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by 아리따


3월의 달력을 넘기면서 나는 이미 봄처럼 화사한 색의 실을 고르고 있는데, 창밖의 공기는 여전히 날 선 바늘처럼 살갗을 파고든다. 방 안에서 이불 두 채를 겹겹이 덮고 그 서늘한 배신감을 가만히 곱씹는다.


몸이 계절에 따라 흔들리듯 마음도 따라 흔들린다. 막 힘이 나다가도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금세 풀이 죽어버리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난 역시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환절기에는 몸도 조금 서툴다. 어제까지 괜찮았던 온도가 오늘은 유난히 춥게 느껴지고, 겨울에도 멀쩡하던 피부가 한껏 예민해진다. 마치 몸이 새로운 계절에 적응하느라 잠깐 헤매는 것처럼 마음도 그런 것 아닐까.


뜨개질을 하다 보면 가끔 코가 헐거워질 때가 있다. 분명 단단히 잡아당겨 떴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확인해 보면 어딘가 느슨해져 있다. 그럴 때는 살짝 잡아당겨 모양을 정리해 준다. 실을 탓하지도, 내가 서툴렀다고 자책하지도 않는다. 그저 다시 한 코를 고르면 된다.


요즘의 나는 조금 헐거워진 코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뜨개는 한 코가 느슨해졌다고 전부 망가지는 일은 없다. 손끝으로 늘어진 코를 정리해 주고 그다음 코를 이어서 뜨면 그만이다.


어쩌면 지금이 내 마음의 환절기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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