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onologu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스 Oct 19. 2023

다시 쓰는 일기

첫 번째 성공 일기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아침저녁으로 부쩍 차가워진 기온에 비까지 내리니 체감온도는 더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아이들 옷을 두텁게 입혀서 등원길에 나섰다. 옷을 따뜻하게 입은 탓인지 촉촉하게 내리는 빗방울에도 날씨는 포근하게 느껴져 되려 등줄기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늘 그렇듯 킥보드를 타며 신나는 등원길을 나서는데 유치원을 50m 앞에 두고 3호가 넘어졌다. 외상이 없는 걸로 봐서 크게 아프진 않을 터인데 핑곗거리가 생겼나 보다. "아파서 못 걷겠어, 유치원 안 갈래!" 주문처럼 외친다. 우산과 킥보드를 길 한쪽에 세워두고 3호를 등에 업혔다. 등원을 힘들어하기에 교실 문 앞까지 가서 인사를 했더니 '인심 한 번 크게 써서' 등원해 준다. 웃고 있지만 슬픈 표정의 3호는 그렇게 유치원에 가줬다.


 어렵게 얻게 된 나만의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어제 두 번째 길고양이를 집에 데려와서 집은 동물 농장이 따로 없다. 처음부터 그럴 작정으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고양이 두 마리와 강아지 한 마리와 살고 있다. 

 동물 농장이 된 집에 있으면 오전 시간은 동물들을 돌보느라 또는 해도 그만인 집안일에 속박될 것이 뻔해서 부러 나왔다. 어제 도서관에 가서 50권 가득 대출을 받아와서 도서관에 대출할 책은 없었다. 처음 도서관에서 맥북을 켰던 날 내 귀에는 이어폰이 끼워져 있었고, 한 시간 정도 열심히 타이핑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들른 도서관 입구에 붙여져 있던 안내 문구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키보드 사용과 마우스 클릭은 자제해 주세요." 얼굴이 붉어졌다. 도서관에서는 대출만 해봤지 앉아서 책을 읽어본 적은 드물다. 키보드 자판의 소리가 클 것이라고 생각 못했고,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내가 내고 있는 소음을 전혀 몰랐다. 오늘은 독서보다 맥북을 만져야 할 일이 많아서 스타벅스에 왔다. 집도 집중이 꽤 잘되는 환경이었는데 동물이 네 마리로 늘어나서 이제 집에서의 몰입은 힘들게 됐다. 스타벅스는 선물 받은 기프티콘이 많아서 갈 곳 없을 때 자주 이용한다. 언제나 스타벅스는 바글바글하다. 오전 9시경 도착했음에도 테이블의 1/3은 차 있었고 나와 같이 노트북을 가져온 사람들도 많았다. 불분명한 미래를 위해 애쓰는 현재, 오늘도 기대될 미래가 선명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요즘 읽고 있는 <보도 섀퍼 부의 레버리지>에서 보도 섀퍼는 매일 성공일기를 쓰라고 조언한다. 쓰기 연습에 한창인지라 어렵지 않겠다 싶었다. 보도 섀퍼의 성공 일기는 성공해서 쓰는 일기가 아니다. 매일 잘 해낸 다섯 가지 일을 기록하는 것이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무조건 해야 한다. 저자가 제안한 훈련은 언제나 효과를 발휘했다고 한다. 매일 성공 일기는 지속적으로 자신감을 키워내며 자신의 장점에 집중할 수 있다.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경험한 성공과 소소한 성공도 기록한다. 작은 구조의 성공은 커다란 성공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성공으로 기록할 내용을 온종일 떠올릴 수 있다. 그렇게 길러진 내 자신감으로 소득이 결정된다고 하니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는 오늘의 오전이므로 어제의 성공일기를 부끄럽지만 결심을 했으니 지금부터 실천해야겠다.

 어제는 도서관에서 계획했던 독서와 그림책 50권의 대출을 했다. 무겁고 허리가 조금 뻐근한 느낌은 들었지만, 수레와 자차가 있어서 가능했다. 하교 후 그림책을 몰입하며 연달아 읽어 내려가는 1호를 보고 있으니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읽어만 준다면 일명 "책셔틀"은 매일이라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라떼를 산책시키며 아이들 간식거리를 사러 떡가게에 갔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해냈으니 시간을 부쩍 아낄 수 있었다. 떡가게 주변으로 저가 카페들이 즐비하지만, 커피를 사 먹지 않고 온 나를 칭찬했다. 저가여도 돈 아니던가. 몇 천 원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아서 절약도 하며 건강도 챙긴다. 아이들에게 오후 간식으로 떡을 먹이고, 저녁에는 파와 양파를 듬뿍 넣고 끓인 찜닭을 해줬다. 오랜만에(?) 고기를 손수 해서 먹이니 마음까지 배불렀다. 저녁을 먹은 후 피곤하지만 집을 깨끗이 치우고 아이들 그림책을 읽어줬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림책을 가져와준 아이들이 고맙고 예쁘다. 그 맛에 오늘도 책을 읽어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