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아는 것과 직접 걸어보는 것의 차이

2월의 육아 이야기

by 아리당스

아이들의 교육 방법에 대해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엄마이기에 내 아이가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마음이 쓰이곤 한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보고자 이번 달부터 아이들의 교육에 조금 변화를 줬다. 하기 싫다고 떼쓰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약간 피곤해하긴 하지만 나름 잘 적응해 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내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교육은 크게 금융, AI, 영미권문화 이렇게 3가지이다. 이 3가지 모두 기관에서는 커버하지 않는 것들이라 어떻게 하면 따로 채워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된다.




일단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영미권문화인 듯하여 영어노출을 늘리는 것을 우선순위로 잡았다. 집 앞 영어학원을 등록했는데 뉴질랜드 원어민 선생님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는 소규모 학원이라 자연스럽게 영어와 문화를 습득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한 선택이었다. 검증된 주변 대형 학원들도 있었지만 집 앞 작은 학원을 선택한 건,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목적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오랫동안 정을 붙이며 영어와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영어를 학습보다는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올해의 목표는 아이들과 방학마다 문화체험 겸 해외여행을 일주일 정도 다녀오는 것이다. 지금은 영어를 대충 알아듣긴 해도 발화가 잘 안 되는 상태인데 그때까지 입이 트이길 기대해 본다. 물론 안돼도 그만이다. 언제나 강요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AI 교육은 아직 아이들이 배우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어서 내가 먼저 익숙해진 다음에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려고 한다. 그래서 나부터 조금 더 적극적으로 AI와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 중이다. 우선은 내가 평소에 하는 일들 중 AI를 통해 간략화 혹은 자동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면 당장은 조금 번거롭고 불편하더라도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보고 있다. 요즘은 에이전트 AI가 대세라 나도 AI 비서를 하나 만들어 보고 있다. Openclaw라는 AI를 활용해서 이것저것 시켜보고 있는 데 사용하면 할수록 일 잘하는 직원 한 명을 채용한 듯한 느낌이 든다. 원래는 투자시스템 구축을 위한 봇으로만 활용하려고 했는데 그것만으로 남겨두기엔 아까워서 시작한 김에 진짜 비서처럼 일상생활에서 귀찮은 일들을 하나씩 위임해 보려고 계획 중이다. 그리고 이런 생활밀착형 활용은 아이들이 아직 어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 주간 일정관리, 식단표 만들기, 학습 및 건강관리까지 맡겨보고 직접 활용하는 모습을 일상생활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한다.


마지막 금융 교육은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금융교육 관련 자료들을 보면 다소 현시점과 잘 맞지 않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무엇이 더 중요하다 아니다 논할 수 없긴 하지만 내가 의도하는 방향과는 조금 결이 다른데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물건을 아끼고 돈을 낭비하지 않고 저축을 꾸준히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vs 재화의 가치는 갈수록 저렴해지기 때문에 단순히 아끼는 것보다는 많은 경험을 통해 취향을 찾고, 돈은 놀리지 않고 잘 굴리는 것이 더 중요하며 적절한 위험은 부자가 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후자를 얘기하는 어린이 대상 자료는 아직 찾지 못했는데 그냥 만들어서 쓸까 싶기도 하다. 다만 내가 교육 측면에서는 지식이 부족해 너무 실험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다. 그래도 일종의 밥상머리교육처럼 가볍게 접근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방향성을 바꾸지는 않을 예정이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하는 것은 늘어났으니 기존에 해오던 것들 중에 그만둔 것도 있는데, 바로 가정방문학습지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 해보니 일주일에 한 번 20분 선생님과 만나는 것 만으로는 딱히 유의미한 학습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학습교재와 방법도 단순히 매우 심플한 스토리에 단순암기 위주라 아이들도 흥미를 갖기 어려운 것 같았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쌍둥이를 대놓고 비교하는 태도가 굉장히 마음에 걸렸는데 결국 아닌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잘하는 아이를 칭찬해서 학습효과에 대해 어필하려는 마음은 잘 알겠는데 엄마 입장에서 마음이 쓰이는 건 상대적으로 느린 아이라는 걸 왜 모르실까.




요즘 농촌유학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고 있다. 지방 농촌에서 인구감소로 인해 폐교위기인 학교들이 도시지역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농촌학교로 유학올 수 있도록 특화된 교육과정을 강점으로 내세운 케이스인데 실제로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어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사실 많은 학부모들이 비싼 학비를 감당하면서 까지 사립초등학교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학교에서 필수로 제공하는 다양한 방과 후 과정 때문이다. 학원을 자체적으로 돌릴 필요 없이 5시 이후까지 다양한 방과 후 과정(주변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승마, 연극 등)을 하고 집에 와서 맞벌이부부 입장에서는 맘 편히 양질의 교육과정을 누릴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농촌유학은 이러한 사립초등학교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물론 퀄리티의 차이가 있지만)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 경우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내 마음이 가장 크게 움직였던 부분은 선생님과 아이들의 교류가 도시학교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학생 수 자체가 매우 적기에 학교 전체가 아이들 하나하나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심지어는 마을 전체가 아이들에게 가족 같은 분위기를 전달해 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AI의 발전으로 교육방법에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만이 정답인 시대는 이미 무너지고 있으며 아이들이 각자 자신만의 세상을 잘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교육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뇌 속에 차곡차곡 쌓는 과거의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고 활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사고방식일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육방법이 더 잘 맞는 환경이 어딜까라는 생각이 들고 자연스레 거주 지역까지 확장이 되는 것 같다. 부모의 직장이 있기에 선택지가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갇혀서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다행히 아직 유치부 아이들이기에 의도한 대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잘 맞는 방향대로 선택을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