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은 오랫동안 잘 벼려진 은색 뜨개바늘 같았다. 차갑고 단단해서 상대의 허점을 단숨에 꿰뚫었다. 난 그것을 남다른 재능이라 믿었다. 타인의 서툰 논리를 해체하며 묘한 쾌감을 느끼던 시절도 있었다.
어느 날, 나와 닮은 누군가의 입에서 튀어나온 얼음 같은 문장을 마주했다. 틀린 구석 하나 없는 명확한 정답이었지만, 그 날카로운 진실이 누군가의 가슴을 사정없이 긋는 광경은 서늘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꼭 저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마음을 건드렸다. 거울을 본 듯 가슴이 저릿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흉터를 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 애정이 깊은 이들일수록 내 말은 더 깊숙이 박혀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내색하지 않았으나 나는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이제는 입술을 떼기 전 마음속으로 말에 한 번 더 고운 빗질을 한다. 내뱉는 말이 상대의 마음에 닿을 때, 아픈 자국을 남기는 바늘이 아니라 포근하게 감싸는 스웨터가 되기를 바란다. 짧고 명확한 본질은 지켜내면서도 온기를 잃지 않는 적당한 온도의 단어들을 고심한다.
차가운 스틸 바늘을 내려놓고 뭉툭한 나무 대바늘을 손에 익히는 일은 생각보다 더디고 서툴다. 때로는 예전의 날카로운 습관이 툭 튀어나와 코들이 삐죽거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엉킨 실타래를 풀듯 숨을 고르며 다시 한 코를 뜬다. 상대의 마음을 찌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온기를 엮어내는 법을 새로 배우고 있는 셈이다.
아직 갈 길이 멀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한참 모자랄 것이다. 그럼에도 내 노력이 내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든든한 보호막이 될 수 있기를 꿈꾼다.
나는 오늘도 한 코씩 신중히 말을 내뱉는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