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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경 Jan 13. 2016

일개인적무림 Kung Fu Killer 2014

혼자만의 무림, 현대와 무림 그 애잔한 괴리에 대하여


[줄거리]

무림 4대 고수 연쇄살인사건!

이제 범인을 막을 사람은 단 한 명뿐! 어느 날, 한 남자가 정체불명의 범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놀라운 점은 다른 흉기가 없이 오로지 맨주먹만으로 살인이 벌어졌다는 것! 전설적인 무술 고수 하후무는 소식을 들은 즉시 이 사건이 무공과 관계가 있음을 직감하고 다음 피해자를 예측하지만 모두가 그의 발언을 무시한다. 그러나 정말로 하후무가 지적한 대로 발차기의 달인이 살해된 채 발견되자 이제 사람들은 하후무를 필두로 범인을 찾기 위한 집요한 수사를 시작한다. 과연 하후무는 다음 살인을 막고 사랑하는 사매를 지킬 수 있을까?


[감상]

좋아하는 '견자단 형님'표 액션 영화라 발견하자마자 바로 구글 결제로 봤습니다.

스토리 내용이야 위에 써놨고, 액션도 믿고 보는 '견자단 형님' 답게 괜찮습니다.


- 이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의 근간이 되는 세계관이 매니악하고 불친절해서 그걸 알아볼 사람이 - 특히 한국에선 - 거의 없을 거라고 보이더군요. 

악역이 현대의 무림고수들을 찾아다니며 연쇄살인을 -그것도 피해자의 특기로 - 벌인다는 내용에서 작중 왜 악역이 그렇게 행동하는 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 관객이라면 대부분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점이 이 영화에서의 최대 단점인데 사실 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목이 '일개인적무림'인데 저는 좀 의역해서 '혼자만의 무림'이라는 제목이 맞지 않나 싶더군요.

아울러 이 부분에 대해 개인적인 분석을 첨언하자면, 이 영화의 내용을 좀 더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먼저 내용의 근간이자 세계관인 '현대의 무림'이라는 부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입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이미 현대에 있어 무공(무술)과 무공을 익힌 이들의 사회인 무림은 이미 별 의미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각 분야의 최대 고수들조차도 이미 생계를 위해 무공과 별 상관없는 다른 일을 직업(예술가, 문신사, 요리사, 트럭 운전사 등)으로 삼고 있고 - 그나마 주인공 전직이 무도관 관장(장문인)에 경찰 무술 교관인 것과 고수의 수제자 하나가 액션배우인 정도 - 일반 사람들은 아직 '무림'이라는 세계가 남아 있다는 것조차 모릅니다. (심지어 악역은 그 액션배우에게 "이런 가짜(연기)나 하고 있어봐야 네가 진짜(고수)라는 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기는 하냐?"라는 식으로 비아냥 거리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그렇기에 현대에 있어 무공을 추구하고 무림의 세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 되어 버린 것이죠. 그럼에도 악역처럼 그 안에서 천하제일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정신상태는 아닙니다. 하지만 비정상으로 태어나 자신의 노력만으로 정산적인 사람들보다도 더 강해지는 것을 추구해온 악역에게는 있어 거기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이미 살아가는 목표 자체를  잃어버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거기에 트리거를 당긴 것은 바로 세상에서 자신의 유일한 이해자(아내)의 상실이고요.

때문에 지금의 자신과 이제까지 자신, 그리고 자신에 대한 유일한 이해자인 아내와 함께 걸어왔던 길이 옮음을 증명하기 위해선 그는 자신이 천하제일임을 스스로 증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옛날 무림식 즉 생사를 건 결투를 통한 승리를 통해 말이죠. 

여기서 그냥 이기기만 하면 되고 죽일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는데 악역은 '생사를 걸지 않은 대련' 즉 스포츠와 된 무술 경기는 무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쿵후(무공)는 살인술일 뿐!"이라는 악역의 외침이 그것 때문이죠. 그렇기에 살인은 범죄일 뿐 살인도 결투도 용납하지 않는 현대에서 무공과 무림은 시대에 맞지 않는 가치관임을 한번 더 상징하게 됩니다. 

여러모로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작가의 소설 '검의 대가'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더군요.

그러한 괴리가 애잔하게 녹아 있다는 것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고 영감도 많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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