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듣기 여행-58일 차(뉴질랜드 넬슨)
요가 스튜디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신이 난 나는 폴짝폴짝 초딩뛰기를 하며 날듯이 걸었다. 온몸에 '완전 신남'이 드러났는지, 강건너 맞은 편에서부터 내가 다리를 건너오는 모습을 본 한 남자가 내가 지나갈 때 굳이 몸을 180도 돌려 '헬로~~우'하고 인사했을 정도. 그 인사는 '시간 되면 잠깐 얘기나..'의 느낌이 물씬 풍겼으나, 만나고 들르고 해야 할 데가 많아 인사만 하고 지나갔다. 날도 좋고, 사람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사진도 찍고. 좋구나!
남섬 여행을 준비하며 다소 가라앉았던 마음은 어느새 '잔뜩 설렘'으로 바뀌어 있었다. 일순 당황케 했던 스케줄 꼬임은 몇 번의 요청과 기다림의 반복이 있은 후 완전히 해결되었고, 한동안 인터넷 사용이 어려울 것을 대비해 처리해야할 한국의 일도 끝냈다. 역시 근심은 '게으름'에서 왔던 것.
즐거움을 한층 붇돋워 준 것은 마지막 니아클래스였다. 지난 금요일부터 한 주간은 특별히 전세계 순회 수업을 하고 있는 '켈리(Kelle Rae Oien)'가 수업했다. 그녀는 딱 일주일만 여기 머무는데, 두 번이나 참여할 수 있으니 행운이었다. 넬슨 생활이 별로라던 워홀러는 니아 수업이 어색한지 지난 시간엔 끝까지 있지 못했고 오늘은 나오지 않았는데, 나는 이 니아가 참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에 도입하고 싶을 정도.
멕시코인 켈리의 수업은 원래 선생님과는 확실히 달랐다. 원래 선생님은 수줍은 뉴질랜드인 수업답게 좀더 동작이 간단하고 정적이이었다. 켈리의 수업은 라틴의 열정이 듬뿍 담겨 동작 하나하나가 힘이 넘쳤다. 더욱이 그 유연성이란. 중남미 사람들(특히 쿠바)의 춤을 보면 연체 동물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움직임이 황홀하다. 켈리를 통해 간만에 살사 느낌을 받아 완전 흥이 올랐다. 그리고 니아는 신날 땐 신나도, 마무리는 요가처럼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고요하게 끝나는데, 그 고요의 깊이 역시 더 깊었던 것 같다.
제니스에겐 본인이 만든 목걸이를 선물받았다. 그녀는 이혼 후 전업 학생으로 미술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지만 틈틈이 나무나 동물뼈로 작업을 한다고 했다. 교회의 십자가가 예사롭지 않아 아름답다고 했는데, 그게 제니스가 만든 것이었다. 목걸이도 특이해서 칭찬한 것을 기억하고 내게 역시 자신이 만든 목걸이를 선물한 것.
레이는 마지막 식사라며 와인을 내 왔다. 단순한 나는 와인 한 잔에 조금 서운했던 것들을 잊었다. 어찌됐든 레이는 좋은 주인이었다. 이 집에 머물러 내 넬슨 생활이 제대로 현지인 곁으로 갈 수 있었다. 내가 버스 타는 곳까지 배낭을 메고 오래 걸을까봐, 그녀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태워주겠다고도 했다. 고양이 새미는 떠날 것을 알았는지 아침에 내 방문 앞에서 울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양이 소리에 잠을 깨다니.
적당히 정들었고, 헤어짐이 너무 슬프지 않을만큼 머물었다. 아쉽지 않은 바는 아니나, 여기까지가 최대였다. 더는 생활인이 되지 않는 한, 백수로 계속 머물 순 없었다.
한 번밖에 안 만났지만, 떠나는 길 행복하지 않았던 워홀러가 마음에 걸렸다. 조금은 행복하길 바라며, 대화모임을 권하고 미미를 연결시켰다. 내가 못한 깊이있는 관계의 즐거움이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