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새벽에 대하여

by 아리따


수면제를 처방받아 먹기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나에게 잠이란 늘 극단적인 두 세계 중 하나였다. 깊고 어두운 잠의 바다에 속수무책으로 잠기거나, 혹은 메마른 모래사장 위에 던져진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거나. '적당히'라는 중간 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끔 누군가 묻는다. 불면증이 있으면 정말 잠을 아예 못 자느냐고. 굳이 대답을 하자면 자긴 한다. 일주일에 고작 여덟 시간 정도. 하지만 그것은 몸을 이완하는 휴식이라기보다, 과부하가 걸린 기계가 멈춰버리는 '기절'이나 '블랙아웃'에 가깝다.


생활하는 도중 문득문득 기억의 실밥이 끊기고, 나는 내가 없는 채로 말하고 움직인다. 그 생경함이 무섭다. 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할 때 겨우 한 시간쯤 눈을 붙이는 것. 그것을 '잠'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지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제는 정해진 시간에 의무적으로 약을 삼키고 억지로 눈을 감는다. 불면증을 다스리기 위해선 규칙적인 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 때문이다. 그 대가로 나는 나의 새벽을 지불했다.


내가 사랑했던 그 화한 새벽 냄새와 차가운 공기. 고요한 정적 속에서만 퐁퐁 떠오르던 그 몽글몽글하고 소중한 감정들. 건강한 내일을 얻기 위해, 나는 나의 가장 나다운 밤들을 통째로 잃어 버렸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늘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었던 그 푸르스름한 시간 그립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나의 소중한 새벽이.

매거진의 이전글어른이의 장래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