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름 렌터카 여행 이야기 #13 삿포로
드디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첫날 미처 둘러보지 못했던 삿포로 시내를 좀 더 보기 위하여 일찍 숙소를 나왔다. 집주인이 없어서 더 신경을 써서 정리 및 마무리를 한 후 고맙다는 인사말을 쪽지로 남겨두었다. 삿포로로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을 마셨는데도 일찍 일어나서인지 자꾸 하품이 나오고 졸렸다. 할 수 없이 차 안에서 10분 정도 잠을 잔 후 이동하였다.
삿포로 시내로 들어와 먼저 “홋카이도 대학”으로 갔는데 정문이 닫혀 있어서 차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오도리 공원 지하 주차장”으로 갔으나, 그곳도 오전 9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고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차를 돌려 대학 남문 밖 바로 앞에 있는 “자동 기계식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에서 나가려는 손님의 도움을 받아 그곳에 주차를 하였다.
홋카이도 대학은 짙은 녹색과 담쟁이넝쿨, 빛바랜 벽돌 건물들이 어우러져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아우라의 캠퍼스였다. 대학 박물관과 중앙공원 등을 둘러본 후 유명한 플라타너스 길을 찾아갔다. 캠퍼스를 걷는 동안 사색의 분위기와 함께 가을날 낙엽 굴리는 것 같은 우수에 싸인 바람이 불어와 묘하게 감성을 자극하였다.
“아휴, 이런 분위기에 있으면 저절로 공부가 되겠다. 분위기가 정말 사색적이네……” 잠시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이곳의 분위기에 짓눌린 느낌을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이런 데서 공부하는 친구들은 정말 좋겠다. 얼마나 좋을까…… 저 친구는 뭐를 전공하고 있을까…… 나도 다시 젊어진다면 공부 한번 열심히 해보고 싶다.” 아내도 이곳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당신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어…… 뭐 지나고 나니까 그런 생각들이 드는 거지…… 나도 내가 이렇게 젊음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 몰랐어…… 인생이 다 그런가 봐. 그런데, 아마 우리보다 더 나이 드신 분들은 지금 우리 때도 부럽다고 할걸…… 더 나이 먹은 후 지금 이때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삽시다…… 뭐, 지금까지도 열심히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더 넓은 세상, 더 많은 경험, 더 멋진 추억들을 만들면서 살아갑시다.” 아내의 젊었을 때 모습을 회상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 생기는 미안함과 애틋한 마음을 에둘러서 말하였다.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의 크기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작았다. 중앙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 아내와 담소를 나눈 후 다시 “오도리 공원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주차 후 오도리 공원 옆에 있는 “홋카이도 도청 구청사”로 갔다. 일본 양식의 구청사 건물과 건물 앞 정원등을 둘러본 후 다시 JR 타워로 갔다. 타워 안에는 사람도 많고 복잡했다. 공항에 도착하여야 될 시간에 대한 염려도 있고 해서 잠시 그곳을 둘러본 후 오도리 공원으로 되돌아왔다.
“오도리 공원 지하 주차장”으로 돌아오면서 출입구를 찾지 못하여 지하에서 20여분을 헤 멘 후 지하철역 직원에게 물어 겨우 주차장 안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지상에서 찾아갔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었는데, 지하 1층 상가 거리에서 출입구를 찾지 못했었다. 아마 이때가 이번 여행 중 제일 많이 이마와 등에서 식은땀을 흘렸던 때였던 것 같다.
공항으로 가기 전 차를 반납하기 위하여 렌터카 회사 옆에 있는 주유소에 들려 휘발유를 가득 넣었다. 렌터카 회사에 도착하여 차량 검사 등 반환 수속을 다 마치고 나오려는 데 직원이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뭔가 했더니 ETC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나는 분명 한국에서 예약할 때 “외국인 전용 정액 ETC카드”를 신청하였는데…… 무슨 비용을 청구하는 것인지……’ 내가 이해를 못하자 직원이 우리가 여행 기간 동안 이용한 통행료 내역을 뽑아 왔다. 그때서야 나는 처음 렌트할 때 “외국인 전용 정액 ETC카드”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아, 처음에 확인했어야 하는데…… 이 친구들은 후불제 카드를 넣어 준거였구나. 때늦은 후회를 했지만 소용없을 테구……’ 결국 직원과의 의사소통이 정확히 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다. 10만 원 정도 손해를 본 것 같아 속은 쓰렸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렌터카 회사에서 공항까지 버스로 데려다주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비행기 출발까지 아직 시간에 여유가 많았다. “신치토세 공항”은 우리나라 “제주공항” 보다도 규모가 작고 시설도 열악했다. 엔화 동전 남은 것으로 면세점에서 과자 몇 개를 샀다. 점심으로 공항에 있는 스낵코너에서 가락국수를 먹었는데 사람이 많아서 한참 기다려야 했을 뿐만 아니라 정말 맛도 없었다. 가격은 시내에 있는 음식점보다 비싸면서, 인스턴트식품을 조리해 주는 것 같았다. 정말 최악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음식을 공항에서 팔지……’ 지금까지 좋았던 이번 여행의 느낌에 살짝 흠집이 생겼다.
비행기 탑승을 위하여 게이트로 가면서 아내가 친구들을 우연히 만났다.
“참, 세상 좁네...... 이 좁은 세상, 우리 남은 인생 동안 건강하게 살면서 가슴 한 가득 다 담아보자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내와 한 약속이다.
<여덟쨋날 이동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