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오타푸, 세상에서 가장 초현실적인 장소

뉴질랜드에선 모든 게 쉬워

by 유진아

[뉴질랜드에선 모든 게 쉬워]

(관련 페이지 66~71쪽)

책에 다 싣지 못한 사진, 동영상과 함께 책의 일부 내용을 소개합니다.



로토루아 공원 (노천 온천에서의 공짜 족욕)


로토루아는 뉴질랜드 선주민인 마오리족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만날 수 있다. 화산 지열지대인 로토루아는 유황 냄새가 온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어 버스가 들어서자마자 도착했음을 알 수 있다.


로토루아 공원의 간헐천


여행을 계획할 때 뉴질랜드에 살던 지인은 로토루아를 꼭 가보라고 추천했다. 로토루아는 볼거리가 많은 동네였다. 가이드북은 신비한 샘이며 계곡, 머드테라피 등을 할 수 있는 곳을 추천했지만, 나는 인터시티 버스로 왕복할 수 있는 와이오타푸를 골랐다. 세계에서 가장 초현실적인 장소 20 중 하나로 선정된 곳이라기에 구미가 당겼다. 와이오타푸는화산 성분으로 생성된 신비한 빛깔의 연못과 샘이나 독특한 지형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버스는 로토루아에서 30분 만에 와이오타푸 입구로 데려다줬다. 그러나 지도는 나에게 30분을 더 걸어 들어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며 걷지 뭐. 비록 숙소에서 인터시티버스 정류장까지 버스를 놓쳐 1시간을 걸어왔지만, 이 정돈 더 걸을 수 있잖아? 하핫, 해탈한 사람마냥 체념 섞인 위로인지 속임수인지, 약 올림인지 스스로에게 말해놓고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하, 길이 예쁘니 참는다.


와이오타푸 가는 길


그런데 차가 한 대 서더니 후진하여 나에게 물었다.

“머드풀 있는 데로 가려면 이쪽이 맞나요?”

“아, 네……. 조금 더 가시다가 우회전하심 돼요.”

용기 있게 혼자 떠나긴 잘해도, 사람 앞에 소심한 성격은 어쩌질 못하나 보다. 그 좁은 길을 가는 차는 거의 와이오타푸를 오가는 차일 것이고, 조금만 씩씩했다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을 텐데 차마 그러질 못했다. 걸으면서 언제 또 표지판을 보고선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는 건 또 뭐람.


드디어 도착한 와이오타푸엔 한국어 안내문이 있었다. 한 장짜리지만 꽤 도움이 되었다. 처음 관람할 때는 시내를 걸어 다니며 본 온천수와 비슷한 줄 알았는데 점차 기이한 색의 샘들이 나왔다. 샘들은 유황, 안티몬, 실리카, 산화철, 염화철 등의 조합으로 검은색, 노란색, 연두색 등의 빛깔을 띠었다.


와이오타푸의 기이한 물색들


그런데 어쩐지 낯이 익다. 어디서 본 듯하다 했더니 ‘녹조라떼’가 연상된 것. 허참. 천연 자연의 색이 환경오염 때문에 나타난 색과 유사하니 희한한 일이었다. 겉은 비슷해도 의미는 반대인 빛깔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자연의 색은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제법 어울렸다. 이곳에 머문 3월 내내 한국은 미세먼지가 극성인지, 공기만으로도 여기 있는 게 의미 있다는 얘기들을 들었다.



비싼 값을 치르고 맑은 공기를 누리는 셈이다.어릴 때만 해도 물을 사 먹고, 나빠진 공기를 피해 다니는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세상이 너무 빨리 변했다. 정말이지 인구수 적은 이곳이 피난 온 사람으로 채워질 날이 올지 모르겠다.오염으로 인해 괴이한 색이 아니라, 천연 자연의 신비한 색이 되살아나는 시절이 올 수 있을지.



#뉴질랜드에선모든게쉬워

#유진아

#씽크스마트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니아 연대기의 입구, 커시드럴 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