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만국박람회를 위한 베네치안 타워와 몬주익 분수, 까탈루냐 미술관 그리고 스페인 광장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산 정상에서 내려와 버스와 메트로로 갈아타면서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메트로 지하역에서 지상으로 나오니 원형 교차로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조각들로 장식되어있는 스페인 광장이 보였다. 그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아레나도 눈에 띄었다. 아레나는 1900년에 세워져 과거에 투우 경기장으로 쓰이다가 카탈루냐 지방에서 투우가 금지되면서 쇼핑몰로 리모델링되었다고 한다.
아레나 위에 올라가면 스페인 광장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어 아레나로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1유로를 내란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내기는 했지만 찝찝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레나 내부를 통해서 옥상까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여 무료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정보에 어두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정말 얍삽한 장사라는 생각이 들어 불쾌했다.
그래도 아레나 옥상에서 바라 본 스페인 광장과 베네치안 탑, 언덕 위 까탈루냐 미술관까지의 경관은 압권이었다.
아레나를 나와 몬주익 분수가 있는 쪽으로 가는데 두 기둥으로 세워져 있는 “베네치안 타워”가 눈에 확 들어왔다. 스페인 광장과 몬주익 분수를 연결하는 일종의 관문으로 1929년 만국박람회 때 몬주익 분수와 함께 세워졌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산 마르코 광장”의 종탑을 모델로 하여 높이 47m, 하부는 인공석, 주요 부위는 붉은 벽돌, 상부는 석조로 만들어졌다.
아마, 스페인 광장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밤에 하는 분수 쇼 일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가 이곳에 갔을 때 분수는 보수 공사를 위하여 공연을 하지 않는 시기였다. 그러나, 비록 분수 쇼는 볼 수 없었지만 까탈루냐 미술관까지 올라가는 길에서 느껴졌던 이국적 경관과 아름다움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
만국박람회 전시장으로 건설되어 1934년 미술관으로 개관한 “까탈루냐 미술관” 안에 들어가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대신 미술관의 웅장한 건물과 함께 거대한 성안에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계단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영화 “글레디에이터”가 생각났다. 마치 개선하는 “막시무스” 장군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술관부터 스페인 광장까지 이어진 이 길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속에서 감동이 울려왔다.
재미있는 색다른 경험 “호안 미로”의 세계
미술관 옆 길로는 유대인 지구가 조성되어 있다. 조용하고 호젓한 공원 길을 따라 걷다 보니 “호안 미로 미술관”에 도착했다. 관람이 무료였다. 해, 달, 별을 주제로 한 작품들과 동심 그리고 사람, 여자,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출신답게 “바르셀로나 시리즈”도 전시하고 있었다. 추상주의와 초현실주의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기만의 예술 세계를 창조한 미술가였지만 왠지 그의 작품들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심플하게 다가와서 좋았다.
미술관 관람 중 차도 한잔 마시는 여유를 누리며 “호안 미로”의 예술 세계에 대해 친근감이 느껴진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미술관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올림픽 경기장으로 갔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메인 경기장으로 사용된 “루이스 콤파니스 경기장” 스타디움으로 우리나라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에서 우승한 경기장이다. 주변 공원과 스포츠 단지가 잘 정돈되어있고, 마침 저물어가는 석양의 햇빛을 받아 아래로 보이는 바르셀로나 시내의 색다른 맛이 느껴졌다.
바르셀로나의 일몰 “몬주익 성”
올림픽 경기장 공원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언덕의 정상에 있는 몬주익 성으로 갔다. 17세기에 만들어진 성으로 전에는 감옥과 무기창고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군사 박물관으로 개방되고 있다. 이곳에서 바르셀로나 시와 지중해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고 싶었다. 포트벨의 해안 데크에 앉아 석양을 보았을 때 바다 위를 다니던 케이블카가 여기까지 오는 것이다.
몬주익 성 앞에서 스페인 광장까지 버스를 타고 나와 스페인 광장의 야경을 둘러보았다. “까탈루냐 음악당” 송년 음악회 공연 시간이 저녁 9시여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스페인 광장에서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와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다가 가능하면 음악당의 내부에 오래 있기 위하여 8시도 안되어 숙소에서 나왔다. 고딕지구를 지나면서 다시 “바르셀로나 대성당” 앞으로 갔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밤이 너무 아쉬워 대성당 옆 “왕의 광장”도 다시 가 보았다.
“까탈루냐 음악당”에서의 2017년 송년 음악회
아침에 보았던 음악당의 외관도 아름다웠지만, 조명을 받은 외관의 화려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까탈루냐 음악당”이 지역사회와 시민들의 모금을 통하여 탄생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하드웨어의 아름다움이 더 빛나 보였다.
정문을 통하여 입장한 후 로비를 거쳐 1층으로 먼저 올라갔다. 복도와 계단의 벽면에 새겨진 조각과 스테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움에 숨이 멈추는 듯했다.
콘서트 홀에 들어가 앞을 바라보니 각종 모자이크 타일과 붉은 벽돌, 스테인드 글라스, 석제 조각과 고대 스타일의 기둥들로 장식된 무대가 보였다. 화려함과 우아함이 느껴졌다. 발코니 석으로는 여러 화려한 조각들이 있었는데 역사상 위대한 작곡가나 바르셀로나 관련 위인, 신화의 여신들을 조각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객석도 무대 못지않게 화려했다. 뿐만 아니라 콘서트 홀 천장의 화려함과 다채로운 패턴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음악회 중간중간 관객들과 출연자가 함께 노래도 부르고 하는 열정적 무대였다. 자세히 들어보니 축구 경기할 때 부르는 응원가처럼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리듬이 반복되었다.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전 관객이 일어나 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사르다나를 추는 장관을 연출하였다.
2017년의 송년을 뭐라고 말하여야 하나…… 평생 잊지 못할 송년의 밤 추억을 만들었다.
뜻과 의미는 모르지만 공연장에 있는 모든 사람처럼 우리도 함께 일어서서 같이 손뼉 치며 음을 따라 웅얼거렸다. 나도 이 순간만큼은 까탈루냐의 일원이 된 것 같았다.
박수를 치고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마음속에 더욱 간절함이 생겨났다. ‘언젠가 다시 한번 더 바르셀로나에 꼭 오게 해 달라고……’
아침 일찍 바르셀로나 대성당에서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