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ista Seo May 10. 2021

강원도 봄 추천 여행지▶ 야생화의 낙원▶ 곰배령

강원도 인제


5월을 맞이하여 오래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청정지역 곰배령에 갔다. 

점봉산이 유네스코 지정 생물 보존지역이기 때문에 입산이 금지되어 있지만, 강선 계곡부터 곰배령까지의 5km 정도 구간은 생태탐방 구간으로 조성돼 예약자에 한해 입산할 수가 있다. 환경보호를 위해 1일 탐방인원을 예약자 450명, 지역 펜션 예약자 45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산림청 예약 사이트 “숲나들e”에서 4월에 예약을 했다. 1인당 2명 예약이 가능하다. 


www.foresttrip.go.kr/


곰배령은 인제군 진동리 설피밭 마을에서 귀둔리 곰배골로 넘어가는 1164m 높이의 고개다. 곰이 배를 하늘로 하고 누워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곰배령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아침 9시에 출발지인 생태관리 센터 앞에서 예약자 확인과 출입증을 받은 후 출발했다. 야생화와 자연보호를 위해 파릇한 나무들 사이로 만든 데크 길을 걸었다. 데크 길 양 옆에서는 새벽 물기를 머금은 노란색, 흰색 야생화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채 방문객들을 맞아주었다.


서울은 초여름의 날씨를 보이고 있는데 곰배령은 이제 막 봄이 시작된듯했다. 거기다 어젯밤에는 몇십 년 만의 이상기후로 이 지역에 폭설이 내렸었다. 길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이어졌다. 좁은 산길이지만 올라가면서 만나는 산괴불주머니, 동의나물, 양지꽃, 노랑제비꽃, 피나물, 괭이눈 등의 노란색 계열 야생화들이 산길의 지루함과 힘든 것을 잊게 했다. 


고개를 올라가는 내내 야생화와 물소리, 새소리가 함께 하는 산행이었다. 자세히 보면 예쁘다는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봐야 보이는 야생화들은 이제 막 땅을 부풀려 흙이 비켜준 자리를 따라서 올라오고 있었다. 홀아비바람꽃, 꿩의바람꽃, 모데미풀, 현호색 등의 붓끝으로 그린 것 같은 꽃들에게서 진짜 봄을 만나는 설렘이 울려왔다.


모 방송국 드라마 “곰배령”에 대한 이야기꽃이 함께 간 아내에게서 피어났다. 위선과 욕심이 없는 자연에서의 삶을 이야기한 드라마 배경과 제목이 왜 ‘곰배령’인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전날 내린 폭설로 눈 덮인 산행길이 시작됐다. 눈 속에서 고개를 내민 얼레지와 현호색 군락지가 보였다. 모진 바람과 눈을 맞으면서도 견디어 낸 곰배령의 꽃들은 자기의 일생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눈부신 생명의 신비가 보였다. 


이른 봄의 곰배령 정상은 하얀 설원 위에 녹색 생명이 움트는 위대한 자연의 힘이 느껴지는 배경이다. 우리의 삶이 꽃길이 아니어도 위선과 욕심 없이 한발 한발 견뎌내며 살아간다면 그런대로 가치 있는 위대한 삶이 될 것이라고 위로해 주는 듯했다. 온몸으로 내 삶의 울타리를 지키리라 스스로 다독거렸다.

 

곰배령 탐방로는 앞서 설명한 산림청에서 예약, 관리하는 산림생태탐방로와 귀둔리 곰배골에서 령 정상까지 올라가는 ‘설악산 국립공원 점봉산 분소’에서 관리하는 두 가지 탐방로가 있다. 곰배골 구간은 곰배령 구간보다 경사가 더 가파르고 힘이 들지만 거리가 조금 더 짧다. 만약 이 코스 탐방을 계획한다면 ‘국립공원 예약시스템’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1일 300명 이내에서 인터넷 예약과 현장 접수를 한다.) 

https://reservation.knps.or.kr


전망대에서 생태관리 센터로 내려오는 길은 올라올 때와 다른 B코스를 선택했다. 더 길고, 골이 깊은 산길이다. 하지만 봄 햇살의 눈부심 보다 자연 그대로의 봄을 만날 수 있어서 더 새로웠다. 


내려오는 길은 5월인데도 진달래가 피었다. 

그 느림이 마냥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원도 봄 추천 여행지 ▶▶▶ 동악명산원주 치악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