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昆明)
이번 여행의 시작은 “봄의 도시”로 불리는 쿤밍(昆明)에서 시작하였다. 높은 해발고도로 인해 1년 내내 따스한 도시라고 하는데, 우기여서인지 저녁이면 어김없이 비가 와서 습도가 높았다. 한국의 여름보다 덥지는 않았지만 꿉급한 느낌은 들었다. 전날 저녁 도착하여 공항에서 시내로 올 때 보인 가로등에 붙어있는 장식이 중국 땅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 근처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근처에 큰 시장이 있어 장사를 준비하는 이곳 사람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어느 나라든 시장은 삶의 치열한 현장이었다. 대추 가격을 물어보니 우리나라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거 같아 한 봉지를 샀다. 삶은 옥수수와 우리의 호떡같이 생긴 빵도 샀다. 확실히 우리나라에 비해 물가가 많이 쌌다. 물가뿐 아니라 인건비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올랐지만, 상하이 등 중국의 대도시에 비하면 아직은 싸다고 한다.
2016년 상하이에서 출발하여 쿤밍까지 오는 중국 남부의 동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노선이 개통되었다. 이 노선을 앞으로 리장을 거쳐 샹그릴라, 티베트까지 연결시키기 위하여 현재 각 구간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여행을 하는 내내 곳곳에서 터널을 뚫고, 공사하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보이차를 말에 싣고 5,000여 km의 길을 1년여에 걸쳐 걸어서 교역하던 길을 이제 시속 300km의 속도로 하루 사이에 오갈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시대가 열리면 이곳 도시와 사람들의 모습만이 아니라 2,000여 년 이상 변하지 않았던 차마고도 루트에 있는 많은 것들이 변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쿤밍에 건물을 사기 위하여 현지인들은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남만”이라는 독자적 역사를 지니고 있다가 “원나라”에 정복된 후 이어진 “명나라”의 통치를 받았던 쿤밍은 이제 완전히 한족화 되어 20011년 기준 6백5십만 명의 인구 중 5백만 명 이상이 한족이라고 한다. 약 1백만 명 정도가 소수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이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쿤밍에는 소수민족의 특색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여행지에서 관광객을 안내하기 위하여 소수민족의상을 입고 설명을 하는 사람들과 “윈난 민족촌” 외에는 독특한 문화와 특성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윈난성 소수민족의 특성과 독특함은 아직은 더 오지인 따리(大理), 리장(丽江), 샹그릴라 등에서 접할 수 있었다.
쿤밍에서는 오히려 수 억년 자연의 흔적이 매력적이었다. 2억 7,000만 년 전에는 바다였던 곳이 약 백만 년 전부터 융기하여 육지로 변한 후 비와 바람으로 장관을 만든 스린(石林)을 오전에 갔다. 중국의 4대 자연경관 중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광활한 카르스트 지형이기도 하다. 해발 2,000m의 높이에 있는 전형적인 열대 석회암 지형의 돌기둥이 나무처럼 하늘을 향하여 치솟아 숲을 이루고 있었다. 세상의 삼라만상이 기기묘묘한 돌로 표현되어 있다고 해도 좋을 듯했다. 워낙 넓은 지역이어서 정문으로 입장하여 셔틀 관광차를 타고 들어가 내린 후 걸어 돌아다니게 되어 있다.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대석림에서 바라 본 돌 숲의 파노라마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규모로 펼쳐져 있었다. 휴가철을 맞이하여 중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돌 숲 곳곳이 붐볐다. 그래도 워낙 넓어서 우리와 함께 다닌 두 분 선생님은 돌 숲 속에서 길을 잃어 한참 동안 통로를 찾아 헤맸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소석림은 특히 작은 호수와 어울려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아름다운 산수화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게 하였다. 초록색 잔디 위에 뿌려져 있듯이 서있는 돌 숲의 모습도 싱그러워 보였다.
스린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미리 음식을 조리하면서 고수를 빼 달라고 요청하였다. 7가지 종류의 음식이 나왔는데 다 맛있었다. 이 정도면 음식 먹는데 아무 문제없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점심 식사 후 쿤밍에서 동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지우샹(九鄉)동굴로 갔다.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경사진 넓은 밭에 담배 잎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굴 안으로 내려가니 66개의 종유석과 수많은 석순들이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으며 기괴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안에는 총 100여 개의 천연 종유동굴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동굴의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총 600m 길이의 지하수로에는 엄청난 양의 물들이 폭포수처럼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걷다 보면 30m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의 물소리가 포효하는 곳도 접하게 된다. 소리의 울림이 좋아 음악회가 열린다는 동굴 안의 넓은 광장에서는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마치 다랭이 논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석회암 지형의 기경에 연신 감탄하게 되는 것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못 보았으면 후회했을 것 같은 신비하고 아름다운 지하 동굴 세계 탐험 여행이었다.
한국에서 중국식 오리 요리는 북경식으로 슬라이스를 쳐서 나오는 것이 유명하고, 지금까지 중국식 오리 요리는 그런 북경식만 먹어 보았다. 그런데 이곳 윈난성의 오리 요리는 우리의 후라이드 치킨식으로 잘라져 나오는 것이 특색이라고 “허텐샤”의 김 사장이 설명해 주었다. 굉장히 크고 손님이 많은 오리 요리로 쿤밍에서 유명한 식당이라고 한다. 긴장하면서 기다렸던 오리 요리 역시 큰 거부감 없이 먹을 만했다. 여행 첫날 도전한 중국음식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중국의 도시들 중 변화의 중심에 접근해 가고 있는 쿤밍 여행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접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고성 여행이 시작되면 이번 여행의 주된 기대감에 가까이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을 정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