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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의 자유 5)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의 공존 Auckland

by Arista Seo

ㅣ뉴질랜드의 식품 세관 검사


상하이 푸둥 공항에서의 ‘무슨 작전’을 방불케 하는 땀이 뒤범벅되는 환승과 11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드디어 뉴질랜드 땅에 도착했다. 그래도 본격적인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시작하려면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뉴질랜드는 농업 국가이기 때문에 세관에서 식품에 대한 검사가 엄격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히 했다. 그래도 혹시 힘들게 가지고 간 식품을 압수당하면 어쩌나 하는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식품 리스트를 준비하고, 각 식품의 포장 위에 리스트에 따른 라벨을 일일이 다 붙여서 가지고 갔다. 집에서 조리해 포장한 밑반찬에도 무엇으로 만든 음식인지 겉에 라벨을 붙였다.


검사장에서는 예외 없이 누구나 다 가방을 열어 물품을 일일이 조사하고 있었다. 내가 검사받을 순서가 되자 먼저 준비해 간 식품 리스트를 담당 검사원에게 제출하였다. 그런 후 리스트에 따라 개별 물품을 보여주니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검사원이 “Perfect! Good!’을 연발했다. 리스트를 쭉 흩어본 후 봉지 안에 들어 있는 떡국용 떡을 잘라보았다. 아마 마약 성분이 안에 들어있나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런 후 “Perfect!” 그러면서 통과시켜줬다. 심지어 누구나 받는 X-Ray 검사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으니 “너는 받을 필요 없다”라고 하면서 옆으로 나가도록 안내를 해줬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검사 시간도 짧게 걸렸다.

미리 준비 해 간 식품 리스트 food list와 각 식품에 붙인 라벨

검사대를 지나 나오니 긴장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이 “뭐, 뺏긴 거 없어요? 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요?” 하면서 환영해주었다. 나 혼자 식품검사를 받으니 일행들은 간단한 짐 검사를 받은 후 먼저 나와 있었다. 나오면서 다른 사람들 검사받는 광경을 보니 굉장히 엄격하게 검사를 하는 것이 느껴졌었나 보다.

이번 여행에 가지고 간 식품
오클랜드 공항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에서 본 풍경

ㅣ Britz Vista HRA397


공항 터미널 출입구 앞에 캠퍼밴 렌트 회사로 가는 ‘옐로 버스 Yellow Bus’ 정거장이 있다. 20분에 한 번씩 오는 Yellow Bus는 공항 인근 호텔들과 렌트 회사를 순환하는 노선이다. 이 버스를 타고 렌트 회사에 가기 위해서는 ‘캠퍼밴 예약번호’를 운전사에게 알려줘야 했다. 아니면 5 NZD의 버스비를 내야 한다.


예약했던 ‘마우이 Maui 캠퍼밴’ 회사에 도착한 후 예약증을 제출하고 우리에게 배정된 차를 안내받았다. 그런데 배정된 차를 점검하는 중에 헤드라이트의 등이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제대로 정비가 안 된 느낌이 들어 직원에게 언제 들어온 차냐고 물었다. 직원은 어제 들어온 차이며, 요즘 성수기여서 모든 차가 거의 전날 들어와 검사와 정비를 받는다고 하였다. 정비가 완전히 되었는지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매니저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해서 나에게 온 매니저에게 직접 물었다. “이 차가 정비를 마친 차로 운행에 문제가 없느냐?”는 나의 질문에 매니저는 정비를 한 차이지만 본인이 직접 체크를 해 보겠다고 했다. 그런 후 매니저가 직접 차를 끌고 나가 20여 분을 운행한 후 돌아왔다. 다시 온 매니저는 나에게 차의 운행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24일간 4,100km를 달리면서 잔고장 한번 없이 뉴질랜드 곳곳을 함께 누빈 “Britz Vista HRA397’과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여행 첫날 '타카푸나 홀리데이 파크'의 HRA397

ㅣ 무리와이 Muriwai 비치


우리와 다른 좌측통행이나 현지 교통체계에 익숙해지기 위하여 첫 목적지를 외곽 지역인 ‘무리와이 Muriwai 비치’로 잡았다.

한겨울에 있다가 갑자기 선선한 해변을 걸으니 내가 지금 현실에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앞에 보이는 탁 트인 바다가 ‘태즈먼해’ 이고, 계속 가면 호주 대륙에 이르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현실을 찾는 나침반을 돌렸다.


2019년 새해의 첫날을 먼 이국땅에서 맞이하는 소감이 있을 법도 한데, 긴장 때문인지 어떤 느낌이나 소회도 생각나지 않았다.


파도가 연신 쳐들어오는 검은 모레 해변을 따라 걷다가 언덕 높은 곳으로 오르니 수 천마리의 새들이 날아와 벼랑에 둥지를 틀고 있는 장관이 보였다. 바다 건너 멀리 호주에서 날아온 ‘오스트레일리아 부비새’라고 한다. 바다와 어울려져 눈에 보이는 것은 장관이었지만, 새똥 냄새 때문인지 코로 전해오는 향기는 보이는 것만큼은 못했다.

무리와이 비치 해변 풍경
무리와이 비치 벼랑의 '오스트레일리아 부비새'



‘무리와이 Muriwai 비치’를 떠나 오클랜드 Auckland’ 시내로 향했다. 이제 좌측통행이나 운전이 낯설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이미 뉴질랜드 여행을 해봤던 처제가 조수석에 앉으니 마음에 의지도 되었다.


먼저 오클랜드 시내 중심에 있는 에덴 산 Mount Eden으로 갔다. 정상 전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걸어 올라가 정상을 한 바퀴 돌았다. 사방으로 오클랜드 시내가 다 보이는 전망에 가슴이 탁 트였다.

에덴 산은 오클랜드에서 가장 높은 원추형 화산으로 정상에 멋진 분화구도 있었다. 정상에서 맞이하는 바람은 인생과 가슴속에 있는 족쇄를 풀어주는 제피로스의 입에서 불어오는 서풍이었다.


서두를 것도 없었다. 천천히… 그저 지금을 느끼고 즐기면 되었다. 잔디에 앉은 채, 누운 채 땅에서 올라오는 자연의 내음을 마음껏 맡았다.

에덴 산 정상에서 바라본 오클랜드 시내
에덴산에서 맞이하는 서풍


이런 자유여행을 처음 하는 처형들은 아직 적응이 안 되어서인지, 아니면 장거리 비행으로 피곤해서인지 아직도 얼굴에 긴장한 모습이 보였다.


에덴 산에서 내려와 ‘콘월 공원 Cornwall Park’을 향했다. 그런데 우리 차의 크기가 커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좁아 보였다. 여행 첫날인데다가 짐을 풀어 캠퍼밴에 정리도 하여야 했기에 무리하지 않고 공원에 가는 계획을 포기하였다.


여행 전에 예약해 둔 “타카푸나 Takapuna 홀리데이 파크”에 일찍 들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나도 홀리데이 파크에 처음 가는 것이었다. 홀리데이 파크로 들어가기 전에 근처의 뉴질랜드 슈퍼마켓 ‘Count down’에 들렸다. 그곳에서 먹을 식자재와 와인, 맥주를 잔뜩 샀다.

'콘월 공원' 중앙 도로 와 뉴질랜드의 대표 슈퍼마켓 'Count down'

‘타카푸나 홀리데이 파크’는 바다와 접해 있는 ‘홀리데이 파크’였다. 리셉션에서는 마음씨 좋게 생긴 할아버지가 환영해 주었다. 예약 서류를 주고 사이트를 배정받았다. 그리고 주요 시설의 위치와 사용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들을 설명 들었다.

'타카푸나 홀리데이 파크' 리셉션의 할아버지와 파크 전경


여행 첫날이어서 모든 것이 생소했다. 여행은 생소한 것과의 만남이고 그 생소함을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까지 즐길만한 여유가 생기지를 않았다. 여행 첫날이어서 모든 것들이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날 저녁에 우리의 모든 짐이 캠퍼밴 안에서 제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이제 내일부터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아내도, 처제도, 처형들도 지금까지 살아오던 익숙함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생소함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만남에서 무엇을 느끼게 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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