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순간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by 아리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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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작은 방어기제 하나쯤은 키우며 산다.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이 말을 하면 싫어할까?' 끊임없이 나 자신을 검열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기도 한다. 세상은 늘 나를 평가하고, 내 생각에 점수를 매기려 드니까.


그런데 아주 가끔, 그 빗장을 소리 없이 여는 사람이 있다.


엉뚱한 소리를 해도 비웃지 않고, 실수에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다. 서툴게 더듬더듬 꺼내놓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응시해 준다. 그런 사람을 마주하면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만다.


사실 우리가 원하는 건 명쾌한 해결책이나 따끔한 조언 따위가 아니다. 그저 '많이 힘들었겠네. 그럴 수 있지'하는 공감,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 그거면 충분하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나의 두서없는 말들을 가만히 들어줄 때, 내 부족한 모습조차 풍경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줄 때, 그런 사람 앞에서 우리는 가장 '나'다워진다.


그리고 깨닫는다.


어떠한 편견이나 질책 없이 나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을 만나면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다. 사랑은 결국, 나를 온전히 이해받는 그 순간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면 절대 놓치지 말길. 그리고 꼭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길. 그런 사람이 곁에 하나라도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살만 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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