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주체성 증명서
치아로 음식을 씹는 힘을 저작력(咀嚼力)이라 한다.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가지는 법적인 권리는 저작권(著作權)이라 한다.
나는 저작권(著作權)을 저작(咀嚼)해본다.
두 단어는 전혀 다른 의미지만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저작력이란 음식을 내 치아로 씹어내는 힘이다. 씹는 힘이 약하면 아무리 좋은 음식도 제맛을 느끼기 어렵다.
그와 마찬가지로 저작권은 내 감각으로 씹어낸 창작물에 대해 갖는 권리다. 누구나 인생은 딱딱하다. 그 딱딱함을 내 치아로 씹어내어 단맛과 쓴맛을 내 감각으로 받아들여 가공한다. 그것이 창작물이다.
누군가의 문장과 구조를 베끼고 삼킨다? 그건 남의 이로 씹은 음식이다.
그 맛과 감각은 그 사람이 느낀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창작도 그렇다. 남이 씹은 감정, 남이 치아로 눌러본 문장은 내 혀에서 녹지 않는다.
아니 그런 것은 안 먹어야 정상 아닌가?
내 치아로 저작하지 않았다면 안 먹는 게 맞다.
글도, 그림도, 음악도 모두 저작력에서 시작된다.
자기 치아로 씹은 사람만이 자기 이름으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저작권은 [감각 주체성 증명서]다.
그래서 법은 창작자가 죽은 뒤에도 70년 동안 그 권리를 지켜준다.
그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그 작품은 공공의 것이 된다. 이후로는 누구든 그 글을 입에 넣어 저작할 수 있다. 하지만 무려 70년동안 지켜낼 만큼 진하고 깊었던 맛. 그건 누가 씹었는지를 기억하게 하는 시간이다.
나는 오늘도 내 감정과 기억을 내 치아로 씹는다. 내 혀로 그 맛을 온전히 즐겨본다.
늘여놓고 싶은 단어들을 삼키지 못하고 뱉어야 할 때가 있고, 사래가 걸려 뿜어내기도 한다. 혀를 씹어 아플 때도 있고 치아가 깨지기도 한다.
치아가 닳고, 감각이 무뎌져도 나는 씹을 것이다.
내 감각으로, 내 이름으로.
그렇게 저작(咀嚼)한 것이 나의 저작권(著作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