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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May 10. 2021

강원도 봄 추천 여행지 ▶▶▶
동악명산원주 치악산

강원도 원주

연두 연두 한 색이 삶을 견딜만하게 힘을 주는 2021년 봄이다. 이번 봄에는 풍성한 녹색 잎보다 연두색의 마른 가지에서 살짝 고개를 내미는 새순과 떨어질 듯 매달려 흔들리는 작은 잎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그래서 마음 급한 여름에게 밀려가는 봄을 잡고 싶어 강원도 원주에 있는 치악산으로 갔다.


국립공원 치악산에는 산행 코스가 많이 있지만, 이번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룡사지구 신흥동 주차장에서 시작해 세렴폭포를 거쳐 비로봉 정상까지 올라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구룡사까지 가는 잘 닦인 호젓한 길에는 길가를 따라 연등이 걸려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고 어두운 지금의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은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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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황장목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가장 맑은 숨결과 가장 따뜻한 손길이 다가왔다. 자연과의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숲길에서 느낀 봄날의 경이는 진정한 휴식과 내면으로 떠나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나를 이끌었다.


구룡사는 삼국시대 신라의 승려 의상이 창건한 사찰이다. 이 고찰을 둘러볼 마음의 여유도 주지 않고 봄은 더 깊은 산속으로 나를 당겼다. 봄기운이 시키는 대로 했다. 세렴폭포를 본 후 비로봉 정상으로 가는 길로 ‘사다리병창 길’ 코스를 선택했다. 병창은 ‘벼랑’ ‘절벽’이라는 뜻을 가진 강원도 방언이다. 가파른 경사 길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높이에 따라서 산의 풍경은 각각이었다. 사방천지 연두와 초록과 녹색에 노랑이 섞여있었다. 하지만 높이에 따라서 섞인 색의 비율이 달랐다. 


정상을 향해 높이 올라가니 봄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 심지어 정상과 가까운 곳은 이제야 봄기운을 맞이하고 있었다. 


산행 길에 만난 숲은 봄바람에 연두 빛 나뭇잎이 춤을 추기도 하고, 작은 나뭇잎이 봄기운에 바르르 떨기도 하는 봄 잔치였다. 나뭇가지 밑에는 이제야 핀 분홍빛 진달래가 수줍은 듯 홀로 서 있기도 했다. 

오가는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은 인간의 모든 욕망과 감정을 담은 어떤 건축물보다 더 간절하고 견고한 구도의 마음을 보이고 있었다. 


해발 1,288m의 치악산 정상 비로봉에는 용왕탑, 산신탑, 칠성탑의 커다란 세 개의 미륵불탑이 있다. 

5.6km의 가파른 계단과 산길을 걸어 힘들게 정상에 오르니 오늘 또 하나 만든 작은 완성이 내 안을 희열로 가득 채웠다. 이 기쁨의 감정이 내 삶에 더 큰 완성을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작은 기쁨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느껴 더 큰 기쁨의 인연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오기를 기도했다.   


정상에서 구룡사로 내려오는 길은 ‘계곡길’을 선택했다. 올라왔던 길과 마찬가지로 가파르고 험한 바윗길이다. 이끼와 나뭇가지로 덮인 원시림이다. 

계곡길의 봄은 야생화가 지천에 깔린 봄이었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계곡길로 내려왔기 때문에 만날 수 있었던 치악산 계곡길의 야생화들은 이날 나에게 꽃이 되었다.  


올라갈 때 지나쳤던 구룡사에 들렸다. 

수령 200년이 넘은 보호수인 구룡사의 은행나무에도 봄기운은 완연했다.


 치악산 등반길은 악산이라는 이름처럼 힘든 과정이었지만, 봄기운을 흠뻑 받은 새로운 하루였다. 주차장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내 인생에 봄은 몇 번 남았을까? 

인생을 행복하게 살지 않은 큰 죄를 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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