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쓰기를 하는 요령과 고려할 것들
최근 저에게 좀 깊고 심한 번아웃이 왔어요;;; 오늘은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글을 올릴 기력이 좀 떨어져서, 브런치 글쓰기 요령에 대해 적어 올립니다. 죄송하다는 말씀드려요.
2020년 1월, 브런치 작가가 됐다. 이 공간에 글을 올린 지는 햇수로 4년째이고,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글을 주기적으로 올린 것은 이제 3년이 되어간다. -한 마디로 브런치 고인 물- 순전히 내 짐작이지만, 4년이라는 기간에 비해 내 글의 전체 조회수가 상당히 높은 편은 아닐 것 같다. 66만을 좀 넘는 정도의 숫자다.
구독자수는 4000명을 넘었다. 적지 않은 편일 것이다. 2020년에 브런치 카카오 채널로 글이 하나 소개되었을 때 폭발적으로 독자가 늘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으로 노출이 자주 된 것도 구독자 증가에 도움을 줬다.
일일 조회수의 경우 글을 발행하는 날과 발행하지 않는 날의 차이가 크다. 다만 오늘 처음으로 월간 조회수를 찾아보니(초기엔 조회수를 매일 보았지만 이제 고인 물이 되다 보니 통계를 점점 안 보게 됨) 대체로 고르게 4000 ~ 5000회 정도를 기록했다.
지금도 브런치 글을 통해 이 공간에 찾아와 글 읽어주시는 분들이 가장 많다. 그렇지만 내가 집필한 에세이 책을 먼저 읽고 찾아와 주시는 분들도 가끔 계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네이버나 구글 검색으로 글에 유입되는 경우도 하루에 수십 건 정도 있다.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고르게, 구독자수를 유지하고 있고, 글 올린 지도 어언 4년째가 되었으니, 이곳에 글 쓰는 요령을 올리는 것도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겠단 생각이 든다. 그동안 브런치를 하면서 얻은 몇 가지 요령을, 글쓰기 초기와 현재로 나누어 살펴보려 한다.
글 올리는 초기에는 나도 이웃분들과 소통을 하며 구독자를 늘렸다. 이웃 분들과 주로 맞구독을 하고,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있었다(기간이 오래되니 많이들 떠나셨지만, 여전히 이 공간에 남아 글을 올려주시는 정다운 이웃분들이 여전히 계시다).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이라 외로움이 자주 찾아온다. 함께 글 쓰는 이웃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을 덜 때가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에서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글에서 ‘온라인에서 팬덤을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내지는 ‘퍼스널 브랜딩으로 내 팬을 늘리는 방법’ 등의 표현을 읽은 적이 있다. 사실 나에게도 DM이나 댓글로, 또는 직접 말로 ‘작가님의 팬이다’라는 얘기를 건네주신 고마운 분들이 계셨다. 그런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정말 좋지만, 어쩐지 나는 그 ‘팬’이라는 말이 여전히 좀 쑥스럽게 느껴져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웃이나 구독자라는 말이 더 편안하게 다가온다. 아무튼 많은 분들과 댓글로 글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 내 생각도 좀 더 발전되고, 내 글쓰기에도 도움이 된다. 소통을 하는 건 브런치 4년 차인 지금도 중요한 일이다.
초기에는 글의 주제나 제목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주로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제목으로 글을 발행했다. 브런치는 글 전체의 랭킹을 제공하는데, 내 글 목록 중 조회수가 가장 높은 글은 아무래도 ‘가장 빨리 손절해야 할 인간관계’, ‘인간관계를 망치는 최악의 착각’ 등의 제목을 단 것들이다. 모두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거나 카카오톡 채널에 소개된 글이기도 하다.
고백하건대, 활동 초기에는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에 올라가야 글 조회수가 오른다. 그리고 그 메인에 올라가는 데 있어 제목의 영향력이 제법 크다. 이 사실을 깨달았기에 구체적이고 호기심이 갈 만한 제목을 붙여 글을 발행하곤 했다.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단어, 구체적인 음식 이름이나 숫자, 이유나 방법 등을 제목에 넣는 게 유리하긴 하다. 그러나 제목으로 무조건 어그로를 끌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다. 나 같은 경우에는 비교적 명확한 원칙이 있었다. 제목을 보고 호기심으로 클릭하더라도 글이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그치지 않도록 정성을 많이 들여 내용을 채웠다.
초기에는 사람들이 ‘내 글의 주제 중 어떤 것에 관심을 둘까?‘ 에 대해 생각하며 연구를 하며 글을 올렸다. 온라인에 올리는 글은 독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덕분에 따라오는 장단점이 있다. “조회수”나 “좋아요”에 마음이 한껏 흔들릴 수 있다는 건 단점이다.
그러나 감정을 좀 뒤로 물러두고, 내 글의 랭킹을 분석해 보면 어떤 주제를 다룰 때 더 독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지, 독자가 내 글에서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파악하기도 쉽다. 나 같은 경우에는 지금도 인간관계나 외로움을 다룬 글이 아무래도 랭킹 상위권에 있고, 지금도 그런 주제의 글을 쓰면 조회수가 1000회 가까이로 뛴다.
그렇다면 내가 '인간관계'에 대한 글만 써야 할까? 한결같이 고민이 생기는 지점이다. 내가 원하는 주제의 글과 독자가 원하는 글이 달라 갈등이 찾아오고는 한다. 이럴 때는 전자와 후자를 섞어서 글 발행을 한 번씩 하거나, 또는 전자와 후자를 결합할 방법을 찾거나 그 간극을 줄일 필요가 있다. 한 번은 인간관계에 대한 글을 쓰고 다른 한 번은 내가 쓰고 싶은 주제의 글을 쓴다거나, 인간관계에 대한 글을 쓰면서 명화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 등이 그 예다. 확실한 건 내 강점이 있는 분야나 주제의 글을 쓰고 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야 출간 가능성도 좀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초기에는 온라인에서 글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방법을 연구를 하면서 글을 썼다. 브런치는 비교적 긴 텍스트도 읽기 쉽게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온라인 글이니 단락 나누기나 글자 강조 등으로 가독성을 높일 수 있다(책 쓰기를 위한 글은 다르다. 글의 흐름과 연결 자체로 가독성이나 매력을 높여야 한다)
나 같은 경우 명화에 대한 글을 쓰기 때문에 시각적인 부분도 신경을 쓴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글을 쓸 때는 대문 사진도 아무거나 고르지 않는다. 그날 다루는 화가의 작품 중에서 스크롤해서 올렸을 때 매력적으로 느껴질 만한 그림을 골라 배치한다.
보통 PC로 글을 써서 올리고 이를 고치지만, 퇴고할 때는 반드시 모바일 화면을 함께 본다. PC로 볼 때는 괜찮았는데 모바일로 볼 때 단락의 길이, 글 전체의 길이, 그림과 글 등의 구성 등이 독자에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글이 긴 편이고 지식 관련 내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독자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또는 어렵지 않게 다가갈 글을 연구하며 발행하는 편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몇 달 지난 뒤부터 정기적으로 내 글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시작한 것이 '규칙적으로 글 올리기'다. 2020년부터 약 2년간은 매주, 작년부터는 2주에 한 번씩 스스로 정한 날짜에 글을 발행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구독을 누를까? 다음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① 서로 소통이 가능한 작가라 생각해서
② 해당 작가의 글이 매력 있어서
③ 내가 좋아하는 주제나 장르의 글을 써서
④ 앞으로도 이 작가가 읽을 만한 글을 내놓을 거라 믿어서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기‘와 '신뢰‘는 비슷한 듯하나 미묘하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인기는 호기심을 끌 만한 소재, 글 쓰는 이의 매력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신뢰는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하며 쌓아가는 것이라 느낀다. 어느 쪽이든 쌓으면 좋은 일이고 둘 다 쌓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나는 놀라운 매력의 소유자도 아니고, 내 성향과 체질상 신뢰를 쌓는 걸 더 중요시한다. 책을 쓸 때도 독자에게 믿음이 가는, 수명이 긴 원고를 쓰는 게 목표다.
내가 발행 일자를 정해서 글을 올린 것도 이 신뢰를 쌓는 것과 관련이 있다. 글 발행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그림의 말들> 한 꼭지에 적혀 있듯 '조회수'나 '좋아요' 숫자에 많이 흔들리는 날 발견했기에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발행 숫자가 필요했다. 뿐만 아니라 날 스스로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내가 지속적으로 일관된 퀄리티의 글을 올릴 수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은 귀국했지만, 해외에 있을 때의 나는 본업을 관둘 가능성이 있었고, 만약 본업을 관두고 글쓰기로 밥벌이를 위해 글을 쓴다면 내 기분이나 컨디션에 상관없이, 글을 쓰고 싶지 않은 날도 꾸역꾸역 써야만 할 때가 생길 거라 생각했다. 내가 그 정도로 글 쓰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독자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만한 글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결심한 후로 나는 개인적인 사정에 거의 구애받지 않고, 어떻게든 정해진 날에는 글을 발행하긴 했다. 곧 원고 마감이 있어도, 원고가 두 세 개쯤 밀려 있어도, 독감에 걸렸어도 무조건 약속한 날짜에 글을 올렸다. 자기 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나에게 엄격해 힘든 날도 있었지만, 그 규칙성이 안겨주는 안정감도 있었다. 실제로 개인적으로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발행할 글을 가다듬으면서 위안을 받은 날도 있다.
지금 커다란 번아웃이 오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대체로 2주에 한 번씩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1주에 한 번 정도 인스타에 피드를 올린다. 솔직히 기쁨이나 열정이 가득해서만 하는 일이 아니다. 내가 정한 규칙에 맞춰 글을 올리며 스스로를 단련시킨다는 마음이 크다. (물론 이것도 아직 휴직 중이라 여유가 있어 할 수 있는 팔자 좋은 일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만난 편집자 두 분에게 공통적으로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SNS를 보며 가끔 느끼는 건데,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에는 관심 없으면서 내 이야기를 남들이 들어주길 바란다” 는 말이었다. 어느 정도는 공감 가는 말이었다.
솔직히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얘기 중에도 나에게 쓸모 있는 것, 내 마음을 건드리고 재미를 주는 이야기를 읽기를 원한다. 글을 쓰면서 그런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심할 필요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중 한 두 가지만 충족할 수 있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내 브런치 조회수 분석글’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 더해 브런치 글 쓰는 요령을 함께 올리는 것이 독자에게 도움이 된다. 가정사나 직장 이야기도 단순히 나열하는 것보다 그 에피소드가 독자에게 어떤 재미나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글을 써보는 게 좋다.
나 같은 경우엔 보통 퇴고 과정에서 독자의 입장을 헤아려 본다. 초고를 쓸 때에는 내 마음대로 쓴다. 하고자 하는 얘기를 부담 없이 쓴다. 이후 퇴고를 할 때에는 독자의 입장이 되어서 읽고 고치는 편이다. 이 에피소드가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얘기일까? 읽는 사람에게 어려운 이야기일까? 상황 설명이 지나치게 자세하거나 생략되어 있는 건 아닐까? 지나치게 교훈적인 걸까? 등등의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고친다. 단순히 맞춤법이나 오탈자 등만 보지 않고 단락 구성이나 문장의 배열도 계속 바꾸고 고친다.
눈치 보고 줏대 없이 흔들리며 독자가 원하는 글을 쓰라 권유하고 싶지 않다. 다만 엄청난 글쓰기 재능을 지닌 게 아니라면, 내 이야기가 독자에게 어떻게 가닿을지 고려하고 연구하며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림 매거진에 글을 올리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려요. 다음 글은 7월 18일 화요일 저녁에 발행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