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름 렌터카 여행 이야기 #5 후라노, 비에이
전망대로 걸어 내려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스테이션까지 온 후 우리는 “비에이”로 향했다.
로프웨이 스테이션을 출발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부터는 주변에 산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낮은 구릉지의 언덕 지대가 펼쳐졌다.
“비에이”에 있는 “호쿠세이노오카 언덕”을 가장 먼저 들렸다.
예상대로 많은 관광객들과 버스가 있었다.
언덕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니 전망대 아래로 넓게 펼쳐진 꽃밭 언덕이 보였다. “라벤더”는 이미 지고 난 뒤였고, 그나마 남아 있는 “라벤더”는 보라색 빛깔을 잃은 채 축 처진 모습으로 있었다.
"라벤더"가 피었을 때 왔으면 정말 아름다웠겠다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근처의 “켄과 메리의 나무” “세븐스타 나무” “마일드 세븐 언덕” 등을 구글맵의 안내에 따라 찾아다니면서 비에이의 목가적 풍경을 즐겼다.
“비에이”는 곳곳에 “꽃”과 “나무”를 컨셉으로하여 스토리와 목가적 풍경을 연계시킨 관광지를 만들어 놓은 지역이었다. 그러한 마케팅 때문인지 다른 지역에 비하여 이곳을 찾은 한국과 중국의 관광객들이 특히 많았다.
사람도 많고, 남은 일정도 있고 해서 우리는 조금 서둘러 “시키사이노오카 (사계채의 언덕)”로 갔다.
넓게 펼쳐진 경사진 언덕에 여러 가지 꽃들로 조성한 대형 꽃밭 언덕이었다.
빨강, 분홍, 자주, 파랑 등 각가지 색의 꽃들이 똑바르게 정렬되어 화려한 “색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무지개떡처럼 여러 색들이 확연히 대조되면서 각 색의 화려함을 표출하는 캔버스 같았다.
꽃밭과 꽃밭 사이를 걸으며 어떻게 하면 이 아름다운 색의 전경을 카메라에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셔터를 눌렀다.
시키사이노오카를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오니 시간이 오후 6시가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원래 오늘 가기로 계획되어있던 “간노 팜” 이나 “팜 도미타”는 “시키사이노오카”와 비슷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되어 가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아오이케”를 내일 아침에 제일 먼저 들른 후 “시레토코 반도”로 가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하였다.
원래 계획 중 내일 갈 예정이던 "쇼운코 협곡" 방향의 여행지도 이번 여행에서는 제외하기로 하였다. 내일 “시레토코 반도”를 거쳐 “마슈호”까지 가는 거리가 이번 여행 중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아내가 “시레토코 반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하기도 했다.
미리 예약해둔 “후라노”의 “유스호스텔”을 찾아 나섰다. 어렵지 않게 찾아 도착한 “유스호스텔”의 경치가 너무나 멋졌다.
구릉 지대의 언덕 위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는 통나무로 만든 집 이었다. 테라스에서 “후라노”의 전원 풍경이 한눈에 다 들어왔다.
테라스에는 “흔들 그네” 와 테이블, 의자 세트가 놓여있었고 해먹도 기둥과 기둥 사이에 묶여 있었다.
여행 전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2인 가족 숙소가 마감된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아내와 나는 따로 잠을 자기로 하고 공동 도미토리를 예약했었다.
공용 시설과 각자의 숙소를 안내받은 후 아내와 나는 각자 필요한 물품을 챙겨서 각자의 방으로 갔다.
저녁 7시에 정확하게 식사가 준비되었다.
저녁 식사 메뉴는 카레 덮밥과 야채샐러드였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고 신선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숙소를 나와 차를 타고 “신후라노프린스 호텔”을 향하여 갔다.
해가 져 주변은 어두운데, 가로등도 없고 사방에 불빛이 하나도 안 보였다.
아내는 밤에 운전을 하며 이동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꼭 가봐야 한다”라고 하면서 억지로 데리고 나왔다.
다행히 가면서 중간중간에 도로 옆에 있는 상점들과 건물들의 불빛이 보였다.
목적지인 "신후라노프린스 호텔"에 도착하여 주차를 한 후 미리 조사한 정보에 따라 호텔 맞은편으로 걸어갔다.
호텔 맞은편 건너 숲 속에는 그야말로 동화 속의 환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닝구르 테라스”
“숲 속의 작은 요정들이 사는 통나무 집”을 컨셉으로 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숲 속 길을 산책하듯이 걷다 보면 숲 속의 곳곳에 통나무로 된 작은 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통나무 집 안에서는 이 지역의 수공예품이나 붓글씨, 금속 공예품 등의 작품들을 만들고 있거나 판매하고 있었다.
통나무 집들의 크기가 요정이라는 컨셉에 맞게 작고 아담했다.
밤이 되니 조명 불빛으로 인해 “숲 속의 요정 마을”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적인 숲 속의 작은 마을이었다.
숲 속 “링구르 테라스”를 나와 호텔 앞 길을 산책하였다.
아내의 손을 잡고 걷다 우연히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니 머리 위로 북두칠성이 보였다.
‘이렇게 밤하늘 아래서 북두칠성을 본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바쁘고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살다 보니 별을 바라보는 여유조차도 잊어버리고 살아왔구나…… 이제부터는 고민하거나 안달하지 말면서 살자. 그저 순응하면서 다가오는 시간들을 즐기자. 둘이서 지금까지도 멋지게 살아왔는데…… 까짓 거 못해낼게 뭐 있어!!!
이제는 내가, 우리가 행복하고 즐거운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선택하고 생활하자…… ’ 혼자서 다짐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공용 식당으로 컴퓨터 등의 장비를 가지고 나왔다.
아내는 피곤하여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오늘 있었던 일과 사진을 정리하기 위하여 공용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숙소에서 서비스로 주는 커피의 향이 구수하였다.
모든 것이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에서 나오는 나무의 향과 커피의 향 그리고 그 향을 보듬어주는 전원의 자연 향이 나를 힐링시켜주는 시간이었다.
오늘 여행에 대한 정리 작업을 마친 후 테라스로 나갔다. 밤공기가 으스스한 느낌을 주었지만 오랜만에 해먹에 누워보았다.
밤하늘은 구름으로 가리어져 별들이 잘 보이질 않았다.
해먹에 누워서 내 모습을 그려 보았다.
그리고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싸늘한 기운으로 몸이 오싹하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떠 보니 해먹에 누워 잠든 지 50여 분이 지났었다.
테라스로 처음 나왔을 때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젊은 남, 녀 두 친구는 그때까지도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자연의 전원 속에 묻혀 힐링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 여행 둘째 날이었다.
<둘째 날 이동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