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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Jul 27. 2024

딱새

요즘 비는 예측불허이다. 비가 내리면 무섭다. 양동이로 퍼붓는다고 할까나? 노아의 시대는 하늘문이 열리고 40일 밤낮으로 비가 쏟아져 온 산과 들을 삼키고 차고 넘쳐서 모든 생물을 쓸어벼렸다고 하니 그때에 살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서 허둥대는 모습이 그려진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고 사건이 있기 전에는 전조증상이 있다. 우리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를 분별하여 재난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밤새 천둥번개와 함께 내리던 비가 잦아들면서 새벽 운무가 가득 찬 산의 전경이 펼쳐진다. 가벼운 바람이 몸을 감쌀 때에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아하! 하나님이 일하고 계시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비를 내리지만 겹겹이 쌓인 자연의 때를 한 꺼풀 벗겨내고 새살을 입히는 작업을 하신다. 그리고 상처가 아물도록 호호 입김을 불어 아물도록 하신다. 비바람에 부러진 텐트의 연결대를 수리하는데 물 만난 개구리들이 신이 나서 폴작거린다. 다행히도 케이블 타이로 깁스를 하고 세워보니 그다지 나쁘지 않다. 올여름에 더위와 비가  역대급이라고 하여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다. 무사히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했으면 한다. 이른 시간이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뽀아얀 전경이 몽환적이다. 조금씩 드러내는 산들과 허리를 휘감고 흐르는 물안개가 태초의 신비를 품고 있다. 점점 밝아지는 풍경을 가르며 새들이 날고 지저귄다. 닥새가 계단 옆 배연구 안쪽에 둥지를 품더니 드디어 부하하여 세상으로 나왔다. 두 마리는 화로대에 걸터앉아 꼼짝하지 않는다. 흡사 죽은 듯이 미동도 하지 않아 시선을 뗄 수가 없다. 그러던 아이들이 어느 틈엔가 자리가 옮겨져 있는 것을 보면 살아있는 게 분명하다. 한 마리는 바베큐장 옆 마당에 서서 머리를 흔든다. 담 위로 어미 두 마리가 새끼들을 지켜보며 지져댄다. 닥닥 닥ㄷ닥닥~~  참새도 아닌 것이 도대체 뭘까 검색해 보니 <닥새>라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우는가 보다. 하루 종일 닥새 새끼들이 걱정되고 눈에 밟힌다. 먹이는 어미들이 공급해 주는 것 같다. 닥새의 새끼 몸에는 아직도 솜털이 붙어있다. 어렸을 때에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생각난다. 머리에 털도 안 빠진 것들이... 그때는 그 의미를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제 막 태어나서 배내털이 남아있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닥새 새끼들이 사라졌다. 도대체 어디로 피했을까? 죽지는 않았겠지. 하필 이 장마철에 태어나서 고생을 하나 별별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보니 한 마리가 마당에서 이른 볕을 쬔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죽지 않고 살아줘서 고맙다. 두 마리의 형제들은 어떻게 됐니? 아크풀리에서  또 하나의 자연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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