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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밑에서 바라본 파란 하늘

홋카이도 여름 렌터카 여행 이야기 #2 호쿠류초 해바라기 마을

by Arista Seo

사람은 살던 집을 떠나면 무의식 중에 일종의 불안감 같은 것이 생기나 보다. 잠을 자는 밤새도록 꿈에 시달리면서 여행의 첫날밤을 보냈다. 종내는 새벽 일찍 저절로 눈이 떠졌다.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와 긴장 때문에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의 커튼을 젖히니 창 밖에 촉촉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내리는 새벽 모습이 깨끗하고 차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을 산에서 새벽에 이슬을 맞았을 때의 기분처럼 온 정신이 맑아졌다. 창 밖의 순수에 빠져 사람도 다니지 않는 거리의 비 오는 풍경을 몇 분 동안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아내도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하긴, 한국에서도 새벽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이니까 지금 시간이면 자연스럽게 일어나겠네……’라고 생각하면서 잘 잤냐는 인사를 나눴다.

평소와 달리 일찍 일어나 창 밖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본 아내는 “무슨 일 이야? 웬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안 피곤해요?”라는 말로 아침 인사를 대신하였다.


아침 창밖.jpg 이른새벽 비오는 창밖의 모습


아내와 나는 기왕 일찍 일어났으니 오늘 계획된 일정을 빨리 시작하기로 하였다. 평소보다 이른 아침 식사를 한 후 짐을 차로 옮길 때 앞마당에서 주인아주머니를 만났다. 깨끗하고 편안했던 숙소에 대하여 감사를 드린 후 어젯밤에 받은 체리와 집 옆에 있는 주인아주머니의 텃밭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남은 짐을 차에 싣고 작별 인사를 드렸다.




계획에 따라 여행 오기 전 한국에서 구글맵에 저장해 놓았던 첫 번째 목적지를 찾아서 스마트폰이 안내해주는 대로 길을 따라가니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어제보다 운전도 더 익숙해진 것 같았다. 주로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첫 목적지인 “호쿠류초 해바라기” 마을을 향하여 가는데 차 안의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네…… 처음 출발할 때 목적지를 물어본 후부터 이 사람이 ‘해바라기 마을’에 대하여 아무런 말도 안 하네…… 분명히 뭔가 있나 본데…… 안 그러면 저렇게 시큰둥하게 있을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한 지 2시간 정도 지나서 목적지 근방에 왔음을 스마트폰이 알려 주었다. 오는 중에 어느 지점부터 길 옆 가로등의 디자인이 해바라기 모양으로 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어!!! 여기는 가로등도 해바라기 모양으로 만들었네…… 완전히 해바라기를 주제로 모든 걸 다 해바라기와 연관시킬 거 같은데…… “라고 그때서야 아내가 말했다.

“그러네…… 우리나라도 지자체에서 지역 상징을 뽑아서 디자인 개발해가지고 이거 저거 다 만들어 세워 놓던데……” 이때서야 아내의 얼굴이 조금 밝아지면서 “해바라기 마을”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마을 풍경.jpg 호쿠류초 해바라기 마을 가는 길 풍경


“대단하다……”

“와 ~ 어떻게 이 많은 해바라기가 이렇게……”

파란 하늘 아래 약간 경사진 언덕으로 대규모 해바라기 군락지가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해바라기 군락지 옆과 뒤로는 나무 숲이 배경으로 늘어서 있었다. 입구 가까운 곳에 있는 낮은 전망대에 올라가 해바라기 밭을 보았다.


제일 먼저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이탈리아 영화 “해바라기”가 떠올랐다. 전쟁 터에서 전사했다는 남편을 찾아 이국 땅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 밭을 지나가는 장면과 수많은 이탈리아 군사들이 죽어 묻힌 땅의 노란 꽃잎을 바라보는 여인의 슬픔을 나타내는 장면에 등장하는 해바라기 밭과 해바라기…… 영화는 전쟁의 비극과 아픔을 은유적으로 그리면서 해바라기의 의미를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상징으로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날 우리가 본 호쿠류초의 해바라기는 그러한 “참혹함”을 상징하는 것도 “고흐”가 캔버스에 나타낸 “강렬함”과도 다른 또 다른 해바라기였다.


해바라기 마을.jpg 호쿠류초 해바라기 마을 입구




관광차를 타고 한가롭게 해바라기 밭을 둘러보는 가족들,

해바라기 밭 사이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아이들과 연인들,

해바라기 무리 속으로 들어가 멋진 자세를 취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멀리 해바라기 밭 건너편으로 보이는 시골 마을의 전원 풍경,


보이는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함께 어우러져 “평화” 와 “행복”을 만들어 내는 요소였다. 덧붙여 희끗희끗 풀어놓은 흰 구름이 “여유로움”이라는 토핑으로 마무리를 해주고 있었다.


점핑.jpg 해바라기 밭 안에서의 점프


DSC_0054.JPG
자전거.jpg
해바라기 마을


어떤 제한도 없이 평화, 행복, 여유로움에 빠져 맘껏 누려본 해바라기 마을에서의 시간이었다.


평안과 여유를 뒤로한 채 다음 목적지인 “아사히다케 로프웨이”를 타러 가기 위하여 “해바라기 마을’을 떠났다. 해바라기 마을을 막 벗어날 무렵이었다.

“자기야……. 여기에 데리고 와줘서 고마워……”라고 아내가 말하며 “사실, 나는 자료에서 “해바라기 마을”을 보지 못했어…… 그래서 ‘아니!…… 해바라기 보러 뭐 하러 이렇게 멀리까지 가지...... 차라리 “다이세쓰 산”으로 가서 등산을 하는 게 낫지’라고 생각했었지…… 근데, 오늘 첫 목적지라서 뭐라고 말도 못 하겠고……

해서 올 때 기분이 좀…… 그랬어……. 근데, 오기를 정말 잘했다. 안 왔었으면 후회할 뻔했네…… 아무튼 렌터카 여행의 장점이 이런 거잖아……”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해바라기 마을로 올 때 아내가 시큰둥하다고 느꼈던 내 느낌이 생뚱맞은 거는 아니었었다.


우리가 해바라기 마을을 벗어날 때 오히려 마을로 들어가는 관광버스가 여러 대 보였다. ‘확실히 일찍 움직이니까 사람도 적고, 여행도 여유로워서 여러 가지로 이점이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일본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해바라기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멋진 세계적인 관광 상품을 만들었지?” 달리는 차 안에서 아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아무튼 일본 사람들의 “상업 정신” 대단해…… 우리 젊었을 때, 그 당시에는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 처음 신입사원 교육받을 때 일본의 “장인 정신” “상업 정신” 뭐…… 그런 거 많이 강조하고 배웠거든 ….

아무튼 “세밀함” “일관성” “정리정돈” “조화” “조직” 뭐 이런 것들이 일본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배워야 한다는 그런 교육들이었어…….


그런데, 무엇보다도 우리와 일본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우리의 역사는 농민이 기본이 되는 사회였지만

일본은 상업이 중심인 사회였다는 역사적 사실이지. 또, 그로 인해서 다르게 반응하는 서양문물에 대한 개방 자세와 역사 발전에 끼친 영향 등에 대하여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또 한 가지 일본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사회의 문화 특징 중 하나인 和 즉 “조화”를 잘 이해하여야 할 거야. 거기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 자기보다 앞선 자에 대한 인정 등 여러 가지 일본의 이타적 정신문화들이 파생되어 나오고, 궁극적으로는 집단의 힘을 강하게 만드는 밑바탕이 되니까......

어쩌면 일본의 잘못된 역사적 과오인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었던 국가 힘을 만든 요인이 운 좋은 역사적 흐름에다가 和의 요소. 이런 일본 특유의 문화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고 많은 학자들이 이야기들을 하지 ……”




호쿠류.jpg 호쿠류초 해바라기 마을 언덕


하늘, 해바라기.jpg
바라기.jpg
해바라기마을 해바라기 밭



마을.jpg 언덕 위에서 바라 본 호쿠류초 마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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