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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mel Oct 10. 2022

내 주변을 꾸준히 높이기

사회학의 Neighborhoods Effect를 통한 변화에 대한 고찰

세상은 왜 이리 불공평한 걸까. 왜 고통은 산재되어 모두에게 각각 다른 만큼 부여되는 걸까. 또 공감은 어째서 모두의 기본 능력치가 아닌 걸까. 세상에 대해 생각을 시작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인 것 같다. 그런데 계속 살아가면서 깨닫게 되는 사실 하나는,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 더 나아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주변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사회학에는 Neighbourhoods Effect Theory라는 이론이 있다. 직역하자면 ‘동네 효과 이론' 정도의 의미로, (미국 기준) 한 동네 안에서 빈곤이 어떻게 몇 세대에 걸쳐 여러 사회 문제를 동반하며 대물림되는지를 설명한다. 쉽게, ‘롤모델' 효과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인데 우리가 비일상적이라고 여기는 미성년자 임신이나 마약 복용 같은 것들이 가난한 동네 아이들에게는 일상으로 작용한다.


가난의 주요한 원인은 교육이다. 낮은 교육수준은 경제소득과 비례하고, 이 수준이 비슷한 인구끼리 한 동네를 형성한다. 교육수준이 낮은 이들은 번번한 일자리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아무리 번번해봐야 맥도날드 같은 프랜차이즈의 시간제에 불과하다), 일자리를 찾는다 하더라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개인이 경제활동에 쏟는 시간은 고스란히 가정의 빈자리로 남고, 부모의 공백에는 자녀의 애정결핍이 피어난다.


외로운 빈민층 자녀가 타인과 가장 쉽세 어울릴 수 있는 장소는 학교다. 동시에 학교는 마음 한켠에 자리한 공허함을 채워줄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빈민촌의 십대들이 그렇게 불안정한 교제를 시작하고, 많은 경우 임신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제대로 된 성교육이 자리 할리는 만무하다.


미성년자 임신은 다른 수많은 문제를 동반한다. 우선, 임신한 십대는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된다. 현실에 직면한 아이들은 당장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고, 전전긍긍하다가 갱단이나 마약 거래에 빠지게 된다. 이들에게 가장 쉽고, 현실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구속은 시간문제가 되고, 공안에 붙잡혀 한 번이라도 빨간줄이 그어진 이후부터는 정상적인 직업을 갖는 건 불가능해진다.


다양한 사회문제가 얽혀 개인의 삶에서 되물림되고,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이 비슷한 이들은 한 동네를 형성한다.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셈이다. 엄마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집을 비우면, 아이가 집안의 정적에 무료함을 느끼다 못해 집을 나서게 될 때 보게 되는 풍경은 우리가 아는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날카로운 언성이 배어 나오는 집이 있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이웃이 있고, 유모차를 끌며 거리를 활보하는 열댓 살의 동네언니가 있다.


사실 이러한 비일상이 빈민촌 동네의 아이들에게는 매일 접하는 ‘일상’이다. 열넷, 열다섯 살에 임신하고, 마약거래를 하거나 갱단에 가입하고, 가족이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 이런 것들이 아이들이 매일 보고 듣는 것들이다. 건강한 가정에서 자라고,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결혼식을 올린 뒤에 아이를 낳는 등의 것들은 이들에겐 동화 속의 이야기다. 아니, 들어본 적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굉장히 암울한 이야기로 서론이 길었지만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개인이 상상할 수 있는 미래는 개인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 국한된다. 그래서 지금의 삶을 새로운 차원으로 높이려면 꾸준히 새로운 것을 계속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에 관한 인식과 꿈이 주변의 평균에 잠식되게 둬선 안된다.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요즘 더욱 크게 다가온다. 양육(nurture)이 본성(nature) 보다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본성 못지않게 양육도 중요하다. 나는 내가 갖고 태어난 본성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내가 거쳐온 환경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 또한 있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늘 찾기 위해 노력한다. 꾸준히 새로운 걸 보고, 낯선 사람을 만나고, 나는 못해본 생각을 마주한다.


사람 이야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꾸준히 새로운 걸 경험하려는, 그렇게 계속해서 수준을 높이려는 사람들로 내 주변을 채워나가야 한다. 같이 일하는 팀은 더더욱 그런 사람들이어야겠지. 발전하려는 성향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더 잘하기 위해서 본질에 맞닿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이 고민이 거듭하면서 그 사람만의 온전한 원칙이 만들어지고, 이게 쌓여 그 사람만의 고유한 개성과 관점을 만든다. 이런 사람들로 내 옆을 채울 수 있다면 계속적으로 자극받고, 내 수준 또한 높아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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