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 중세 도시 라구사 여행
시칠리에서는 일요일엔 웬만하면 대도시에 있으세요
팔레르모나 카타니아 같은.
작은 소도시는 일요일이면 인적도 없고 문 여는 가게도 없답니다.
팔레르모를 떠날 때 에어비앤비 주인 K가 말했다. 당시에는 그 말을 그냥 흘려 들었는데 라구사에 도착하는 순간 그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 정보인지 바로 깨달았다. 일요일의 라구사는 정말 너무나 한적했다. 라구사 기차역에서 예약해둔 에어비앤비로 가는 20분여 동안 거리에는 사람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도 볼 수 없었다. 건물의 문들은 굳게 닫힌 채였고 마침 날씨까지 스산한 바람이 불어 라구사의 첫인상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그렇게 고난의 일요일을 보내고 맞이한 다음날. 라구사는 본래의 활기를 찾으려는 듯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따뜻한 라구사의 햇살을 맞으며 라구사에 온 목적지 라구사 이블라로 산책하듯 걸었다.
시칠리아의 남동쪽에 있는 라구사는 노토, 모디카와 함께 시칠리 중세 3대 도시로 알려져 있다. 라구사는 신도시와 구도심으로 나뉘는데 라구사의 옛 마을에 해당하는 라구사 이블라를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라구사를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끝없는 골목과 계단을 걸어 산타마리아 교회 앞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해 라구사 이블라를 눈 앞에 맞이하는 순간 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동화나 만화 속에 나올법한 풍경이 내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 한참을 라구사 이블라가 보이는 전망대에서 바람을 맞고 서 있었다. 오래된 교회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바람을 타고 와 귀를 간지럽혔다. 라구사에 있는 동안 해 질 녘에도 전망대를 찾아갔다. 맑은 하늘 아래 보는 모습과는 또 다른 풍경. 사랑하는 혹은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이 온다면 그 사랑의 농도가 더 짙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마력의 장소였다
이블라 마을의 곳곳을 산책하는 것도 라구사에서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오래된 골목길과 그 골목의 끝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두오모. 이끼 낀 돌계단과 아기자기한 집들. 이블라에서 유명한 석류주스와 파니니를 먹으며 지오반니 대성당 앞을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온 것 같았다.
" 시칠리에 간다면 라구사를 놓치지 마세요. 단 일요일엔 팔레르모나 카타니아에 있으세요. "
누군가 시칠리에 간다고 하면 나도 에어비앤비 주인 K처럼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