하면 올해 하반기 이후쯤에는 책이 되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매거진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드려볼게요.   


   

#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을 시작한 계기     



  2020년 초에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책을 출간한 뒤였기 때문에 ‘나 그래도 출간 작가인데 브런치에 글쓰기 괜찮지 않을까?’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그 자신감은 곧바로 곤두박질치더라고요. 글 쓴 후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았습니다. 글쓰기 플랫폼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독자수를 늘릴 수 있고 ‘좋아요’를 받는지 ㅎㅎ 잘 몰랐거든요. 다른 분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몰라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일단 소통은 둘째 치고, 브런치에 써야 할 글의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생각 중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브런치의 대세 분야는 에세이인 것 같았고, 다른 분야는 외면당하기 쉬운 듯싶어 (제 이야기 + 명화 이야기)를 섞은 에세이를 어느 날 갑자기 써 보았어요. 저답지 않게 상당히 즉흥적인 선택이었어요. 당시에는 이 매거진을 길게 유지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정말 운 좋게도 2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 매거진에 들인 노력      



저는 사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글을 올리는 데 상당히 공을 많이 들였어요. 일단 매주 화요일마다 글을 올리려고 노력했고, 웬만하면 정해진 시간에 발행했습니다. 처음에는 화요일 아침 8시~10시 사이에 글을 발행하는 게 원칙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중동에서 해외 살이를 할 당시에는 한국의 아침이 그 지역 시간으로 화요일 새벽 2시~4시였기에 고생을 좀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글을 미리 구상한 다음, 월요일 아침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당일 저녁까지 초고를 완성했어요. 아이 재우고 나서 월요일 밤부터 화요일 새벽 2시~4시까지 쭉 퇴고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새벽 2시 넘어 발행 버튼을 누르기 위해 일부러 그 시간까지 깨어있던 날도 있었어요. (왜 브런치에서는 글을 예약 발행하는 게 안 될까요?ㅠㅠ) 지금 돌아보면 참 무모한 일이었지만, 살면서 이토록 치열하게 꾸준히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기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이 매거진에 공을 들였는지, 이유를 생각해보면 정확히 모르겠어요. 다만 당시의 저는 제 편의보다 무조건 읽는 사람을 먼저 고려하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어요. 구독자들이 읽기 편한 시간에 글을 제공해보겠다는 다짐을 했었고, 내가 얼마나 꾸준히 규칙적으로 일정 수준의 글을 써낼 수 있는지 시험해보자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 글의 주제에 맞는 명화를 어떻게 찾는지



 매거진 글에 담긴 이야기를 어떻게 엮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 매거진의 글은 주로 제 에피소드로 시작해서, 명화 이야기가 들어가고 마지막에 일종의 결론을 내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평소에 주로 명화 관련 책이나 명화 관련 사이트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봅니다. 예를 들어 반 고흐와 고갱의 사연을 보면서 ‘인간관계의 유통기한’을 떠올리고, 모딜리아니의 <잔의 초상>을 보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를 떠올리면서 글을 엮어봅니다.


 그렇지만 매거진 글 발행 날까지 적당한 조합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는 글 발행하는 화요일 오후까지 계속 명화를 바꿔보고, 에피소드도 계속 바꿔보는데, 끝까지 적당한 게 생각이 나지 않아 속이 탈 때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청소년 교양서를 몇 권 쓰기도 했고, 다른 종류의 글도 브런치 매거진에 써봤지만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에 쓰는 글이 난이도로 치면 최상이라 생각해요. 글의 매 부분마다 어려움이 있어요. 


첫 에피소드 부분에서는 저를 어느 정도 내려놓고 진솔하게 써야 하고, 명화 부분은 자료를 뒤적거리면서 조사를 충분히 한 채 써야 하고, 마지막 결론 부분도 생각을 많이 하고 내놓아야 한다는 일종의 원칙이 있거든요. 명화와 제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이 잘 되어야 한다는 원칙도 있어요. 이 모든 걸 두루 맞추면서 쓰는 것 자체가 어렵지요. 실패도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들이는 편이에요.   


 이 매거진에 글을 하나 올리면 제 기력이 소진되는 느낌이 커서, ‘다음 주에는 도저히 못 쓰겠다’는 마음이 샘솟기도 해요. 역설적으로 그만큼의 희열도 큽니다. 발행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내가 하루를 꼬박 쏟아서 글을 하나 써냈다는 뿌듯함이 있거든요.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어떻게 느끼던, 매주 나만 알고 있는 작은 승리를 하나 이루어냈다는 기쁨을 느끼기도 했어요.



 

#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글 댓글과 소통  


 

이웃 작가님들 만나 뵈었을 때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이에요. 저는 일단 이웃분들 글을 많이 읽는 편이고, 제 글에 달린 글에 답 댓글도 응답을 꾸준히 하는 편입니다.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냐고 신기해하신 분들이 많으셨는데, 사실 글을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른 편이에요. 아이들 가르칠 때는 반 애들 40명한테 카드 쓰는 일도 곧잘 했기에 타자로 댓글 다는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대로 읽고 진심을 담아서 답 댓글을 다는 일은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는 합니다. 요즘에는 원고 집필이나 다른 일이 겹치기도 했고, 조금 지치기도 해서 예전보다는 소통을 활발히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다시 원기회복을 할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 브런치 북 수상 이후에도 같은 매거진에 계속 글을 쓰는 이유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하고 나서도 왜 똑같은 매거진에 글을 올리는지 질문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2020년에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글을 쓰고 여러 분들과 소통하면서 제가 힘을 많이 얻었습니다. (2020년은 여러모로 저에게 행운과 괴로움을 함께 안겨준 한 해였지요) 그리고 제 글이 때때로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위로나 힘이 되어드리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이 매거진에 글을 꾸준히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지요.


 애초에 이 매거진이 책 쓰기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니었기에 계속하게 된 것도 있었어요.  구독자분들이 늘어나고 책을 출간한 이후에는 이상한 책임감이 더해져 느낌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특히 매거진 초기에는 아무런 마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오히려 오랫동안 매거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이 매거진에 글을 쓰면서 바뀐 점



 제가 굉장히 힘든 시기에 이 매거진에 글을 쓰며 하루하루를 버텼어요. 커다란 희열을 느끼기도 했고 위안도 얻었습니다. 출간 여부와 상관없이 이 매거진에 실린 글들은 굉장히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이곳에 제 이야기를 털어놓고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른 이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거든요.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움도 있었어요. 내가 매거진에 글을 쓰며 너무 착한 척하는 거 아닌가? 훌륭한 척 글을 쓰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이 매거진 글을 아껴 읽어주신다고 말씀해 주실수록, 칭찬을 받을수록 그런 의문은 커졌어요. 현실의 내가 그렇게 멋진 사람도, 마음이 단단한 사람도 아닌데 현실과의 괴리감이 너무 크다고 느꼈고 한동안 그런 혼란 때문에 힘들기도 했습니다.  



매거진에 주기적으로 글을 올리며 제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다 보니 힘들어진 면도 있어요. 오랫동안 스스로를 무던한 사람이라 여기며 살아왔는데, 에세이를 쓰다 보니 주변을 자세히 살펴야 했고, 오랫동안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어요. 제 속에 오랫동안 숨어있던 예민하고 날카로운 면이 드러나더라고요. 스스로도 놀랍고 혼란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글을 쓰면서 타인의 슬픔도 기쁨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단단하지는 않더라도 꽁꽁 숨겨왔던 내 안의 약한 면을 드러내게 되었다는 점에서 제 자신이 나름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믿어요. 여전히 전 스스로를 제일 먼저 생각하는 인간이고 이타적이거나 선한 사람은 아니에요. 상당히 무미건조한(?) 스타일이고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에세이를 쓰면서 타인의 마음도, 제 마음도 들여다보게 되었으니 나름의 수확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혼란스럽고 정신없는 시기도 보내고 있지만, 점점 적응하고 좋아질 거라 믿습니다.   



#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으로 두 번째 책 출간 계약



얼마 전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에 이어 이 매거진의 글로 두 번째 책을 출간 계약했습니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책을 함께 작업한 편집자님과 다시 한번 일을 하게 되었어요. 가제는 일단 <그림의 말들>이라 정했고, 저 개인적으로는 열 번째 출간 계약을 맺은 셈이에요. (10이라는 숫자가 붙으니 그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혼자 괜히 의미 부여를 하고 있어요)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을 만들었던 작업이 저와 편집자님 모두에게 의미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이 매거진의 글을 책으로 엮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습니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이 상처와 치유에 대한 내용이 주요했다면, 다음 책은 삶을 살아가는 자세나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싣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몇 년 전부터 책 쓰기를 지속하며 번아웃을 여러 번 겪었기 때문에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고 글을 쓰려는 마음이 있어요. 편집자님과도 한 주에 하나 정도의 꼭지를 찬찬히 써서 추가 분량 10개 꼭지를 쓰기로 약속했고요. 다만 앞으로 3~4개월 간은 청소년 교양서 하나를 집필하면서 동시에 <그림의 말들> 추가 꼭지 분량도 써야 하고, 브런치에 있는 글도 책에 맞게 조금씩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없는 시기도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명확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중간중간 브런치에 글 연재하는 걸 쉬거나 2주에 한 번 정도로 텀을 바꿀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드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 화요일부터는 다시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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