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 한 코 하실래요

실과 바늘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by 아리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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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뜨개’다.


작년 9월, 코바늘로 인형 뜨기를 처음 시작했으니 뜨개 생활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처음엔 그저 귀여운 도안을 발견하고 완성해보고 싶어 가볍게 시작했다. 하지만 점차 심란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바늘을 잡는 시간이 늘어났고, 지금은 뜨개의 매력에 푹 빠져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그 매력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첫째, ‘정직’하다는 것.

한 코를 뜨면 딱 한 코만큼, 한 단을 뜨면 딱 한 단만큼 늘어나는 정직함.

잠깐 딴생각을 하면 영락없이 틀리고야 마는 정직함.

도안만 따라 뜨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나오는 모양. 그 예상을 절대 벗어나지 않는 정직함.


사람 사는 일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오지 않을 때도 많으니까. 불확실한 삶 속에서 가장 확실하고 정직한 세계를 뜨개에서 찾았다.


둘째, 꾸준함의 힘을 믿게 된다는 것.

운동을 매일 조금씩 하면 체력이 좋아지고 근육이 붙듯, 매일 한 단이라도 뜨다 보면 지루하고 더디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완성품을 마주하게 된다는 믿음이 생긴다. 이런 소소한 성취감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끊임없이 나를 조율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

예쁜 도안은 계속 나오고, 그걸 뜨려면 나는 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하지만 뜨개를 하다 보니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힘 조절'이라는 걸 알았다.


처음 뜨개를 시작할 땐 손가락에 힘이 없어 편물이 헐렁하고 예쁘지 않았다. 오기로 계속 뜨다 보니 손가락에 힘은 생겼는데, 이번엔 의욕이 앞서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편물이 단단해져 버렸다. 그 단단한 걸 억지로 뜨려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 몸살까지 앓았다. 뜨개질하다 몸살이라니, 우습지만 초보 뜨개러에겐 왕왕 있는 일이다.


그 과정을 거쳐 지금은 너무 힘을 주지도, 빼지도 않는 '나만의 적당한 텐션'을 찾았다. 나와 실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너무 헐거우면 모양이 나지 않고, 너무 애를 쓰면 내 몸이 아프다. 인생도 이와 같아서, 너무 힘을 빼면 의욕이 사라지고, 너무 힘을 주고 살면 결국 병이 난다.


나는 오늘도 적당하게 살아가는 법을 자라나는 한 코 한 코에서 배우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인 세계이지 않나.


"어때요?

나와 ‘함뜨(함께 뜨기)’ 하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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