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아 Aug 21. 2024

줄타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인생의 기로에서 판단을 잘못하여 외줄을 타는 형국이 되었다. 끝이 없는 긴 줄 위로 한 발 한 발 무거운 짐을 지고 흔들거린다. 내 등에는 그동안의 삶의 이력들이 한가득 실려있다. 경제 건강 관계 미래... 어쩌면 모든 것이라고 할 만큼 큰일이다. 이 길을 가려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중해야만 하루를 견딘다. 후회가 된다. 가족에게 미안하고 나를 믿어준 이들에게 미안하다. 함께 협력하며 일을 한 업체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 든다. 며칠 전에는 작업에 꼭 필요한 것들을 매각했다. 그전 주일에는 바브켓을 처분하였다. 이렇게라도 위기를 벗어나서 회복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오늘도 가까스로 대출금 이자를 납부했다. 이 일을 처리하느라 아내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긴장하며 덮쳐오는 파도를 넘어간다. 언제까지 견뎌낼까? 의문이지만 달리 해결책이 없다. 받아야 할 돈들은 받지 못하고 정작 줄 돈은 꼬박꼬박 줘야 하는 현실이 야속하고 두렵다. 그렇게 1년을 버텨왔다. 구멍 난 난파선에 정작 던져야 할 거의  모든 것을 던졌기에 이제는 더 버틸 여력이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견뎌왔듯이 무슨 희망이 생겼으면 좋겠다. 멀리 서라도 손바닥만 한 구름이 보이고 점점 다가와 많은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쌓아가는 것처럼 많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개발 분담금이 또 고지가 되었다. 3년간의 코로나와 세계 곳곳에 전쟁으로 인하여 금리가 올라가고 경제는 얼어붙어 건축물이 팔리지 않고 공사를 해주고는 건축주의 변심으로  준공 자금을 받지 못한 것이 우리 가정에는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짓기만 하면 팔리던 근생 건축물이 4년이 넘도록 팔리지 않는다. 한동안 잘 나가던 터라 은행에서 대출도 받고 주변에서 투자를 받아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결국 발목을 잡고 목줄을 쥔다. 하나님을 예배하려고 아크풀리를 건축했는데 어쩌면 이 번이 마지막 예배가 될지 몰라 우리 가족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예배의 시간이 되었다. 매일 아침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예배하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대하지만 결국은 선하게 역사하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기에 어쩌면 담대하게 이 시간을 걸어간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랑과 도움을 받았다. 내 일보다도 더 열심히 해준 많은 사람들을 본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들을 만났다.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한다. 그러기에 언제일지 모를 추락의 시간이 두렵지 않다. 이미 우리에게는 지켜보며 도우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기에 말이다. 오늘도 건너편 먼 산에 큰 먹구름이 두리 운다. 그 구름 뒤로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노을에  울컥 치솟는 감동이 자리 잡는다. 그래 우리의 눈앞에 있는 고난 뒤에는 크고 위대한 영광의 광채가 빛나고 있으리라.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 약속의 말씀이 들려온다.

작가의 이전글 빗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