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드 애월

애월에서

by 박희



저녁 바닷길을 걸었지

너의 쳐진 등에 물드는 노을을 보며

어제와 달라진 풍경의 바다는

우리에게 어색함을 선물했고

너와 나는 아무 말이 없었다


바다와는 어울리지 않는

편의점 네온사인이 너무 화려해

나는 눈이 부셨다


김밥이나 먹고 가자


여전히 노을은 너의 어깨 위에서 춤추고

우린 전복 뚝배기 흑돼지 오겹살 대신

참치마요 김밥과 국물떡볶이를 먹었다


가난한 게 너의 잘못은 아니지

예쁘지 않은 게 내 잘못은 아니듯


멀리 오징어배들이 밝힌 불빛이

어둠 속에서 더욱 환해져 갔다


너와 나처럼

우리와 세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