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런 단계를 거칩니다
요즘 의류제작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쩍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과거에는 패션 관련 전공자이거나 의류 도소매 시장을 경험하면서 자체제작을 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인플루언서 같은 비전공자이지만 셀링파워를 가진 사람들이 직접 제작에 도전하기도 하고 아기엄마가 아이를 위한 의류제작에 도전을 하기도 한다. 나도 비전공자이지만 취미인 무용을 할 때 입는 레오타드에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바디수트 제작까지 도전해 본 케이스이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의류 업계가 비전공자들에게 덜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점도 분명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20살 때 고향을 떠나 서울로 대학을 왔는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엄마는 딸을 보러 온다는 핑계를 대고 서울에 오셔서 새벽 동대문시장을 꼭 들리셨다. 나도 궁금해서 몇 번 따라가 봤는데, 그 차디찬 시장의 분위기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물론 너무나도 어려 보이는 내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나름 그들의 은어를 배워서 '언니, 이건 어떻게 해요?'(=이건 얼마예요?) 같은 몇 마디를 뱉어봤자 얼마나 초짜 티가 감춰졌겠냐만은 그 당시 도매시장은 그런 초짜에겐 가차 없이 소매가를 부르거나 아예 대답도 안 해주시던 사장님도 많았다. 그런데 최근의 도매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국의 의류업계 자체가 많이 위축되어서 손님이 귀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도 비전공자들의 유입이 늘어나서 사장님들도 애송이? 들을 상대한 경험이 늘어나셔서 그런지 많이 유해진 느낌이다.
그럼 어떻게 이런 비전공자도 의류업계에 도전을 할 수 있는 걸까?
과거에 비해 인터넷 발달로 정보의 문턱이 많이 낮아지기도 했고 비전공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실무경험을 쌓고 나온 사람들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비전공자들에게 디자인부터 실무내용까지 가르쳐서 어렵지 않게 제작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의 경우도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들으면서 브랜드를 준비했다.
또 다른 케이스로는 프로모션이라는 업체를 활용해서 의류 제작을 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인플루언서들이 의류제작을 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디자인에 대해 배우는 것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만들고 싶은 디자인이나 옷을 프로모션 업체에 가져가서 조금 변형 후 제작을 요청하는 경우이다. 보통 프로모션 업체는 디자이너가 같이 일을 하기 때문에 스케치만 가져가서 요청을 해도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대략적으로 의류제작에 대한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디자인 > 패턴 작업 > 샘플 제작 > 여러 번 반복 후 최종 샘플 결정 > 공장에 최종패턴과 원단, 원자재 등을 넘겨서 테스트 생산 > 본생산 > 최종 컨펌
디자이너가 패턴작업까지 처리한 후 샘플실과 공장에 제작만 맡기는 경우가 있고,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하고 패턴작업부터 맡기는 경우도 있다. 비전공자의 경우에는 아예 처음부터 프로모션 업체를 통해서 디자인부터 맡기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의류 공장에서 생산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과거에 폐쇄적이던 패션업계의 관행이 그대로 남아있어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부분을 조율해 주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챙겨주는 일을 주로 프로모션 업체가 맡아서 한다. 대신 원가의 몇 % 정도를 얹어서 수수료를 챙겨간다. 그래서 프로모션 업체들은 가지고 있는 협력 공장들의 퀄리티가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많은 공장을 알고 있는지가 경쟁력이 된다. 제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들은 바로 비용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직접 공장과 소통하는 대신 프로모션업체를 통해서 진행하려고 한다면 실력 있는 업체를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비전공자의 경우 대부분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프로모션 업체를 통해서 진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괜찮은 프로모션 업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거다. 마치 웨딩플래너를 고를 때와 비슷한데, 난생처음 해보는 선택을 일단 그들의 말만 들어보고 통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진행되고 나면 그들이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지독한 정보의 불균형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모션 업체 선택 시 주의할 점을 몇 가지 기록해 두고자 한다.
1. 내가 만들려는 제품을 다뤄 본 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이전 작업물에 대해 가능한 자세하게 물어보면 좋다.
2. 생산인프라에 바로 접근이 가능한 업체인지, 그게 아니면 프로모션 업체에서 다른 프로모션 업체를 고용해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관여하는 업체가 늘어날수록 수수료는 늘어난다.
3. 의사소통이 잘 되는지 미팅을 통해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본인들이 편한 데로 상황을 이끌어가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생산 사고가 나도 의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우야무야 넘어가려고 하는 업체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처음부터 확실하게 잡아두고 가는 것이 좋다. 사고 나면 생산비용 그대로 날린다고 보면 된다.
4. 수수료에 대해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고 통틀어서 원가로 얘기하려고 하는 업체. 이런 경우 생산 퀄리티가 낮은 곳에서 제작을 하고 수수료를 많이 남겨먹으려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한다. 각 비용에 대해 항목별로 정확하게 견적을 내주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서로 마음이 편하다.
5. 너무 영세한 곳은 피한다. 보통 프로모션 업체들은 디자이너를 포함한 팀 단위로 움직이는데 사장님 혼자서 모든 걸 처리하는 곳은 보유 인프라도 적을 확률이 높고 생산과정 감독에서도 내 것만 봐주실 수 없으니 사고발생 확률이 높아지며 무엇보다 외주로 처리할 부분이 늘어나서 수수료도 올라갈 수 있다.
사실 이런 부분만 미리 인지하고 있어도 프로모션 업체를 선택할 때 큰 실수는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그 외 본인이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진행을 하려면 믿을 만한 샘플실과 공장을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한 많은 곳을 알아보고 나와 핏이 맞는 곳을 찾아서 진행을 해야 한다. 원하는 제품이 잘 나올 수 있도록 미리 봉제순서나 방법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작업지시서를 최대한 완벽하게 작성해서 가져가야 한다. 원단과 부자재가 생산시작전에 문제없이 잘 배송이 되어야 하고 본생산 전에 테스트를 진행해서 샘플실만큼의 퀄리티가 공장에서도 나오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생산 진행 중에도 자주 공장에 가서 진행상황이나 퀄리티 체크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산 완료 후 제품을 받고 나면 그 즉시 제품퀄리티 체크를 진행해야 한다. 랜덤으로 몇 장 뽑아서 작업지시서에 기술해 둔 허용치만큼의 사이즈로 제작이 되었는지, 봉제의 퀄리티는 괜찮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염색을 했거나 물 빠짐이 있을 수 있는 제품이라면 세탁테스트도 진행되어야 한다. 바로 확인하지 않았다가 며칠 지나서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 공장이 이미 다른 제품제작 단계로 넘어가버렸을 수도 있어서 재생산조차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 판매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의류제작하는 과정은 확실히 쉽지 않은 여정이 분명해 보인다. 이 모든 일들을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1인 브랜드의 경우 아무리 열심히 발로 뛰고 조심해도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프로모션 업체를 활용한다면 수수료로 인해 원가가 높아질 수 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나는 지금 샘플을 제작하고 있다. 원래는 프로모션 업체를 통해 진행하려고 했는데, 여러모로 내가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일단은 스스로 해보려고 하고 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배운다는 마음으로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돈을 잘 벌 수 있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일 수 있는데 이 또한 초보자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미 이 정도로 많은 정보를 비전공자인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옷 만들기 좋은 세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