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tra, Cascais, Aveiro
ㅣSintra를 꼭 가야 하는 이유
리스본에서 서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산속에 한 도시가 있다. 이 도시가 영국 시인 “바이런”이 그의 시집 “차일드 헤럴드의 여행 Childe Harold’s Pilgrimage”에서 “에덴동산”이라고 표현한 아름다운 도시 “신트라 Sintra”이다. 도시의 봉우리 중 한 곳에 19세기에 세워진 “페나성”이 다른 곳에 ‘무어인의 성”이 있다. 왕의 사냥터라고 하는 숲 속 정원을 내려오면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이슬람 양식”과 “고딕 양식”이 혼합된 왕실의 여름 거주지와 귀족들의 빌라, 정원들이 동화 속 세상처럼 펼쳐진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두 군데 모두 등재되어 있는 도시다.
어제 하룻밤 묵은 리스본 근교의 휴양지 “카스카이스 Cascais”는 포르투갈의 대표적 휴양지라는 명성에 맞게 규모도 크고, 깨끗한 고급 휴양지였다. 금방 떠나야 되는 것이 못내 아쉬워 아침 일찍 거리로 나가 대서양에 접하고 있는 해안 길과 상가 거리를 산책했다. 이곳도 산티아고 순례길 코스 중의 한 곳에 해당이 되는지 길 구석에 “Caminho de Santiago”라고 쓰여 있는 안내판이 보였다. 조용히 하루쯤 쉬었다 가면 좋을 것 같은 휴양지인데….
어젯밤에 내리던 비가 아침의 “카스카이스”에서는 오지 않았는데, 높은 지대인 “신트라” 근처에 오니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자료를 보니 버스를 타고 “페나성”까지 올라가라는 이야기가 있어 차를 시내 주차장에 주차시킨 후 버스에 탔다. 버스는 페나성, 무어인의 성, 헤갈레이라 별장을 순환하고 관광객들은 자기가 필요한 곳에서 내리거나 타는 시스템이었다. 승차권도 “일일 승차권”과 “일회 순환 승차권” 두 종류가 있었다.
페나성으로 올라가는 중에 도로 공사로 길이 막혀 승객들이 모두 내린 후 걸어서 페나성으로 갔다. 부슬비 내리는 산속 숲길을 걷는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올라가는 구름 사이로 페나성의 원색이 언뜻 보일 때에는 성에 대한 기대감이 급상승했다.
ㅣ페나성과 무어인의 성
매표소에서는 “외부 구경” 과 “박물관 포함 구경” 두 가지로 나누어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박물관 포함 구경” 입장권을 샀는데, 나중에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성(城)은 “페르난도 2세가 19세기에 아내 마리아 2세를 위해 지은 성이라고 한다.
독일 남부 “피센 Fussen” 근처에 “슈방가우 Schwangu” 지방이 있는데, 이곳에 “노이슈반슈타인 성 Neuschwanstein”이라는 아름다운 성이 있다. 이 성이 미국 디즈니랜드 판타지성의 실존 모델이며 디즈니 영화사의 로고로 등장하는 성이다. 이 성을 지은 건축가 “루트비히 폰 에슈테케”가 마누엘 양식과 기하학적 타일 장식, 독일식 첨탑 등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이곳 “페나 성”을 지었다.
그래서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페나 성” 두 성의 첨탑 모양과 느낌이 비슷했다. 성(城)의 노랑, 빨강 원색의 느낌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동화 같은 신비함과 환상을 불러일으켜서 좋았다. 참, 예쁜 성(城)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 주위의 정원은 왕의 사냥터였다고 하는데 3,000여 종이 넘는 나무와 꽃이 있는 숲이라고 한다.
성 안의 박물관은 왕족들이 생활하던 가구, 그림, 생활용품 등 사용하던 모든 것들을 그대로 전시해 놓았다. 내부의 화려한 타일 장식과 예배당 등 왕족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보는 것 같아 실감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페나성”에서 나와 “무어인의 성”을 향해 걸어가다 보니 주차장이 보였다. ‘헉, 차를 가지고 와서 여기에 주차해도 되는 것이었네…… 아쉽네…..’
“무어인의 성”은 7~8 세기에 무어인들이 지은 성곽들과 성 안의 유적지였다. 오래된 역사의 흔적을 볼 수는 있었지만 나는 특별한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내가 속하지 않은 역사문화권 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ㅣ 대륙의 끝 호카 곶
신트라에서 자동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호카 곶”으로 갔다.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기념탑 밑에 쓰여있다는 ‘여기 육지가 끝나는 곳, 그리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다.’ 가 생각났다.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 서서 점하나 안 보이는 대서양을 바라보았다. ‘세상은 얼마나 넓은가……’
ㅣ Enjoy this city의 아베이루 Aveiro
오늘 일정은 “호카 곶”을 출발하여 “오비두스 Obidos”의 아름다운 골목을 돌아본 후 “아베이루 Aveiro”로 가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예상 소요시간을 보니 숙소로 예약한 “아베이루”에 너무 늦게 도착할 것만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오비두스”를 가지 않고 “아베이루”로 직접 가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하였다.
예상했던 대로 “아베이루”에 도착하니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아베이루 시내로 들어가 예약한 아파트를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찾아가는데 경찰들이 길을 막아놓고 차를 우회시키고 있었다. 근처에서 들리는 큰 음악 소리와 폭죽 소리가 신경을 더 거슬리게 했다. 내비게이션은 계속 똑같은 길을 안내해 서너 번 정도 같은 길을 빙빙 돌았다. 할 수 없이 시내 노상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후 걸어서 숙소를 찾아갔다. 적혀있는 주소지 건물 앞에서 전화를 하니 건물 3층 창문에서 “카를로스”가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아파트도 깨끗했고, 구도시 광장 바로 앞에 아파트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를로스의 이야기가 우리를 흥분시켰다.
“일 년에 한 번씩 '아베이루 Aveiro'에서는 일주일간 ‘감사 축제 Thanks Giving’가 열리는데 오늘과 내일이 올해 행사의 마지막 날이야. 혹시 너 그거 알고 여기 왔니?”
전혀 몰랐다고 대답하며 찾아오는데 고생한 것을 이야기하니, 카를로스가 자기와 함께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자고 해서 조금 전 차를 주차해 둔 곳으로 함께 갔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카를로스의 집은 신도시에 있고 이곳 아파트는 숙박업으로 운영을 하고 있었다. 아베이루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못지않은 아름다운 운하 도시이며 “아베이루 대학교”가 있는 교육도시라고 한다.
노상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우리 차를 본 카를로스가 깜짝 놀라며, 이렇게 주차해 놓으면 벌금을 낸다고 내가 운이 좋았다고 한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땐 몰랐는데 며칠 후 “톨레도”에서 알게 되었다. 카를로스의 도움으로 차를 안전한 곳에 주차시켜 놓은 후 여행 가방을 꺼내 아파트로 돌아왔다.
카를로스가 간 후 바로 아파트를 나왔다. 광장 옆 거리에 빵을 파는 가게들이 쭉 펼쳐져 있는 곳을 지나 사람들이 모여있는 종소리가 들리는 성당 앞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우산이나 잠자리채 같은 것으로 성당 위에서 던지는 빵을 받고 있었다. 옆에 사람에게 축제에 대해 물어보았다.
‘복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거리에 있는 빵 가게에서 빵을 사 성당 위로 올라가 종을 친 후 빵을 아래로 던진다. 그러면 밑에 있는 사람들이 우산이나 잠자리채 같은 것으로 빵을 받은 후 빵에 와인을 담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눠 마시고, 먹는 축제였다. 그리고 밑에서 빵을 받은 사람도 복을 받는다고 해서 서로 기를 쓰고 받으려고 한단다.’
가진 자가 함께 나누려는 극히 단순한 행사지만 왜 이 행사가 “감사 축제”인지 알 것 같았다. 일주일 동안 내내 빵 던지기 축제와 각종 놀이 축제가 펼쳐진다고 한다. 아이, 어른 모두 함께 어울리는 이 축제가 내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이렇게 멋진 축제를 보니 이곳에 오느라 고생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광장 뒤편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포르투갈 전통 스테이크와 새우 콘 요리를 주문했는데 포르투갈에도 우리나라처럼 삼합으로 음식을 먹는 방법이 있어서 신기했다. 종업원이 알려준 대로 감자 칩 위에 스테이크, 하몽, 계란 프라이 세 가지를 얹어서 함께 먹으니 아주 맛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꽤 분위기가 좋은 고급 레스토랑이었는데 주문한 와인이 한껏 고조된 기분을 더 들뜨게 하였다. 너무나 멋진 축제에다가 맛있는 저녁 식사까지 행복에 푹 빠진 저녁이었다.
아베이루에서 느껴지는 이 행복을 더 누리고 싶어 성당 뒤 골목길을 구경했다. 골목 안 어느 가게 안에서 노랫소리가 들려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이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한 여대생이 나에게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용기를 내 들어가니 그 여대생이 나에게 와서 한마디 했다. “Enjoy this city!”
가사도 모르고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그 선술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기타 소리에 맞춰 함께 손뼉 치며 노래 불렀다. 나도 그냥 함께 손뼉 치고 웅얼거렸다. 너무 행복했다. 계획에 없던 우연의 행복. 얼마 만에 느껴보는 피 끓음인지……
11시가 넘어 아파트로 돌아왔다. 이 행복을 조금이라도 더 담아두고 싶어 와인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광장에서 밴드 소리가 들렸다. 다시 카메라를 들고 광장으로 나갔다. 12시가 넘는 시간까지 남녀노소가 어울리는 광장의 축제를 함께했다. 멋졌다. 내가 이 광장에서 이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아베이루는 오늘 나에게 큰 선물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왜 세상을, 사람을, 인생을 사랑하여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