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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의 입구, 커시드럴 커브
뉴질랜드에선 모든 게 쉬워
by
유진아
Jun 25. 2019
[
뉴질랜드에선 모든 게 쉬워]
(관런 페이지 227~230쪽)
책에 다 싣지 못한 사진, 동영상과 함께 책의 일부 내용을 소개합니다.
“Are you OK?”
아니, 안 오케이. 그러나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분명 허리까지 밖에 안 오는 데에 서 있었는데 파도가 밀려왔다 가면서
발이 닿지 않는 곳으로 끌고 갔다.
어어 하는데 선글라스까지 벗겨지면서 나는 당황한다.
도수를 넣은 선글라스라 벗겨지니 앞도 희미해지고, 물이 머리까지 덮인다.
사람들이 이렇게 죽는구나!
“Are you OK?”
또다시 날아온 물음에 대답 한 번을 못하고 물 밖으로 손만 허우적댄다.
가무잡잡하게 그을린 청년 하나가 내 손목을 낚아 채 바깥으로 끌어당긴다.
겨우 꼴깍거리며
“어후, 어푸, 응, 괜찮아.”
물가로 이끌려 나오고 밭은 숨을 진정하고 나니, 그제야 선글라스 생각이 났다.
허망하게 “근데 나 선글라스 잃어버렸어. 내 선글라스” 하고 낯선 청년에게 울상을 지어보지만,
힘센 파도와 힘차게 놀고 있는 청춘들은 더 이상 내가 보이지 않았다.
‘아, 여기 온다고 새로 비싸게 맞춰서 온 건데.’
미련을 못 버리고 얕은 바다로 가서 발로 더듬어 보았다.
조금 더 들어가 볼까 기웃거리다가,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는 깊이에도
파도가 끌어당기는 억센 힘에 덜컥 겁이 나고 말았다.
그곳은 코로만델, 커시드럴 커브가 있는 해변이었다.
이 해변은 들어올 때부터 뭔가 달랐다.
짧은 숲길을 지나 도착한 해변은 공기마저 다른 듯 새로운 세상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신선놀음을 온 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세상과 동떨어진 풍경 같았는데,
아치형으로 난 동굴과 해변에 우뚝 솟은 바위섬은 과연 신세계의 입구다웠다.
알고 보니 나니아 연대기를 찍은 촬영 장소란다.
그 바닷가에서 다시 주차장 쪽으로 올라오는 삼십 분 어간의 트레킹 길은
몇 번이나 발을 멈추고 풍경에 취하게 했다.
기분 좋은 햇살 아래, 그림 같은 언덕배기엔 드문드문 멋진 나무들이 서있고,
아래로는 먼데서부터 달려온 파도가 묵직하게 쳐들어왔다.
사이사이 삐직거리는 새소리까지 더하면 상상 속 무릉도원이 떠올랐다.
물놀이를 마치고 올라오는 다른 이들도 비슷한 심정인지 길을 가다 말고 풀밭에 누워 바닷소리를 듣거나,
의자에 앉아 가만히 먼 곳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 바짝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한없이 풀어졌다.
#뉴질랜드에선모든게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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