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 리뻬를 아시나요

by 박희


옛날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건망증 하곤 조금 다르다. 아예 머릿속에 핀 하나가 나가버린 것 같이 맹하다. 이 증상이 시작된 건 인도 여행으로 간 스리나가르 이후부터일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그저 짐작이지만 그 여행 이후 나는 무언가를 아주 열심히 하는 것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머릿속의 핀이 나가고 나는 조금 여유로워졌다. 죽을 만큼 애달픈 일도 없었다. 아침이 오지 않길 기도하며 이불속에서 잠드는 일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것은 어쩌면 자기 합리화의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더 이상 내가 만든 핸드메이드 불행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가끔 찾아오는 시련이나 고민은 며칠 고민하고 며칠 아파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내 곁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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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 리뻬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지만 잔치는 찬란했다.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아파하고 있는 리뻬의 바다를 보며 덩달아 죄책감이 드는 건 내가 이 섬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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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가 되면 썬라이즈 비치로 가서 해 뜨는 풍경을 봤다. 주인 없는 개들이 발정 난 듯이 짖어대는 어둠의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찬란한 태양은 뜨고 태양 아래 바다는 비슷한 듯 새로운 하루를 열었다. 하루에도 몇 번을 왕복한 워킹 스트릿과 그곳에 사는 리뻬의 사람들. 그들의 순수한 미소가 좋았다. 관광지화 되었지만 아직 때 묻지 않은 섬사람 특유의 자유로움이 있었다.


리뻬의 바다를 온전히 즐기다 조금 엉덩이가 들썩인다 싶을 때 섬투어 스노클링을 했다. 리뻬 해변에 물이 빠지고 나면 니모도 보고 컬러 피시도 볼 수 있었지만 그보다 더더더 멋진 곳이 있다 하니 그 바닷속이 궁금해졌다. 꼬리배에 몸을 싣고 바다 위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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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정해져 있지만

바다는 바다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를 보며

인간의 오만을 생각한다

이곳에서 나를 아는 건

이국의 꼬리배 동행 네 명과 뱃사공뿐

아름다운 풍경 속에 숨은

검은 바다를 보며

몇 해 전 그 바다에서 잠들어버린

어린 청춘들이 떠올라

한참 동안 먹먹해진다


꿈꾸는 듯한 바다를 눈앞에 두고

바람에 온 몸을 맡기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

그게 오늘 내가 할 유일한 일인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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