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하모닉&키릴 페트렌코 공연을 다녀와서.
52
겹겹이 소리가 쌓인다
서로 밀어내지도 싸우지도 않고
물 위에 물방울이 얹어지듯
강줄기가 모여 바다가 되듯
그렇게 악기의 소리가 쌓인다
온 힘을 다해 사랑하는 일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건 아니다
사랑하지 못하는 자는 발견하기 더 어렵다
그러니 이 지휘에 맞춰 온 힘을 다해 연주하는 단원들은 그 비밀을 맛본 걸 지도 모른다
정갈한 비애는 담았다 터뜨리는 환희와 맞닿는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기도
붉어지는 눈시울의 온도를 느끼기도 하며
감정과 감정이 만나는 장면을 목도한다
서곡의 명확한 발걸음과 사랑을 느낀 피아노의 안내를 따라 걸으며
울려 퍼지는 교향곡은 마음을 적시다 못해 찬란한 물감에 풍덩 빠뜨려 놓았다
경계와 맞닿는 오늘의 무대를 나는 꽤 오래 기억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