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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읽은 세상의 동화들
그 이야기가 내 꿈이 되어서
손에 잡힐 듯한 신기루라고 생각하며
한 번도 놓지 않았는데
놓지 못했는데
이제야 처음으로
내 안의 이질적으로 빛나던 색종이 성들이 무너지고
오직 내가 그리는 얼굴만이 수면에 비치는
비 내리는 오후의 호숫가 앞에
무릎 꿇는다
내가 글자를 쓰는 법을 배우던
펜을 쥐고 나를 위한 문장을 적어 내려 가던
시간들을 차곡차곡 모아
다른 시간이 될 수 있는 칸에 넣어놓고
하나의 쉼표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