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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Dec 21. 2020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수상 소식을 전합니다

제8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달 초 어느 날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이 제8회 브런치 프로젝트 대상 후보작이 되었다는 내용의 메일이었습니다. 손이 덜덜 떨리고 흥분된 마음이 감추어지지 않았습니다. (수상 후보자 중 그 누구보다 재빨리 브런치 담당자님께 답 메일을 보냈을 겁니다. 늦게 답 메일을 보내면 혹시 결과가 번복될까봐서요ㅎㅎ ) 그 날도 써야 할 분량의 글이 남아 있었는데 잘 써지지 않고 여러모로 잠이 오지 않는 밤을 보냈습니다. 더불어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브런치북에 담긴 글들이 저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에 담긴 글들은 저에게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 제가 브런치에 발행하고 싶었던 매거진의 제목은 <전업주부의 자본주의 탐방기>였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정작 자본주의를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주제로 글을 쓰다보면 관련 자료나 서적을 많이 볼 테니 꽤 많은 공부가 될 것 같았지요. 무엇보다 글쓰기 고민을 다룬 예전 글에서 말씀드렸듯 저에게는 무언가에 대해 아는 체하고자 하는 소심한 관종의 기질이 있습니다. 더 강렬하게 글을 써서 뽐내고 싶었고, 더 많이 아는 체하고 싶었습니다. 지식글을 써서 ‘내가 이만큼 알고 있다’, ‘내 이야기 보따리는 이만큼 크다’는 것을 온라인상에 한껏 내비치고 싶었습니다. 이 내용으로 연말에 있을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도전해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내심 했지요.

       

 그러나 정작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하자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구독자와 라이킷수에 연연하는 마음 역시 강했거든요. 아무래도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풀어놓는 글들이 브런치에서 인기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입니다. 나의 개인적인 고민과 명화 속 이야기나 화가의 사연을 결합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 이 매거진은 15개 정도의 글만 올리고 끝낼 생각이었습니다. 이 매거진의 글들이 브런치북이나 종이책이 될 거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첫째로 내 이야기와 명화를 결합하는 글은 그 아이디어가 금방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둘 간의 연결고리를 생각해내는 일이 당시에는 상당히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는 내 이야기를 개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는 글이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근본적으로 그렇게 자기 개방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를 개방하는 것은 적당히, 글 10~ 15개 정도만 하고 빨리 내놓고 끝내고 싶었습니다. 이 매거진으로 구독자를 조금 모은 다음, ‘짜잔’하고 원래의 계획대로 쉽고 재미있는 지식 글을 내놓아야겠다. 이것이 당시 저의 계획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글에 나를 반 정도만 조심조심 내놓았다가 점차 나를 더 내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더 나의 감정을 살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내 기분과 태도의 밑바닥에 이런 감정이 있었구나, 내가 행동하는 데에는 이런 두려움이나 욕구가 깔려 있었구나. 인간관계 속에서 나는 왜 이런 문제에 자주 부딪힐까. 나는 스스로를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이 불편한 감정의 근원은 무엇일까. 살면서 처음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깊숙이 들여다본 경험이었습니다. 저에게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글을 올리던 어느 날 어떤 독자분께서 저에게 ‘매거진의 글들이 도움이 되고 있어 잘 보고 있다’는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그 댓글 뿐 아니라 몇몇 댓글을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 고민을 살펴보고, 마음을 들여다본 다음 글로 옮기는 행위가, 누군가에게 위로도 될 수 있고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견디기 힘든 밤을 버틸 수도 있겠구나. 


 그 때부터는 어느 정도 구독자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매거진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비슷하게 정해진 시간(화요일 오전)에 글을 발행하기로 결심했고, 내 글을 클릭한 독자에게 큰 실망을 주지 않는 글을 이어나가 보기로 마음먹었지요. ‘마음먹었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확신은 없었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구독자들이 신뢰할 수 있을만한 글을 규칙적으로 발행해 낼 수 있을까. '글쓰는 사람'으로서 저를 시험해본다는 생각으로 글을 이어나갔고, 지금까지 매거진에 매주 글을 써가고 있습니다. 중간에 청소년 교양서 집필 마감이 겹칠 때 말고는 구독자에게 매주 꾸준히 글을 제공하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더 많이 아는 체하고자 브런치를 시작했고 그 후에는 구독자를 좀 더 모아보고자 이 매거진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엄청난 진심이 되어서 이 매거진에 글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물론 ‘나 좀 짱인 듯?!’생각하며 자뻑의 시간도 잠시 가졌습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이런 결과는 나만의 노력과 능력,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이 나이가 되니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내 노력과 의지만큼 타이밍과 운이라는 요소, 그리고 다른 이들의 도움이라는 요소가 결합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운이 매우 좋았음에 감사합니다. 제 브런치북을 선택해주신 에디터님(제 글을 뽑아주신 가나출판사의 팀장님께도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바로 큰 절을 올리고 싶을 정도로 ㅎㅎ 감사했네요)의 큰 도움을 받은 것이기도 하지요.  


 뿐만 아니라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의 도움이 매우 큽니다. 제 글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여러 분들이 남겨주신 댓글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아실 겁니다. 본인의 아픈 마음이나 사연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댓글에 꺼내어 주신 분들도 계셨고(사실 댓글을 읽고 사연이 마음이 아파 운적도 있습니다), 깊은 생각을 풀어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글에 대한 반론이나 의문, 놀라운 아이디어를 적어주신 분들도 계셨지요. 그 댓글들을 읽거나 대댓글을 달면서 제 생각도 많이 정리되었고 다음 글의 아이디어도 얻게 되었습니다. 제 글 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 생각의 한계도 넓혀가고, 새로운 소통을 하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생각이 많이 정리되었습니다. 더불어 중동에서 지낸 4년 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일이 도통 없었는데 브런치를 통해 랜선으로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분들을 만나고 소통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저에게 이 매거진의 글들, 더불어 브런치에서 읽은 다른 작가님들의 글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글이라는 것에 감정 소통의 기능, 공감과 응원의 기능이 담겨 있다는 것을 저에게 처음으로 알려준 것들이니까요.  

   

 많은 분들이 마찬가지셨겠지만 2020년은 저에게도 몹시 외롭고 힘든 날들이었습니다. 중동에 있는 관계로 아이의 가정 보육이 9개월째고, 자유롭게 혼자 외출해서 누군가를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지는 정확히 8개월이 넘었습니다. (물론 혼자서 외출해 차에서 글을 쓰거나, 가족과 함께 외출해 가족 모임을 한 적은 있었지만 제 친구나 지인을 단독으로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이렇게도 오래되었네요). 아마 2020년에 저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의 시간을 보내오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내가 심적으로 이토록 약한 사람이었나, 이렇게 외로움에 어찌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나 의문이 들 정도로 심적으로 여러 번 무너졌던 한 해였습니다. (아마 제 글에서 여러번 티가 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내가 생각보다 형편없다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던 한 해였지요. 그러나 한편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며 ‘형편없어도 상관없다, 괜찮다’는 깨달음도 많이 얻은 한 해입니다. 제가 저의 형편없고 초라한 마음을 글로 꺼내놓으면 ‘괜찮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며 공감해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진심으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얼굴도 보지 못했던 분들께  위로를 받아 버틸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고민도 현재 진행형이고, 심적으로 힘든 날이 완전히 끝난 것도 극복한 것도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훌륭하거나 초연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글을 읽어주신 분들 덕분에 1년을 나름대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거창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결국 새로운 책을 만드는 일의 '시작'이겠지요. 책을 펴내는 일은 역시 에디터분과 논의하고, 쓰고 고치고 협의하고 이런 식의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존의 내용을 더 보강하고 많은 생각과 자료 조사를 거쳐 글을 더 보충하여(지금 매거진에 올린 글로는 책 한권의 분량이 안 되니 새로운 내용을 더 보충해야겠지요) 좋은 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기존에 제가 집필했던 원고와는 완전히 다른 분야의 책이라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입니다. 마음 속에 부담도 있지만 언제나처럼 매일 조금씩 글을 써보겠다는 말씀 드립니다. 


책에 쓸 내용과는 별도로 이 매거진의 글은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지지난주에 공지드렸던 대로 다음 주 화요일(12월 29일)에 글 발행하겠습니다. 이만 마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예전 글에 축하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 제 글을 꾸준히 읽어와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ㅠㅠ.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계속 드릴 수 밖에 없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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