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계좌(530A 계좌)를 보며

국가가 이끄는 전 국민 투자자 만들기

by 아리당스

2025년 미국의 'One Big Beautiful Bill(OBBB)' 법안을 통해 신설된 아동용 세제 혜택 저축 계좌, 이른바 '트럼프 계좌'가 이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다.


<트럼프 계좌>

- 지원대상: 2025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 사이에 태어난 모든 미국 아동

- 지원금 규모: 계좌 개설 시 1000달러를 미 재무부가 지급

- 운영방식: 자금은 인덱스 펀드에 즉시 투자되며 18세가 될 때까지 인출이 제한됨. 이후 학자금, 첫 주택 구입, 창업 자금 등 사용처가 한정되어 있음

- 추가납입: 부모나 고용주가 연간 최대 5,000달러까지 추가 입금할 수 있으며 세제혜택이 주어짐

- 투자가능 자산: 지수추종 ETF나 인덱스펀드에 한정되며 수수료가 0.1% 이하인 상품에만 투자 가능


우리나라는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출산축하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미국은 그동안 이런 형태의 지원금 제도는 없었다. 그래서 트럼프 계좌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더 이슈가 되는 이유는 정부가 지원금을 현금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아닌 계좌로 꽂아서 자본 시장에 투자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이다.


혜택을 받은 아이들은 의도하지 않아도 자신의 계좌에서 불어나가는 돈을 지켜보며 복리의 힘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고, 그들에게 성인이 되었을 때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금액을 쥐어주겠다는 게 트럼프 계좌의 의도이다(뒷얘기로는 주식시장에 엄청난 정부의 자금이 흘러들어 가게 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란 얘기도 있지만 어쨌든 긍정적인 시선이 더 크다).


이 정책의 긍정적인 기대효과를 정리해 보자면, 우선 조건 없이 일정시기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에게 지급되는 혜택이기 때문에 자산 불평등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다. 하위 계층에 속하는 아이들일지라도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불어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성인이 되면 자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을 소유하게 된다. 또한 국민 모두가 금융자산을 소유하게 함으로써 금융 이해도를 높이고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제로 장기투자를 하게 됨으로써 국민 모두에게 올바른 투자습관을 길러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일단 이 정책을 보면서 셀프로 내 아이에게 금융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엄마로서 사실 좀 많이 부러웠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에서는 부모가 아이 계좌를 만들어 아이 앞으로 지급되는 지원금과 세금 없이 할 수 있는 최대증여금을 모아 대신 투자를 하는 방법으로 자녀의 미래를 준비해 주곤 한다.


나도 아이들 계좌를 만들어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아이계좌이지만 아직 어려서 스스로 투자를 할 수 없으니 부모가 대신해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아이계좌에서 너무 빈번한 거래가 있거나 의심스러운 입출금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이는 부모의 차명계좌로 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되도록 매수 위주로 하되, 장기로 가져갈 수 있는 종목들로 거래를 하는 편이다. 당연히 나도 이 계좌를 트럼프계좌에서 의도하는 바와 같이 아이에게 금융자산의 소유권을 갖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자본주의 시스템을 노출시키고 투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게 목적이다.




이 트럼프 계좌 소식을 들었을 때 유대인의 경제교육 철학이 떠올랐다. 아이를 낳고 경제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으면서 많이 참고를 했던 게 유대인의 교육방법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르 미츠바(성인식)'이다. 유대인 아이들은 만 13세가 되면 성인식인 '바르 미츠바'를 하게 되는데 이때 일가친척으로부터 축의금을 받는다고 한다. 이 금액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에 달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게 되는 20대 중반까지 약 10년 정도 이 자산이 불어났다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며 스스로 돈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유대인의 교육 철학이다.


유대인들의 놀라운 부의 축적 비결은 이러한 가정교육에서 탄생하는 것일 테다. 생각해 보면 만 13세가 그 정도의 돈을 과연 운용할 수 있을까 싶은데, 이건 능력을 보는 거라기 보단 돈을 받기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왔던 경제 교육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거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핵심은 충분한 자격이 되지 않더라도 본인의 돈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아이들이 쌓을 수 있는 실전 경험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법일 거라 생각한다.


트럼프 계좌는 수수료 0.1% 이하의 상품에만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기에 많은 경험을 쌓을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도 유대인들의 교육 철학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세금 혜택이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서 배당이 많은 상품을 골라 복리효과를 더 크게 누린다던지, 개별주식이 아닌 인덱스펀드나 ETF만 투자를 하더라도 장기투자를 하게 되면 상당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물론 그 사이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자산 가격의 등락을 지켜보면서 투자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출산 축하금 일시지급대신 이런 식으로 모든 국민이 투자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정책을 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정부에서 원하는 주식시장 부흥에도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투자를 경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본이 크지 않을 때부터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은 경험은 추후 자본이 커졌을 때 분명 힘을 발휘할 거다.


나 또한 아이들의 주식계좌를 만 13세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 실제로 맡겨 볼까 한다. 그리고 그들의 투자여정을 독립하기 전까지 격려해 주고 지지해주고 싶다.

이전 05화Agent AI 발전 속도를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