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크라우스'의 '위대한 집'을 독서모임에서 같이 읽고 합평회까지 했는데, 작가 특유의 서술 방식에 대해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명쾌하게 떨어지지 않는 결말도 긴 여운을 남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 '사랑의 역사'는 그런 의미에서 비슷한 면과 전혀 다른 면을 동시에 보여 준다. 여러 인물이 서로 얽히는 구조와 한 권의 책을 둘러싼 스토리라는 면에서는 '위대한 집'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독자가 헛갈릴 수 있는 스토리 구조는 아니라는 면에서는 '위대한 집'과 다른 면을 갖고 있다.
작가가 유대 민족의 일원으로서 그들이 겪었던 고통과 아픔을 작품 속에 녹여낸 면에서는 두 작품이 유사하기도 하다.
이 작품에는 나치 독일에 의해 폴란드에 있던 집과 가족을 잃고, 사랑하던 소녀마저 잃고 미국으로 망명해 오랜 세월 동안 혼자 살아온 팔십 대 노인, 세상을 떠난 아빠가 오래전에 엄마에게 선물한 책의 주인공에서 딴 이름을 갖게 된 소녀, 그리고 친구가 맡긴 책을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한 일로 죄책감에 사로 잡힌 남자... 이렇게 세 사람이 얽힌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의 역사'라는 책을 매개로 벌어지는 묘한 긴장감은 인물과 '책'을 따라 몰입하게 하고, 작품의 끝에 가서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민족적 고난 속에 꼬여버린 젊은 날의 순수한 사랑은 긴 세월에 걸쳐 한 권의 책을 통해 잔잔하지만 아픈 '사랑의 역사'로 독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