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페르소나

너무나도 욕심나는 그녀의 삶

by 아리당스

브랜드를 만들 때 타깃(=구매자)을 뾰족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그 타깃을 정하면서 같이 하면 좋을 작업이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뚜렷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브랜드의 '타깃'은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할 실제 사용자를 의미한다. 타깃설정을 뾰족하게 하면 할수록 제품을 구매할 소비자를 더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시작단계에서부터 미리 생각해 놓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페르소나'는 어떤 의미인 걸까?

'타깃'이 제품을 구매할 소비자라면 '페르소나'는 브랜드 그 자체, 즉 브랜드를 의인화시킨 하나의 인물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타깃은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보고 따라 하고 싶다는 감정을 느껴야 하고, 이 감정으로 인해 타깃은 페르소나의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즉, 타깃이 갖고 있는 불편함을 해결한 후의 본인의 모습을 브랜드의 페르소나에 투영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올해 초 퇴사하고 바디수트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초보사장이다.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만드는 작업은 꽤 시간이 오래 걸린 작업이었다. 바디수트를 왜 만들고자 했는지 원인을 찾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나 스스로 이 바디수트를 통해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까지 자세하게 들여다보니 페르소나는 정확하게 내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 여성이었다.


누가 봐도 이상적인 삶.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그녀에게 창업자로서 약간의 샘이 날 정도였다.


내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름: 김도희

나이: 38세

직업: 브랜드 디자이너

거주지: 대한민국 서울의 한 아파트

인테리어 취향: 미니멀하고 잘 정돈된 형태. 빛에 예민해서 조명을 신중하게 고르는 편

패션 취향: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을 가장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을 선호. 많은 아이템을 사는 것보단 마음에 드는 몇 개의 아이템으로 돌려 입는 것을 좋아함. 소재를 중요하게 생각

음식 취향: 자극적이지 않고 하루의 기분을 해치지 않을 가벼운 음식을 선호

일상 생활: 하루의 리듬이 차분하고 규칙적이며 자기 돌봄의 루틴을 중요하게 여김

즐기는 운동: 억지로 근육을 키우는 운동보다는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체력을 유지하는 운동을 선호함

커뮤니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주기적으로 만나 좋은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지인들과의 모임 몇 개

삶의 태도: 감각과 깊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과 사생활의 경계를 섬세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함



주변에 한 명쯤 있을 법한 친구의 모습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흔치 않은 모습의 여성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페르소나의 모습을 닮고 싶어 하는 고객은 어떤 사람일까?


나의 페르소나에 대해 들은 지인은 이렇게 얘기했다.


"이 정도로 정돈된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꽤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 보여요. 이런 사람이 고객으로 온다면 감당할 수 있겠어요? 컴플레인이 많을 수도 있어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제품을 소비할 고객이 이 정도로 까다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른 제품에 만족하지 못했던 불편함을 내 제품을 통해서 해소했으면 좋겠다. 옷을 만들 때 같은 디자인이더라도 소재에 따라, 제작법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눈에 띄지 않는 요소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얼마나 많은 고민이 들어갔는지 고객이 알아주길 바란다.


지인의 얘기처럼 이 정도로 예민한 고객이라면 한 번에 만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만족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수정사항을 반영해 다음 제품을 통해서라도 만족을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나는 페르소나를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리고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나의 브랜드 페르소나는 그 누구보다도 창업자인 나 자신이 정말 닮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내가 삶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이런 삶을 만들어서 살았을 것 같다. 빛이나 촉감에 예민한 부분은 실제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마도 나는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으고, 내가 살면서 사회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했던 취향들을 이들에게는 누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고객들이 내가 만든 제품을 통해 온전한 행복을 찾는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