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말한 진담

허지웅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 >

by 박희

아직도 똑똑히 기억한다. 몇년 전 엄마가 마지막 숨을 다하던 그 순간을. 그날의 기억은 나에게 한동안 금기처럼 떠올리면 안되는 장면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보는데 그게 나의 혈육이라면 그 장면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리라. 그러나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삶의 흔적은 여기저기에서 불쑥불쑥 나타나 엄마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기억나게 했다.


엄마는 지병으로 한참동안을 앓다 숨을 거두셨다. 나는 엄마가 점점 아파가는 과정을 병과 싸우는 과정을 어쩔 수 없이 지켜봐야 했다. 엄마는 애써 웃으려 했지만 그 웃음 뒤에 얼마 만큼의 고통과 절망이 쌓여 있을지 감히 가늠하지 못했다. 말을 하지 못해 눈으로 전하던 그 간절한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 건 방송인 허지웅이 쓴 < 살고 싶다는 농담 > 이라는 책 때문이다. 내게 허지웅이라는 사람은 가끔 예능에 나오는 말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책을 쓴 작가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우연히 도서관 신간 코너에 < 살고 싶다는 농담 >이 꽂혀 있는 걸 보고 대출을 했다. 딱히 관심이 있었다기 보단 신간이어서였다. 빌려오고 나서도 다른 책을 읽느라 며칠 동안 책꽂이에 꽂혀 있기만 했다. 반납기간이 다가오자 어쩔 수 없이 책을 펼쳐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놀랬다. 두 가지 이유에서 였는데 첫째는 글을 잘 쓴다는 것, 두번째는 그 절실한 마음이 느껴져서였다. 죽음 가까이 가본 사람만이 뱉어낼 수 있는 마음의 울분이 글 속에 명징하게 써 있었다. 항암 치료를 받고 난 후 자신에게 나타난 신체와 정신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죽음을 생각하는 작가의 모습은 감히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무어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허지웅은 그런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 한편의 책으로 세상에 내보였다. 그 용기와 간절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젊은 시절 자신의 치기에 대해 돌아보며 현재의 자신을 이야기한다. 병마를 견뎌내며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는 싶지 않을 터다. 글을 보면 허지웅은 스스로에게 각박한 사람이었다. 자신에 대한 냉혹함은 세상을 향해서도 화살이 되어 날아갔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자신을 드러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그 밤 이후 그는 달라졌다. 그의 변화에 대해 감히 무어라 판단할 수 없다. 그건 그 시간을 지나본 사람만 할수 있는 말이므로.


나는 더 이상 그렇게 뜨겁게 살지 않는다.
병상에서 여러 번 생각했다.
뜨거움은 삶을 소란스럽게 만들 뿐 정작 단 한번도 채워주지 못했다.
그렇게 한번 살아봤으니,
더 살 수 있게 된다면 전혀 다르게 살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운이 좋았다.

단지 운 때문만은 아니지 않을까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그의 의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세상을 향하던 화살을 거두고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와 타인의 마음에 귀기울이는 그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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