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Georgia
신이 살고자 했던 땅 조지아
아주 오래전 이 세상을 지배하는 신이 있었다. 나약한 인간을 불쌍히 여긴 이 신은 인간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어느 날 이 세상의 땅을 인간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그 소식을 듣고 세상의 모든 부족들이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신을 찾아갔고, 각자의 땅을 받았다. 그런데 오직 한 부족이 신을 찾아가지 못했다. 그들은 카르트벨리 Kartveli라 불리는 조지아인들이었다. 조지아 인들은 다른 부족들이 신을 찾아가 각자의 땅을 받는 동안 와인과 짜짜(조지아 전통 술)에 취해서 신에게 가지 못했던 것이다. 뒤늦게 신을 찾아간 카르트밸리는 신에게 울며불며 사정을 했다. 하지만 신에게는 더 이상 나눠줄 땅이 없었다. 정이 많은 신은 통사정 하며 매달리는 조지아인을 가엾게 생각했다. 결국 신은 자신이 살려고 마지막까지 남겨뒀던 땅을 조지아 인들에게 주었다. 그 이후부터 신을 더 이상 땅에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신의 마지막 남은 땅을 받게 된 카르트밸리들은 그 땅을 사카르트밸리(Sakartvelo: 조지아인의 땅)라고 불렀다. 지금의 조지아 땅이다.
조지아의 국토 면적은 남한의 2/3 정도 되는 작은 나라다. 하지만 자연경관은 웅장하고 화려하면서 신비롭다. 대부분 지역이 산악지대로 코카서스 산맥에 속하는 봉우리들의 평균 높이가 4,600m에 이른다. 국토의 38%에 해당하는 산림이 차가운 북풍을 막아주고 흑해의 영향을 받아 고산지대를 제외하고는 연중 온난하다. 숲에서 나오면 야생화 들판이 펼쳐진다. 아름다움과 편리성과 접근성에서는 알프스에 뒤질 수 있고, 장대함이나 규모면에서는 히말라야에 못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코카서스는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야생적이고 소박한 미가 있다. 서부에서는 습기가 많은 아열대성 기후가 나타나지만, 동부는 온대성 습윤 기후부터 건조한 아열대성 기후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흑해 연안 지역은 비옥하며, 리오니 강과 인구리 강이 그곳으로 흘러들어 간다.
전설과 신화 속 이야기, 신들의 놀이터
조지아를 대표하는 자연으로 다섯 곳을 이야기할 수 있다.
1) 국립공원지역인 ‘투세티 Tusheti’ 지역. 코카서스 지역에서 가장 생태학적으로 잘 보존되어있는 지역으로 산악 트레킹으로 인기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 가면 매우 친절한 조지아 인들과 숨 막히는 자연을 만나게 된다. 해발 3,000m 이상의 가파른 도로는 위험해서 여름철 몇 개월만 개방하며 4륜 구동차로 가야만 한다. 고개의 정상에서 국경이 되는 산을 넘어가면 체첸공화국과 다게스탄으로 가게 된다. 전기가 없이 태양에너지를 사용하는 마을인 ‘오말로 Omalo’를 허브로 해 당일치기 트레킹을 하면 좋다.
2) ‘카즈베기 국립공원’. 이 ‘카즈베기 산 Kazbegi’은 조지아에서 세 번째로, 코카서스 산맥에서는 일곱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조지아 사람들은 이 산을 ‘하얀 신부’라고 부른다. 산의 동쪽 끝에서는 조지아 군사도로가 2,378m 높이에 있는 ‘다리알 Darial’ 마을을 통과한다. 카즈베기 산이 있는 ‘스테판츠민다 Stephansminda’ 지방에 들어서면 2,200m 높이에 있는 조지아에서 가장 신성한 교회 중 하나인 ‘츠민다 사메바 수도원 Tsminda Sameba Monestery’으로 눈길이 간다. 14세기에 지어진 이 수도원까지 걸어 올라가는 가파른 길에서 야생화 초원, 낙엽수 숲과 침엽수림 등을 만난다. 여행자들은 샤니산의 웅장함을 배경으로 소박한 수도원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경건함에 본인도 모르게 어느 사이엔가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수도원 주변에 펼쳐진 초록의 싱그러움은 그곳까지 올라오느라 고생한 여행자에게 카즈베기 산이 주는 선물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 Knut Hamsun’은 그의 소설에서 카즈베기 산과의 만남을 이렇게 표현했다.
‘방향을 꺾으니 갑자기 오른쪽으로 큰 틈새가 열리며 밝은 태양 아래 반짝이는 카즈베기의 만년설 봉우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산과 만년설은 어느 사이에 우리 바로 앞으로 와 조용히 우뚝 서 있었다. 그것은 다른 세계의 생물이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내가 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처럼...’
3)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작은 마을 ‘샤티리 Shatili’가 있는 ‘케브스레티 Khevsureti’ 지역이다. 트빌리시에서 북쪽으로 약 140km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지역은 고도 800m에서 시작해 구불구불한 길을 3,000m까지 올라가고, 700m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강을 중심으로 양쪽에 수백 미터 높이의 능선을 따라가는 길이다.
4) ‘라차 Racha’ 지역. 라차는 산 위에서부터 흑해까지 빠른 유속으로 강이 흐르며 주변으로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는 ‘리오니 강 Rioni’이 압권이다. 고도 2,300m에서 송어 낚시를 하는 즐거움을 상상해 보라.
5) ‘스바네티 Svaneti’ 지역. 이곳의 중심은 코카서스에서 가장 등반하기 힘든 산 중 하나인 ‘우쉬바 산 Ushba’(4,710m)이다. 특히 어려운 것은 날씨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곳에 가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스바네티 지방의 중심인 ‘메스티아 Mestia’까지 갈 때 반드시 4륜 구동 차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인 ‘우쉬굴리 Ushguli’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4륜 구동차가 필요하다. 혹은 메스티아에서 4륜 구동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우쉬굴리에 있는 ‘슈카라 산 Shkhara’은 5,068m로 조지아에서 가장 높으며, 유럽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이다.
신의 눈물 조지아 와인
세계 4대 장수 국가로 불리는 조지아는 비옥한 땅과 청정 계곡, 높은 산악지대 사이에 분지처럼 자리 잡은 넓은 평원으로 인해 프랑스와 다른 일조량을 가지고 있다. 이슬과 만년설을 머금으며 따사로운 여름 햇살에 포도와 각종 과일들이 여물어가는 풍요로운 곳이다. 자연스럽게 포도를 이용한 와인 생산이 발달했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 노아가 술에 취해서 잠에 곯아떨어졌다는 이야기 속의 술이 바로 조지아 와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8,000여 년의 와인 역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조지아가 인류 최초의 와인을 만든 나라라고 이야기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의 포도 품종이 320여 종인데 비해 조지아는 공식적으로 판명된 포도의 품종만도 520여 가지가 된다.. 특히, 조지아 와인은 만드는 방법에서부터 커다란 점토 항아리(‘크베브리’라고 한다.)에 포도를 담가 발효를 시킨다. 이 와인 제조법이 201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그 진가가 더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러 와인의 종류 중에서도 조지아 와인의 특징은 매우 깊고 무거운 맛과 향인데 ‘스위트 레드 와인’에서 더 많이 느껴진다.
조지아 와인의 최대 산지인 동부 카헤티 주에는 설산을 배경으로 포도밭과 유명한 와이너리들이 끝없이 펼쳐져있다. 9월이 되면 포도송이들을 신에게 바치기 위한 수확을 하는 하베스트 축제가 곳곳에서 열린다.
카헤티 주의 도로변에는 복숭아, 멜론 등 갓 따온 신선한 과일을 쌓아놓고 파는 노인과 아낙네들이 곳곳에 있다. 이곳에서 과일을 사면 세 번 감동하게 된다. 한 번은 복숭아 10개에 800원 정도 하는 싼 가격에 놀란다. 다른 한 번은 한입 베어 먹을 때마다 혀끝에 전해 오는 신선한 당도에 놀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말은 통하지 않지만, 검게 그을린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띠우며 봉지에 하나 더 슬쩍 넣어주는 그들의 진솔함과 순수함이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조지아의 여름인 7월과 8월은 저지대 지역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간다. 산악지역이나 흑해 연안 여행은 최적의 시기이나 저지대 여행은 힘들 수도 있다. 5월에서 6월 그리고 9월에서 10월까지가 여행에 전혀 무리가 없다. 10월 말부터 3월까지는 기온도 많이 내려가고 눈도 많이 내려 여행하기 힘든 시기다. 반면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는 포도가 수확되는 계절로 가장 풍요로운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