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위한 최소 단행본 판매량
한국에서 오직 라이트노벨 (전업)작가로 먹고살려면 (단행본을) 얼마나 팔아야 하나
첫 번째 질문입니다.
"라이트노벨 작가로서 한 시리즈만 연재해도 먹고살만한가요?"
심플하게 말하면 뭐든 그렇듯이 "자기 하기 나름"이죠.
단, 이 질문의 함의된 궁극적인 질문은 이게 아니라고 봅니다.
질문자분께서 진짜 묻고 싶었던 것은 "(한국에서) 라이트노벨 (전업) 작가로 오직 작품 하나만 집필하며 생계가 유지되느냐?"라는 것과 그러한 불안에 대한 확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그것에 대한 질문 역시 "잘 팔면 됩니다."로 간단히 치환됩니다. 이미 한국에서 라이트노벨 전업작가로 살고 계신 분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김 빠지는 답변만 달았다간 더 물어볼 사람도 없다는 건 저도 잘 아니 좀 더 상세히 '썰'을 풀어보죠.
자, 질문을 이렇게 한 번 바꿔보겠습니다.
"한국에서 오직 라이트노벨 (전업) 작가로만 먹고살려면 (단행본을) 얼마나 팔아야 하나?"
사실 이 한국 땅에서 뭐든 (은수저 이상이 아닌 이상) 쉽게 먹고사는 직업은 별로 없습니다만 창작자는 특히 더 쉽지 않은 직업입니다.
거기다 현재 한국 라이트노벨 시장도 그리 크고 쉬운 시장은 아닙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과연 최소 생계를 보장해 나가려면 단행본을 얼마나 팔아야 하는 가를 계산해보죠.
먼저 책 1권을 냈을 때의 수익 계산입니다.
*책 가격 6,500원 - 그 이상의 정가를 가진 책도 있습니다만 최소 가격으로 잡습니다.
*신인 정가 8% / 기성작가 10% 이상 - 신인인데 7% 이하로 줬던 데도 있다는 소문은 들어봤는데 직접 확인해본 적은 없네요.
*초판 평균 2,500부 - 현재는 더 낮은 곳도 있다고 하지만 이것까지 낮게 잡기는 애매해서 2500부로 잡습니다. 책 가격이 오르면 초판 부수를 더 낮춰 잡기도 합니다.
신인 : (6,500 X 8% ) = 책 한 권당 받는 금액 520원 X 2500부 = 130만 원
기성 : (6,500 X 10% ) = 책 한 권당 받는 금액 650원 X 2500부 = 162만 5천 원
이 금액은 세전 금액이며 실질적으로 여기서 3.3%(직업이 별도로 있을 경우 세율이 또 달라집니다)의 원천징수세가 떼고 들어오므로 실질적으로 통장에 꽂히는 돈은 신인 약 125만 원, 기성 약 157만 원가량이 됩니다.
2015년 2월 기사로 뜬 서울 거주 1인 가구 월평균 생활비는 1인 가구 135만 원이며 https://www.si.re.kr/node/51411
그때보다 시간이 더 흘렀으니 지금은 더 높을 겁니다.
그걸 감안하면 기성일 때 아슬아슬하게 매달 냈을 경우에 한해서 간신히 먹고 살 여지가 되는군요.
물론 라이트노벨 한 작품을 (두 작품을 번갈아 내는 게 아니라) 매달 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빠른 집필이 가능하다고 해도 삽화 작업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라이트노벨 발매 텀이 3~4개월인 이유가 거기에 있고 2 작품 이상을 번갈아 내며 발행하고 있는 작가분이 있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그렇게 교차 발행으로 거의 매달 내시는 작가 분도 있죠. 집필 속도와 삽화가분의 스케줄 등이 잘 맞아떨어지면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연달아 출간이 되는 수도 있고 발매 텀을 평균 2개월로 좁힐 수도 있습니다. 또한 2 작품을 교차로 내면 작품당 버는 금액이 배가 되므로 좀 더 '여유'가 생깁니다.
여기서 좀 더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다시 조건을 좁혀보죠.
3개월에 권씩 일 년에 총 4권을 출간한다고 했을 때는 과연 권당 몇 권이 팔려야 할까요?
간단히 계산해도 3개월에 한 번이니 3배는 팔려야 합니다.
기성(10%)으로 평균 7,500부 = 487만 5천 원 (세후 약 471만 원선)
과연 평균 7,500부를 발행하는 작품이어야 3개월에 한 권씩만 내도 최소한으로 먹고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정도 판매고를 내는 작가분과 작품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일본 인기작이 훨씬 더 많지만.)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또 추가 변수로 책 가격이 높거나 2차 판권(만화화, 전자책) 등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평균 부수는 좀 더 낮아집니다.
특히 요새 라이트노벨 작품들도 카카오 페이지와 리디북스 등에서 전자책으로 많이 나오고 있고 이를 통한 추가 수입원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한다면 평균 부수는 좀 더 내려가긴 합니다.
또 한 가지. 단행본으로 잘 팔렸다고 전자책으로도 그만큼 비례해서 수익이 보장되진 않습니다. 라이트노벨의 오프라인 단행본 시장의 독자군과 전자책 시장의 독자군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죠. 단행본으로 인기가 있었다고 해도 독자층이 다른 전자책은 구매패턴이 달라서 단행본에선 인기가 덜 했던 작품이 전자책에서는 더 많은 판매를 올리는 일도 발생합니다. 현재 전자책으로도 잘 팔린 작품들은 단행본 수입 못지않은, 일부는 그보다 더 많은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슬슬 말이 장황해지니 요약정리를 해보죠.
1. 라이트노벨 작가가 책만 써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1년에 최소 약 3만 부 이상의 발행부수가 필요. (연수입 1,950만 원(세전))
2. 이걸 1년간 발행한 작품의 종수로 나누면
2-1) 4종(3개월 텀)이면 평균 7,500부
2-2) 6종(2개월 텀)이면 평균 5,000부
2-3) 8종(1.5개월 텀)이면 평균 3,750부
2-4) 12종(매달)이면 평균 2,500부
... 이상을 단행본으로 팔아야 합니다.
(대략적인 계산이고 특전 부록으로 인해 책정가 상승, 2차 및 전자책 등 변수들도 있으니 그걸 추가로 감안하면 저 평균 부수에서 좀 더 낮아지는 형태가 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한국에서 쉽게 먹고사는 직업은 없습니다. 작가로 먹고사는 게 쉬웠다면 벌써 한국은 '일백만 작가 시대'를 열었겠죠.
(질문은 이쪽으로) 관련 공지글 http://blog.naver.com/arkleode/220731810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