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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름 Jan 27. 2024

한국에서 가장 낭만적인 작은 학교, 스누트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1월, 서울에서 인천 송도로 이사를 왔습니다. 전국구 발령이 당연한 회사 덕에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인천을 지방이라 하긴 그렇지만, 송도는 맞습니다. 강남까지 가려면 때론 대전, 세종시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거든요. 계란 프라이를 하면 흰자에서도 끄트머리 빠삭빠삭한 곳이라, 그동안 서울에서 쌓아 둔 경험과 감각, 친구들로부터 톡 떨어져 나가 버릴까 불안했습니다. 주기적인 서울 나들이 거리가 필요했죠.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다 한 광고에 엄지를 꾹 눌러 멈췄습니다. 


  전설적 GQ편집장, 이충걸이 만든 한국에서 가장 낭만적인 작은 학교
  GQ에디터를 가르치던 방식 그대로, 「스누트」 글쓰기 교실


  지금은 백화점에서 "고객님의 취향과 안목, 품격에 맞는 선물을 제안합니다"로 시작하는 상품 설명글이나 쓰고 있던 제게 '에디터를 가르치던 방식 그대로'란 말은 매거진 에디터를 꿈꾸던 대학시절을 소환했습니다. 게다가 2주에 한 번 충무로 필동에 모여 수업하는 스케줄도 '주기적 서울 나들이'로 적당했고요. 수강 등록 공지를 놓칠까 바로 인스타그램 게시물 업로드 알람 설정을 해뒀다 새 학기가 뜨자마자 신청했습니다. 마침 3월부터 시작이라 진짜 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2023년 3월 11일 토요일부터 12월 16일 토요일 사이 스무 번의 토요일을 스누트에서 보냈습니다. 수업 일주일 전까지 사전 안내된 주제로 1,200~1,400자 글을 제출하면 이충걸 교장 선생님이 사력을 다해 첨삭합니다. 안경 두 개를 겹쳐 쓰고 학생들의 글을 읽고 또 읽고. 빨간색, 파란색, 까만색 펜으로 생경하지만 더 공감되는 비유를 더하고 더 적확한 단어와 드라마를 살려주는 문장 구조로 바꿔놓습니다. 그리고 A4용지 상단 여백에 다정하고 위트 있는 두 세줄 평도 빠뜨리지 않으시죠. 명 남짓 학생들은 교실에서 그 첨삭지를 통해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글만으로도 누구를 좋아하고 무한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고 싶다니!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 마음의 화살표 끝엔 언제나 스누트 반 친구들이, 그리고 자주 저 스스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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