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꿈이 좋고, 보드라운 것이 좋고, 사람이 좋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귀여운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깎여나가는 건 아니다.
세상은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미라클 모닝이 대세라고 다그치지만, 나에게 아침형 세상은 늘 몸에 맞지 않는 뻣뻣한 외투처럼 버겁다.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을 뜨는 나의 아침은 매번, 세상 처음 뜨는 사슬 뜨기처럼 엉망이다. 말랑한 인형들 사이로 몸을 파묻는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만의 온도로 평화로워진다. 비록 세상의 시계와는 조금 엇박자로 살고 있을지라도, 나의 세계는 이 포근함 속에서 가장 정확하게 흐른다.
어차피 나는 박치다. 억지로 세상의 박자에 발을 맞추려 애쓰지 않고, 나는 그냥 나만의 느릿하고 편안한 장단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세상은 자꾸만 나에게 단단해지라고, 계산적인 갑옷을 입으라고 강요한다. 그 날카로운 목소리에 마음을 긁히지 않으려, 나는 내 방을 온통 보드라운 솜뭉치들로 채운다. 나에게는 차갑고 딱딱한 갑옷보다, 겹겹이 나를 지켜줄 보들보들한 모헤어 털실 같은 방어막이 훨씬 더 필요하다. 뾰족한 세상에 깎여나가지 않으려 오늘도 내 곁을 솜뭉치들로 채우는 것, 이게 내가 이 팍팍한 세상을 버티는 유일한 요령이다.
지금은 비록 무딘 나무 대바늘로 콕 찔러도 눈물이 주룩 나는 약한 나이지만, 내 포근함으로 결국은 세상을 덮어버려야지.
버티고 버텨서, 끝내 잘 익은 목화솜처럼 귀엽고 말랑한 할머니가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