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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겡끼 데쓰까!

홋카이도 여름 렌터카 여행 이야기 #4 다이쎄쓰 산

by Arista Seo

“우에노 팜”을 나와 다음 목적지인 “아사히다케 로프웨이 스테이션”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이때 시간이 12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아침 일찍 시작하니 하루를 길게, 시간을 알뜰하게 쓰고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다이세쓰 산”의 최고 봉우리인 “하사히다케”(해발 2,290m)로 올라가기 위한 로프웨이를 타는 스테이션을 향하면서 일본의 농촌 풍경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되었다.

대부분 나무로 만든 집들이 잘 정돈된 주위 환경과 어울려져 일본 특유의 깔끔한 농촌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똑같지 않고, 개개 집들이 각각의 특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모습과 색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반듯반듯한 농지와 집 색깔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시야도 트이고, 운전 제한 속도도 우리나라보다 10km 정도 낮아서 천천히 운전을 하니 걱정했던 것보다 운전 피로도가 덜 했다.

목적지로 가는 산길도 잘 포장되어 있었다. 큰 호숫가를 옆에 끼고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로프웨이는 산 정상 밑에 있는 분화구보다 조금 더 낮은 곳에 있는 전망대까지만 왕복할 수 있게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곳 전망대에 도착하면 약 10여 분 동안 트레킹 및 등반 코스 소개와 안전 교육을 받아야 했다.


‘일본에서는 산의 높이를 보려면 “후지산”을 가고, 산의 크기를 보려면 “다이세쓰 산”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다이쎄쓰 산"은 품에 안고 있는 자연이 큰 웅장한 산이었다.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면서 본 산의 웅장함과 식생이 우리나라의 자연과는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로프웨이 밑으로 펼쳐진 울창한 산림이 사진에서 많이 보았던 북미 캐나다에 있는 산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하였다.


‘겨울철 이곳에 눈이 쌓이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장관이 만들어지겠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행 오기 전 본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이 떠올렸다.


여주인공(나카야마 미호)이 웅장한 산 앞의 눈 밭 위에서

“오겡끼 데쓰까? 와다시와 겡끼데쓰!” 하고 외치는 유명한 장면……

애틋한 첫사랑의 순수함이 생각나는 꽤 괜찮은 영화였다.

이곳 다이쎄쓰 산에서 촬영한 장면은 아니지만, 영화의 배경이 홋카이도이다 보니 눈으로 덮인 거대한 산이 나오는 영화의 장면이 떠오른것 같다.

다이쎄쓰-1.jpg 전망대 올라가는 로프웨이에서 바라 본 다이쎄쓰산




케이블카에서 내려 산의 정상까지 트레킹으로 갔다 오는 데 3시간이 걸린다는 안내를 듣고 정상 등반을 포기하였다.

대신 화산 분화구를 볼 수 있는 곳까지 조성된 1시간 정도 소요되는 트레킹 코스를 걸었다. 해발 2,240여 m 지점에 조성된 트레킹 코스였다.


제1 전망대에 있는 쉼터 의자에서 가지고 온 물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높은 산에 앉아 멀리 넓게 펼쳐진 구름과 산 줄기 장관을 보면서 먹는 컵라면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융프라우 만년설에서 먹는 컵라면과는 다른 맛의 눈과 입이 호강하는 점심이었다.


다이쎄쓰-2.jpg 제1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로프웨이 승하차장


다이쎄쓰-3.jpg 트레킹 코스에서 본 분화구 연못


분화구에 생긴 연못들 옆을 지나 멀리 뻗쳐진 능선을 보면서 화산이 숨 쉬는 듯 증기를 뿜어내고 있는 분기구 가까이 걸어 올라갔다.

분기구에서 일정 거리가 떨어진 지점부터는 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어 가까이 접근을 못 하도록 막아 놓았다.

분기구에서는 계속해서 쉼 없이 화산이 “쉭”하는 숨소리를 뿜어내고 있었다.

울타리 앞에 있는 나무 벤치에 앉아 잠시 쉬면서 아내와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졌다. 뿜어져 나오는 유황 증기를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함”에 대하여 잠시 생각했다.


다이쎄쓰-4.jpg 쉴새없아 숨을 쉬고있는 분기구


분기구 근처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전망대로 내려오는 트레킹 코스를 걷는 동안 많은 야생화가 길 옆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고산지대 특유의 선명한 색과 질긴 생명력의 모습에서 "청초"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화산이 숨 쉬고 있는 척박한 땅에서도 나타나는 생명력을 보면서 생명의 위대함과 존엄성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다이쎄쓰-5.jpg 화산 분기구에서 전망대로 내려가는 트레킹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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