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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프 Nov 19. 2019

타이완의 유치원 라이프

타이완에는 맞벌이가 많다. 그러다 보니 교육시설이 잘 되어 있다.

처음 타이완에서 살게 되었을 때 아이의 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 한국처럼 당연히 ‘돌 지나면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겠거니’ 하며 넋 놓고 있다가 타이완에서는 아이를 만 2세부터 보육기관에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1년 동안 아이와 함께 ‘오늘은 뭐하지’하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다 드디어 타이완의 유아원(幼兒園)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유아원에 보내려니 정보가 없었다. 한국은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과 같은 웹사이트가 있어서 어린이집 검색부터 입소 신청 및 입소가 가능하지만 타이완은 통합 사이트가 없어서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알아봐야 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탓에 현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입소 가능한 사설 유아원은 어디인지, 학비는 얼마인지 물어본 후 참관 날짜를 정했다. 방문일이 되어 유아원을 실제로 둘러보니 시설이 깨끗했고, 교사 한 명 당 학생의 수도 1:7로 적당했다. 언어를 배우는 프로그램도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까지 다양하고, 그밖에 수학, 체육 및 미술, 음악과 같이 인지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수업으로 잘 구성되어 있었다. 


게다가 9시~4시 30분이라는 혜자스러운 등 하원 시간에 아침식사부터 점심, 3시 간식까지 챙겨주니 엄마의 입꼬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 역시 좋아했다. 집에만 있다가 친구들이 많은 곳에 가니 신이 나서 집에 가려고 하질 않았다. 미끄럼틀에서 떨어지지 않는 아이를 보고 빨리 입학을 결정했다. 아이는 만 2세이기에 요요반(幼幼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타이완 학기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매년 9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2~3세 아이들이 한 반에서 함께 지내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잠깐 둘러보러 갔을 뿐인데 아이가 미끄럼틀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보고 대만 현지 유치원 입소를 결정했다.

타이완에서 유아원을 보내며 놀랐던 점은 바로 학비다. 타이완은 학비가 굉장히 비싼 편이다. 공립과 사립의 차이가 있지만, 사립 유치원의 경우 한 달에 약 12000 NTD(한화 약 40만 원)이 들고 학기(6개월)마다 26000 NTD(한화 100만 원) 이상의 등록금을 따로 내야 한다. 등록금 제도가 잘 이해되지 않아 유아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등록금은 학기 시작 전 필요한 교재와 교구 들을 구입하는 데 사용된다고 했다. 그래도 그렇지 세 살 배기가 한국의 대학교 평균 등록금(교육부 대학알리미 기준 667만 원)과 맞먹는 비용을 소비하고 있다니 놀라웠다. 한국의 영어 유치원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타이완인의 월급은 한국의 1/3 수준으로 이 학비를 내는 것은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이가 하나가 아닌 둘, 셋이라면 더더욱이다.


반면 공립 유아원 학비는 사립의 1/10 정도기 때문에 대기줄이 길다. 심지어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다. 한국처럼 기초생활수급자, 장애를 가진 아동, 부모 중 한 명이 타이완인인 가정의 아이가 우선순위에 오른다. 그러다 보니 입학 가능한 일반 아이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경쟁은 치열해진다. 남은 빈자리는 추첨으로 결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왼쪽)대만의 사립 유치원과 (오른쪽) 공립 유치원. 공립유치원은 우리나라의 병설 유치원과 비슷한 느낌이다.


입소 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아이를 타이완으로 유학 보냈다는 생각으로 유아원에 보내고 있다. 비록 사립 유아원이 공립보다 학비가 비싸지만, 그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서다. 또 1~2살 연령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한 반에서 함께 지내다 보니 비록 형제가 없어도 아이가 아이를 돌보며 서로 배려하는 기특한 광경도 목격할 수 있다. 자기도 어리면서 동급생이 자기보다 어리다고 ‘노노’라며 훈계를 하던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외국인 교사가 직접 가르치는 영어 수업과 중국어 시 교재. 읽어오라는 숙제에 엄빠 모두 멘붕에 빠졌다.

아직 타이완은 한국의 문화센터나 유아 학원처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퀄리티의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완에서 아이를 기르는 게 좋은 이유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것이다. 유아원도 그렇고, 유아원을 벗어난 곳도 그렇다. 엄마인 내가 30년 전에 봤던 메뚜기나 방아깨비, 달팽이, 나비의 유충들을 하원길에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러 불편함들이 충분히 상쇄된다. 





*월간지 <우먼센스> 10월호에 기고한 글을 올린 것입니다. 기사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https://www.smlounge.co.kr/woman/article/4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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