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올해 안에 코딩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온다면
2026년이 된 지 겨우 한 달 반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의 Agent AI 발전 속도는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각 LLM 회사에서는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시스템이겠지만 대중에게 확실하게 다가온 건 올해부터이지 않을까 싶다. 올해 초 영화처럼 등장한 Openclaw의 moltbot은 Agent AI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일으켰고 잇따라 출시된 OpenAI의 codex-5.3과 Claude의 Opus-4.6은 이전 버전들에 비해 훨씬 향상된 agentic 기능으로 개인이 실제로 손쉽게 구현해 볼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제는 누구나 AI로 개인비서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론머스크가 최근에 한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I think actually things will move maybe even by the end of this year to where you don't even bother doing coding. The AI just creates the binary directly."
"아마도 올해 말쯤이 되면 아무도 코딩을 신경조차도 쓰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AI가 그냥 최종파일을 바로 만들 테니까요."
그렇다. 우린 점점 더 코드를 알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일명 바이브 코딩이라는 것이 나오면서 사람들은 코드를 몰라도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구축단계를 알지 못해도, 심지어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개발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Agent AI는 업무를 던져주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내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방법을 찾아내 해결하면서 결국 최종본을 뱉어낸다. 물론 이 결과물이 완벽한 수준이냐고 한다면 아직 부족함이 많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결과물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AI가 작업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경험이 있다면 정말 말 그대로 자연어만으로 작업물을 완성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반?전공자로서(전공 특성상 코딩을 배우긴 하지만 찐 전공자만큼은 배우지 않는다) 업무상 코딩을 딥하게 해야만 했던 과거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전체적인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하나의 파일 안에서 연산과정을 코딩하거나 논문 속 모델을 구현하는 것은 사실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AI가 없던 그 시절에도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라이브러리를 가져다가 설치해서 필요한 부분을 뽑아서 사용할 수 있었고 없다면 하나하나 코딩하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늘 그 모든 개별 파일들을 합치고 구조화해서 최적화하는 과정이었다. 내가 아무리 정교한 모델을 구현했다고 한들 계산속도가 너무 오래 걸리거나 범용적으로 활용이 어려우면 실제로는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까만 글자들의 나열에 불과했다.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점점 IT 전공자 없이 작업을 하는 건 헛수고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작업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초기 설계단계에서부터 IT 전공자와 함께 했다. 그 시절 금융이해도가 높은 IT 전공자를 찾는 건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더 큰 문제는 어떻게 사람을 찾아놔도 서로의 언어가 너무 달랐다는 점이었다(그 과정에서 받았던 고통은 꽤 컸는데 수년간 어쩔 수 없이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나중에는 IT 전공자들에게 누구보다 애정 가득한 사람이 되었다는... ).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나의 이러한 경험들이 몇 년 뒤엔 고전적인 과거의 이야기로만 남겠다는 생각이 든다. AI가 IT 전공자의 역할을 차고 넘치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IT 전공자의 언어도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 요즘 나는 혼자서 투자시스템을 하나 구축해 보는 중이다. 작은 투자 하우스 하나를 구현해 내는 것이 목표이다. 예전 같았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회사 다닐 때 동료들과 자주 나눴던 얘기가 있는데, '우리가 아는 지식은 기관에 있을 때만 먹힌다'였다. 모두들 고된 회사생활을 그만하고 싶지만 배운 지식을 가지고 먹고사는 방법은 기관 속에 있는 것 밖에 없었기에 다들 그만두지는 못하고 푸념만 했던 대화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관에서 벗어나 개인이 만들기에 결과물이 조금 어설프긴 할지언정 못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자금의 규모에서 오는 차이는 극복할 수 없겠지만 기관보다 훨씬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과 규제의 지배가 없다는 점에서 오는 이점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과정은 자연어로만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내가 회사의 시스템을 구축하지도, 각 부서의 업무를 할당하지도 않았다. AI는 나의 의도만 듣고 알아서 회사의 구조도를 만들고 팀별 업무를 배정했으며 서로 견제하는 시스템까지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한 일이라곤 더 잘할 수 있도록 비싼 AI 모델을 구독해 준 것과 현실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증권사 API를 연결시켜 준 것뿐이다. 과거 수년간 프로젝트의 구축단계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생각한다면 대략 12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만든 이 시스템을 과연 누가 비난할 수 있겠나 싶다.
지금은 회사의 껍데기만 만들어 놓은 상태이기에 이제 세부적으로 조정이 들어가야 하겠지만 여전히 못 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니 솔직히 너무 설렌다. 회사에서는 투자 전략을 선택할 때 시작하고 다시 되돌리는 것 자체가 모두 비용이기에 엄청난 검토를 거쳐 베팅하는 마음으로 선택하지만, 개인이 AI와 함께 작업하는 환경에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해볼 만한 여러 가지 전략을 각각의 에이전트에게 할당해 일단 구현하고 테스트를 해보면서 실제로 수익이 나는 전략을 선택하면 된다. 갈수록 심해지는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해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전략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여러 가지 전략을 매크로 시황에 따라 바꿔가며 적용해 볼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여건상 실제로 구현되는 것을 본 적도 없었던 전략을 AI를 활용한다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너무 장밋빛 미래만 그리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도 안다. 이렇게 접근의 난이도가 낮아질수록 시장의 알파는 줄어들고 수익 또한 줄어들 거란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절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올해가 지나면서 정말로 그 누구도 코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더라도 말이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고 그래서 계속 다음 세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 세대가 자라면서 겪어왔던 변화들을 기억한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지금, 나보다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 본다면 분명 지금 하는 과정들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알파가 생겨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