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사랑해

스텔라장 - 지금을 사랑해

by 아리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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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내향성 99%, 파워 I 집순이인 내가 밖에 나가 좋은 햇볕에 보송보송 잘 말려진 한 해였다.


나는 조금 무거운 사람이다.


방 안에서 혼자 실을 엮고, 빈 종이에 내 마음을 어떻게 담을까 고민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시간들을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가끔은 그 고요함이 나를 눅눅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음 한구석이 축축하게 젖어 곰팡이가 필 것 같은 날들도 있다.


하지만 작년은 많이 달랐다.


일 년의 3분의 1도 채 외출하지 않던 내가, 올해는 반 넘게 집 밖으로 나섰다. 더위와 추위에 무척이나 약한 내가 말이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더운 날에도, 뇌가 얼어붙을 듯 추운 날에도 나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게 괴로웠냐 하면, 아니. 그렇지 않았다.


나를 다시 풋풋했던 스무 살의 마음으로 돌려놓을 만큼 신기한 사람들을 만나, 오히려 몇 달을 행복 속에 살았다. 출근길의 내 걸음에는 잘 마른 셔츠 같은 기분 좋은 빳빳함이 있었다.


폰을 바꾸면서 다시 화면에 세상을 담기 시작했고,

한 코 한 코가 모여 한 벌이 되는 기쁨을 몇 번이나 경험했으며,

무엇보다 나의 '사서 하는 고생'들이 사실은 세상을 향한 나만의 사랑 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한 해였다.


나는 여전히 집이 제일 좋은 '집순이'다.

하지만 예전의 내가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만 하는 집순이였다면, 올해는 가끔 마당에 나가 광합성도 할 줄 아는, 제법 건강한 집순이었달까.


햇볕에 잘 마른 니트에서 나는 포근한 냄새.

2025년의 나에게서는, 그런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


내년에도 365일을 한코한코 지어내야지.


반갑다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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