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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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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아 Dec 19. 2018

07. 출판사 계약

퇴사와 여행, 그 후

올 상반기 석 달 간의 여행기를 위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출판사와 연결이 되고 목차 구성을 정리하고, 원고를 다듬고, 1차 교정까지 마친 와중에, 좀 늦은 것 아닌가 싶었지만 출판사 관례가 그러하다니 따랐고, 아주 나쁘진 않은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2차, 3차의 교정과 속 디자인, 표지 디자인 등의 작업이 남아 있고, 3,4월에나 책을 받아 볼 수 있다고 했다. 출판사와 첫 미팅이 9월, 책이 나오기까지는 반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는 셈이니, 출판이란 참 지난한 과정이구나 싶었다. 그래도 계약서를 받아 드니 비로소 무언가 되고 있다는 기분이다.


여행 이후, 올 하반기의 생활은 넘어지고 일어서고, 버티고의 반복이었다. 넘어진 일은 주로 졸업 논문 관련으로 생각과 달리 글쓰기는 진전이 없었다. 투고한 논문은 탈락하고, 논문 주제가 흔들리며 오히려 퇴보하는 것 같았다. 그럴 땐 아주 바닥을 칠 때까지 마음과 정신을 놓아버렸고, 힘껏 우울했다가 털고 일어났다. 스스로의 재능에 대한 불신만큼 좌절하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런 종류의 넘어짐은 자기 스스로를 믿는 믿음을 일으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버티기란 가족의 잔소리나 눈치 없는 지인들의 부담스러운 관심(?) 같은 심리적인 부분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가까웠다. 소비를 줄였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기는 했지만 씀씀이보다는 많이 부족해 자주 허덕였다. 미니멀리즘을 할 겸 중고 물품과 책을 팔고, 언젠가 다시 가야지 하며 남겨둔 외국화폐 등을 처분하며 푼돈을 챙겼다. 묶어놓았던 돈을 헐기도 했다. 조금 넉넉하게 지내자면 일이 들어오는 대로 닥치는 대로 할 수도 있었지만, 원래 퇴사한 목적(졸업논문 탈고, 조직에서 벗어난 삶, 꿈을 위한 도전)을 위해 시간을 다 쓰고 싶지 않았다. 단기로 하는 일이나 시간 투자가 적은 일만 골라했다. 어쨌든 지금껏 버텼고, 조금은 더 유지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지금만큼의 자율성을 삶에 부여하고 싶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끝까지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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