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사장이 조급함을 이겨내는 법

티 나는 순간 끝이야

by 아리당스

긴 추석 연휴 동안 원래 계획했던 일정이 틀어져 무계획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사실 평소의 주말과 다를 바 없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휴가 유독 더 힘들다고 느껴진 이유는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긴 명절연휴이니 가족들과 여행이라도 가거나, 휴가를 이용해 밀려둔 업무를 하거나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하면 좋았을 텐데 둘 다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바디수트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 초보사장이다.

최근까지 그 과정에서 나름 속도를 내고 있던 중이었는데 추석연휴를 맞아 무려 10일이나 되는 긴 강제휴식시간이 찾아왔다.


이 연휴 동안 다른 1인 사업자들은 재정비 시간을 가지며 내실을 다지는 것 같아 보였다. 미뤄뒀던 할 일을 처리하며 흐름을 잃지 않고 오히려 한걸음 더 도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면 모든 걸 일시중지 한 뒤 연휴를 보내고 있는 나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계획했던 데로 모든 걸 내려놓고 육아에만 최선을 다했다면 덜 마음이 불편했을 텐데, 괜히 붕떠버린 시간에 업무도 이어가 볼까 하는 욕심까지 얹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모습이 짜증이 났다.


나는 사실 많이 초조했던 거다.




개인적으로 일을 하면서 가장 '짜치는'(이만한 표현이 없어서 사용함) 태도는 남이 봤을 때 초조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 덕분인지 회사 다닐 때 나름 침착함의 아이콘 같은 존재였다. 같이 일하던 워킹맘 한분이 나를 보곤 "과장님은 애가 아무리 진상 부려도 웃으면서 조곤조곤 화낼 것 같아요." 라며 노하우를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속으로 나는 대답했다. "육아에 그런 게 어딨어요. 신고당하면 안 되니 창문, 현관 중문 다 닫고 최선을 다해서 복부 힘 딱 주고 두성으로 소리칩니다. 아들 쌍둥이한테 조곤조곤이 어딨습니까.").


아무튼 내 생각은 그러하다. 아무리 급해도 끝까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행동해야 실수 없이 마무리할 수 있고 한정된 시간 속에 똥줄 타는 거 티 팍팍 내봐야 주변만 더 불안하게 할 뿐 무조건 집중하는 것만이 최선의 결과를 얻는 방법이다.


그런데 나는 요즘 새로운 일을 하면서 매우 짜치는 중이다.




아마도 누군가가 최근의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면 바로 알아챌 정도로 초조함이 그대로 드러났을 거라 생각한다. 일부러 사업 전략에 따라 일정을 앞당겨 세팅한 상태라 몸이 바쁜 건 사실이지만, 심적으로도 굉장히 초조하고 조급한 상태이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모습을 컨트롤할 정도의 여유조차도 없는 상태이다.


이번 연휴 동안 일을 잠깐 놓으면서 이 증상이 더 심각해졌는데 다행히 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생각은 계속할 수 있으니까 일부러 몰입의 상태를 유지하듯 계속해서 생각을 해보려고 애썼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한계를 두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정신없는 육아현장이 눈앞에 펼쳐지는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에 강제로 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조금 지나고 보니 현재 상황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왜 내가 불안하고 화가 나는지 이유가 보였다.

원인을 찾고 나니 나아가 해결가능한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없는 문제를 구분할 수 있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았고 그러지 못한 문제들은 일단 잊기로 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었다는 가정하에 행복회로를 돌려보기 시작했다. 내가 이 모든 상황을 다 잘 이겨내고 난다면 얻게 될 달콤한 보상 같은 거 말이다.


한 며칠 깊숙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감사하게도 조급함이 많이 사라졌다. 해야 할 일이 스텝바이스텝으로 분명히 보이고, 각 단계별 난이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할 수 없는 일은 과감히 포기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해내기만 한다면 이 여정의 끝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연휴 동안 손발이 묶이면서 불안했지만 덕분에 귀한 생각의 시간을 얻게 된 것 같아 한편으로는 오히려 감사하다. 잠깐의 옆도 돌아볼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던 삶에서 잠깐 숨 고를 시간을 선물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비록 일을 진행시키지는 못했지만 놓치고 있었던 브랜드의 초심이나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그려볼 수 있었던 기나긴 이번 연휴를 이제 마무리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