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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Sep 27. 2018

가을여행 제대로 하기

고창군

 어느새 가을이 왔다.

 가을이 오면 제일 먼저

 지난 시간과 떠난 사람이 생각난다.


 이번 가을엔

 지난 시간과 떠난 사람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볼까!


 역대급 여름 무더위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연일 펼쳐지고 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황금빛 들판, 온 산을 물들이는 단풍과 낙엽 굴리는 가을바람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런데 문제는 어디로 가느냐이다.

 제대로 된 가을 여행지로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전 지역인 “고창 여행”을 소개한다.


 고창군은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로 안내되어 있는 “고인돌 유적”을 비롯해 “고창 읍성” “선운사” 등의 문화 유적과 천혜의 자연 선운산의 가을 꽃무릇, 단풍을 가슴에 품고 있는 가을 여행지이다.

 그 밖에도 9월이 되어 가을이 살짝 오면 구름이 내려온 듯 하얀 메밀꽃 밭이 구릉지대에 수를 놓기 시작하는 언덕을 안고도 있다.

 가을바람에 실려오는 자연의 내음을 맡으며 길을 걷다 보면 오후의 햇살 아래서 흔들리는 황금빛 갈대와 가슴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운곡 람사르 습지도 있다.

 바다 위로 떨어지는 서해의 낙조와 함께하다 보면 이 가을에 떠난 여행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광활한 갯벌도 있다.

 가을바람이 흩고 지나간 자리를 이름 모르는 자그마한 들꽃 한 송이가 대신하는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들꽃 군락지도 있다.

고창군 고인돌 유적지
운곡 습지 갈대밭
서해안 갯벌 낙조
고창군 들꽃

 이렇게 넘칠 듯 풍부한 가을의 자연을 담고 있는 고창임에도 불구하고 선운산, 복분자, 풍천장어 외에는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을의 고창을 제대로 맛보게 하기 위해 고창군에서 신개념 시티 투어 프로그램 “고창 팜팜 시골버스”가 떴다. 그것도 단돈 15,000원에.

 매주 토, 일요일마다 버스를 타고 고창의 주요 관광지로 여행을 가는 “팜팜 시골버스”는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살거리, 잘거리의 5개 테마를 일정에 포함시켜 계절별로 가장 관심 있는 곳을 다니도록 만든 계획에 따라 여행을 떠난다. 9월 말부터 10월 중순경까지는 “운곡습지” “고인돌 유적” “고구마 수확 체험” 중심으로 여행하고,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경까지는 “선운산 단풍” “국화 축제” “농장 체험” 중심으로 여행을 한다.

 11월까지 토요일은 정읍역 (9:40 출발), 고창 터미널 (10:20 출발)에서 일요일은 광주 문화예술회관 후문(9:30 출발), 고창 터미널 (10:20 출발)에서 “팜팜 시골버스”에 탑승하면 된다. 여행경비는 인당 15,000원이다. 이 경비에는 탑승비, 체험료, 중식, 기념품 비용 등이 포함되어있다. 반드시 예약을 하여야 한다.


 예약 전화 :  ㈜테마 켐프 여행사 02) 735 -8142~3   H) 010-6315-4766(토, 일)

 home page : www.gofarmfarm.co.kr


고창 팜팜시골버스


 고창은 크게 “고창읍성 권역” “갯벌 권역” “선운산 권역” “청보리 권역”의 4개 권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권역에는 여행객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문자센터로 “팜팜 스테이션”이라는 곳이 있다. 이 스테이션에서 여행객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팜팜 농가”를 연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가을에는 많은 문화 행사가 열리므로 (예: 고창 문화재 “夜行” 2018.10. 5. ~ 7. 3일 간) “팜팜 스테이션”의 도움을 받아 고창의 뿌리 깊은 역사와 문화를 함께한다면 더 풍요로운 가을 여행이 될 것이다.


 고창 농촌관광 팜팜 사업단 : T. 063) 563-8808  

                                           F. 063) 563-8804

                                     E. farm002@gofarmfarm.com

                                     www.gofarmfarm.co.kr

2018 고창 문화재 야행  안내 포스터

ㅣ 연기 도예 체험


 “팜팜 시골버스”를 타고 떠나는 나의 가을여행에서 첫 번째로 들른 곳은 “도자기 체험 학습장”이었다. 왠지 가을이라는 계절과 도자기가 주는 분위기가 잘 어울려 출발할 때부터 기대가 되었다. 그렇다고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연출했던 장면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분청사기 막사발 도예 체험이었다. 이미 자기의 틀이 만들어진 사발에 직인을 찍고, 무늬를 찍은 후 유약을 바르는 과정을 직접 하는 체험이었다. 예로부터 고창 도자기의 명성이 높았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조선시대 때 관청에 납품을 할 정도로 높은 기술 수준이었으며 근처에 도요지가 있었을 정도로 도예가 발달된 고장이었다고 한다. 설명을 해주는 선생님의 표정에서 진지함과 자부심이 느껴져 왠지 모르게 보기가 좋았다.


연기도예체험 학습장   010-9957-1479

도예체험 선생님 과 이미 만들어진 틀에 직인과 무늬를 찍는다
자기에 유약을 바른 후 그늘진 곳에서 말린다
체험장 앞 정원의 도기 소품들

ㅣ 텃밭 쌈밥


 점심 식사는 “팜팜 시골버스” 프로그램 중 먹거리 식당인 “텃밭 쌈밥” 집에서 했다. 우렁쌈장에 주인장이 고창에서 직접 재배한 싱싱한 야채 거리가 나왔다. 전라도 음식상에 마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싱싱한 야채가 곁들여지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텃밭 쌈밥 식당   063) 561-0382


텃밭 쌈밥 식당 전경과 쌈밥상차림

ㅣ 고인돌 들꽃 학습원


 식당에서 가까운 거리에 “고인돌 들꽃 학습원”이 있다. 폐교를 손봐서 식물원처럼 개조한 곳이었다. 입구로 들어서자 들리는 음악 소리와 가을 들꽃들의 소박함이 어울려져 평화로움을 만들어주고 있는 공간이었다. 홋카이도 “우에노 팜”의 인위적 화려함과 다르게 투박한 것 같으면서도 수줍어하는 듯한 들꽃과 조경들이 가을을 더 깊게 해 주고 있었다. 결코 과하지 않은 그 아름다움이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고인돌 들꽃 학습원

063) 561-4255 전북 고창군 고창읍 태봉로 575

고인돌 들꽃 학습원 풍경들

ㅣ 행복 멜론 만석꾼 농장


 고창 수박의 유명함은 시장 거리에서 자주 들어와 잘 알고 있었는데, 고창 멜론이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었다.  만석꾼 농장에 행복 멜론 체험을 하기 위하여 방문하였다. 마침 추석 명절을 앞두고 상품 포장 때문에 농장이 한창 바쁠 때인데도 불구하고, 주인 부부가 진심으로 환영해주었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글씨 멜론” “멜론 아이스크림” “멜론 빙수 체험” “멜론 장아찌 체험” 등이 있다고 한다. 지금의 농장으로 성장하기까지 과정과 멜론의 종류 등에 대한 주인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식용으로 나온 멜론을 먹어보고 깜짝 놀랐다. 식감과 당도, 과일 향 등이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멜론과는 차원이 다르게 놀라울 정도로 맛있었다. 머지않아 고창 멜론이 멜론의 대명사가 될 날 이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창 만석꾼 농장

010) 7999-9492 전북 고창군 고창읍 주곡리 899

https://jjjhhh4497.blog.me/


체험교육장과 만석꾼 농장 주인
비닐하우스 안 멜론 과 멜론 아이스크림(과실함유 80% 제품)

ㅣ 선운산 선운사 꽃무릇


 매년 이맘때면 선운산 선운사 계곡은 벌겋게 달아오른다. 사계절 어느 때든  가 볼만한 곳 선운산 선운사의 이즈음주인공 꽃무릇 때문이다. 계곡과 산책길을 따라 끊이지 않고 길게 이어져 도솔암까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계곡가 옆에 핀 붉은 매력의 오므린 잎과 날씬하게 뻗어 올라간 꽃술을 바라보며 잠시 상념을 접어보는 것도 이번 가을 여행이 가르쳐 준 지혜였다.

선운산 꽃무릇

ㅣ만돌 어촌 갯벌의 서해안 낙조


 만약 갯벌이 동해에 있어 낙조가 아닌 일출과 함께 했다면 나는 평생 동해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갯벌이 서해에 있으면서 그 위로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보는 것이야 말로 서해를 서해답게, 가을을 가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창의 만돌 어촌 갯벌에서 함께하는 서해의 낙조는 어떤 이에게는 깨달음을, 어떤 이에게는 회한의 시간을 줄지도 모른다. 개개인마다 다 다르게 다가오지만 모두에게 공통적인 것 하나가 있다.

 바로 처절할 정도로 가을에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가을엔 고창으로 꼭 여행을 가야만 한다.


만돌 어촌 갯벌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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