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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Jun 03. 2018

브람스와 함께 걷는 인현왕후 길

대한민국 구석구석 다니기     # 경북 김천 2)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2018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을 관람하였다.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 마단조, Op.98’가 연주 되었다. 연주를 듣는 동안 지난주에 다녀왔던 “경북 김천”의 “인현왕후 길”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숲 속 길의 깊이와 자연이 주는 중량감이 인상 깊었던 길이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평생 한 사람의 사랑을 받기 위하여 기다리고 희생하면서도 끝내 받지 못했던 두 사람의 공통점 때문에 인현왕후의 인생 이야기가 “교향곡 4번”에 담겨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현들의 뒤엉킴과 팀파니의 연타로 무관심의 아픔과 세상으로 인한 어지러운 슬픔을.  

2악장에서 시작되는 목관악기의 주제 제시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근엄하고 따스한 조선 여인의 기품을.  

저음 부분을 기초로 한 장엄함으로 민초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위대함과 성스러움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지난주에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9km의 길을 걸었을 때 나는 내 안에 있는 내가 정리되고,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의지가 다져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런 氣를 받을 수 있는 길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까지 했었다. 그래서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들으면서 인현왕후의 인생이 더 연관되어 떠올랐던 거 같다. 어느 누구라도 삶이 힘들거나 방황하는 나를 찾고 싶을 때에는 이 길을 걸어 보기를 권한다.


인현왕후 길에 떨어진 꽃잎들


인현 왕후 길의 깊은 산 속 길 풍경




 “인현왕후 길”을 걷다 보면 왕후가 장희빈의 계략으로 서인으로 강등되어 3년간 머물며 복귀를 기원했던 수도산 청암사를 만나볼 수 있다. 훗날 복귀된 인현왕후가 사찰을 보내어 감사의 뜻을 전한 곳이기도 하다. 청암사는 신라시대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곳으로 훼손되지 않은 자연경관 속에 천년고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현재는 100여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수학하고 있는 청정 도량이다.

   

www.chungamsa.org      TEL 054) 439-9511


청암사 이모저모


누가 두고 간것일까,  누가 잃어버린걸까...




 김천의 가볼 만한 곳으로는 크게 수도산 중심의 남부권과 황악산을 뒤로 하고 있는 서부권, 추풍령을 안고 있는 동,북부권으로 나눌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인현왕후 길”과 “청암사”가 남부권에 속해있는 대표적인 가볼 만한 곳이다. 그 외에도 남부권에는 수도계곡을 따라 비경이 끝없이 이어진다. 대표적인 곳으로 조선중기의 대학자 ‘정 구’ 선생과 그 제자들이 아름다운 계곡을 오르내리며 한시를 지어 노래했던 곳 “무흘구곡”이 있다. 이중 구곡에 속하는 용추폭포를 만나면 떨어지는 물보라에 탄성이 절로 나게 된다. 이곳에서 물 흐르는 소리와 울창한 숲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 소리에 심신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보자.


무흘구곡 전시관 외관과 내부 모습
용추폭포 가는 출렁다리 와 폭포 옆 계곡
용추폭포




 눈길을 서부권으로 돌리면 제일 먼저 철따라 피는 꽃과 붉게 물든 단풍, 그리고 억새가 상쾌한 김천의 명산 황악산이 보인다. 황악산에는 기슭 자락에 위치한 “직지사”가 있다. 신라시대 때 창건된 천년고찰로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이기도 하다. 직지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석조약사여래좌상, 삼층석탑 등이 있다.  

  

www.jikjisa.or.kr       TEL 054) 429-1700


직지사 이모저모


직지사의 이모습 저모습


 직지사를 나와 왼편에는 한국 시조계의 거봉 정 완영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고 지역문화 발전을 도모하고자 설립한 “백수 문학관”이 있다.  


baegsu.gc.go.kr      TEL   054) 436-6834


백수 문학관과 문학관 앞 공원


 그리고, 문학관 앞에는 화려한 유럽 도자기 모양의 건축 양식을 갖춘 “세계도자기박물관”이 있다. 이곳에서 세계 각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상징하는 진귀한 명품 도자기와 크리스탈의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직접 감상 할 수 있다.  


www.gimcheon.go.kr/culture        TEL   054) 420-6726


세계 도자기 박물관


 직지사에서 나와 주욱 내려오면 테마가 있는 최고의 문화 공원 “직지문화 공원”이 있다. 이곳은 특별한 것이 많은 안락한 휴식 공간이다. 공원 한쪽으로 170m에 이르는 전통 성곽과 담장이 있고, 원형음악 분수 와 많은 조각, 시비 등 야외 전시장이 공원을 구성하고 있다. 2,000여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야외 공연장에서는 각종 문화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직지문화공원의 모습



 공원 입구에는 김천의 맛집으로 직지산채음식점들이 있다. 황악산에서 자생하는 고사리, 두릅 등 각종 산나물과 더덕, 버섯 등의 재료로 우리 조상들의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다.


직지문화공원 앞 "청산고을"의 산채정식 차림상


 경부 고속도로 김천IC 가까운 곳에 조선시대에 농업용수 관개지로 조성되었던 교동연화지가 있다. 경관이 좋은 곳으로 봄이면 벚꽃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이면 분수대가 더위를 식혀준다. 연화지 주변을 걸으며 차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질 수도 있고, 봉화대에 올라 시 한 수로 마음을 달래줄 수도 있는 곳이다.


교동 연화지


연화지 봉화대


 아름다운 자연의 비경과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도시 김천.  

나에게 김천은 숨기고 싶은 보석으로, 남 몰래 혼자 즐기고 혼자 간직하고 싶은 나만의 휴식처로 만들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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