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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연 Nov 22. 2020

내가 터키를 좋아하는 이유 4가지


터키에서 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히타이트 고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사실 터키라는 나라를 좋아하게 돼서 몇 년째 터키살이를 하고 있다. (근데 물론 내가 싫어하는 터키도 아주 빠르게 바로 말할 수 있지롱)

     

1. 하루의 고단함을 다 잊게 하는 하늘


터키에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자연환경, 고고학 유적들이 정말 많다. 그런 것들을 더 돋보이게 하는 건 사계절 언제든 참 높고 푸른 하늘이다. 날이 맑은 날이면 세상에 이렇게 파란 하늘이 있나 싶을 정도로 파랗다. 새하얀 구름도 둥둥 떠다니는 날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장면 같다. 해가 뜨고 지는 건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특히 해 질 녘에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면서 보는 노을은 하루 종일 고생했다고 위로해주는 거 같아 마음이 뭉글해지곤 한다. 파란색, 분홍색, 보라색, 주황색, 노란색 무슨 색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색이 매일매일 있다. 어디에 담아 두고두고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 모두가 한 식구


누군가는 터키를 고양이의 나라로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어딜 가든 고양이, 강아지가 많다. 참 웃긴 게 부르지 않아도 알아서 무릎 위에 누워있고 같이 사는 강아지처럼 만져달라고 머리를 들이민다. 오토바이가 지나가도 아이들이 뛰어다녀도 하나도 겁내지 않는다. 아무도 해치지 않은 거라는 걸 아는 거 마냥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무슨 모임이라도 있는지 같은 시간에 일어나 동네 한 바퀴 돌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다. 빵집, 안경점, 학원, 동네 골목 모두가 고양이, 강아지의 식구다. 같이 침대를 나눠 쓰는 반려동물은 아니어도 집집마다 상점마다 꼭 깨끗한 물과 사료를 둔다. 비가 오거나 날이 많이 춥고 더우면 동물 친구들이 편안히 자게 대문을 열어두기도 한다.      





3. 때가 되면 생각나는 그것


내가 머무는 주로 머무는 앙카라와 카이세리는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하다. (카이세리가 조금 더 춥긴 하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도 최고지만 그중에 최고는 제철마다 먹는 음식이다. 특히 여름과 겨울을 생각하면 침이 고이는데, 여름에는 색감마저 쨍한 과일들이다. 살구, 멜론, 포도, 복숭아, 수박, 체리, 자두 한국에서는 고민 고민해서 사 먹던 과일이 여기선 지천에 널려있다.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 과즙이 가득하다. 여름 내내 뜨거운 햇살은 잔뜩 머금고 자란 제철 과일들은 좋은 비타민 영양제도 필요 없을 정도다. 겨울에는 흑해에서 잡은 생선들이 일품이다. 도미, 농어, 멸치 등 많은 생선이 잡히는데 그중에 멸치는 우리가 흔히 먹는 작은 멸치가 아니라 중지 손가락 만한 크기이다. 내장을 깨끗이 제거하고 밀가루를 묻혀 기름 두른 팬에 튀겨먹으면 끝도 없이 먹게 된다. 다른 생선들도 얼마나 크고 통통한지 한쪽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4. 이유 없는 친절


누구든 터키를 여행하면서 한 번쯤 느껴 봤을 수도 있다. 본래 터키인들의 성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난히 한국인들을 좋아하고 호의적이다. (물론 어디에나 똑같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처음 터키에 와서 유학생활을 시작할 때 터키어를 모르고 무작정 왔었다. 그러니 버스 정류장 찾는 거부터 거주 비자를 준비하는 거 까지 모든 게 난관이었다. 그 과정에서 너무 착한 내 친구 오즈게도 있었고, 일면식 없는 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기꺼이 기쁘게 도움을 주었다. 길에서 헤매고 있으면 먼저 다가와서 도와주곤 했는데 처음에는 사실 겁에 질려 도망간 적도 있다. 세금을 납부하러 세무서에 가도 버벅거리는 터키어에 싫은 내색 한번 없이 오히려 차 한잔 건네며 긴장을 달래주기도 했다. 올해 생일에는 코로나 때문에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에 있었는데, 친구들은 구글에 한국어 생일 축하 문구를 찾아 생일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보내주기도 했다.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친절한 사람들 덕에 오늘도 행복하게 터키에 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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